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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3-04-10 18:05
조회 : 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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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떡 김권섭
고향에 갔다. 동쪽으로는 지리산이 가물거리고 마을 앞에는 섬진강이 흐른다.
역에서 내리면 아름다운 황장목이 우뚝우뚝 서서 겨울에도 푸르스름한 자태를 보여준다. 대부분 나무들은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지만 소나무는 골짝 고을의 지조를 보여주어 고귀하다. 소나무를 보니 어머니를 보는 것처럼 정겹다.
집에 오려고 하니 어머니께서 쑥떡을 싸 주신다. 콩고물도 빠지지 않고 챙겨주신다. 어머니는 동짓달에 머리가 아파 119 구호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 중병인줄 알고 X레이, 채혈, MRI을 여러 번 검사하여 심신이 지쳐 있는 상태다. 촬영하여 머리 안을 보니 피가 엉기어 뭉쳐 있었다. 어머니는 아프기 며칠 전 새벽, 창고에 들어가려다 벽에 부딪혀 정신이 없을 정도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 완쾌하지 못한 88세의 노인이 자식을 위하여 쑥떡을 만들어 준 것이다.
고향에 갔다 집에 왔으니 아내가 반겨 줄줄 알았는데 시큰둥하다. 가방을 여니 못 생긴 쑥떡들만 가득하니
“웬 쑥떡을 이렇게도 많이 가져왔느냐!”
타박한다. 그간 자녀들이 보내준, 모양 좋고 맛좋은 것만 먹다가 기대에 어긋났던 모양이다. 보기 좋은 것이 먹음직한 법인데, 워낙 생긴 것이 볼품없으니 실망한 것이다.
쑥떡은 연못에서 막 캐낸 연뿌리 같아 보였다. 방망이만한 쑥떡이라 솥에다 삼발이를 놓고 한참을 쪘다. 보기 보다는 맛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큰 접시에 콩고물을 깔고 묻혀 먹었다. 그런데 웬 일인지 맛도 없고 심심하다. 아내는 하나 맛을 보더니
“나는 이제 안 먹을 테이니까 당신 혼자 다 먹으세요.”
두덜댄다. 보기도 안 좋은 것이 맛이 없으니, 자기 예감과 맞았던 모양이다.
어머니께서는 간식으로 몸에 좋을 것이라고 여겨 정성껏 주신 것인데, 못 먹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된다. 그런 중에 아내는
“여보! 콩고물이 오래되어 변질된 것 같으니 고물은 버립시다.”
“나중에 LT마트에 가서 가루를 구입하여 쑥떡은 쩌 먹읍시다.”
다음 날 모 중학교 운영위원회 회의가 있는 날이다. 지역위원으로 참석을 해야 했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으려 하니 아내는,
“당신 대중탕을 다녀오세요.”
한다. 속으로 콩고물을 살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재래시장 떡집을 갔다.
그곳은 다른 가게에 비하여 맛도 있고 저렴하여 잘 가는 떡집이다.
“콩고물을 조금만 살 수 있어요?”
“쑥떡이나 인절미는 팔 수 있어도 콩가루는 안 팔아요.”
“가공비가 비싼데 시세대로 팔면 대부분 손님들은 비싸다고 투정해요”
콩고물을 못 판다고 일갈한다. 사정하니 한참 후에 대뜸 한바가지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받고 보니 예상보다도 많이 주어 흐뭇했다.
시장에서 가져온 콩가루를 가방에 담아서 공중목욕탕 탈의실 까지 갔다. 목욕하고 늦게 집에 도착하니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가슴이 콩닥거린다. 괜스레 겸연쩍다. 평소보다 늦게 와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말할 줄 알았는데 말이 없다. 아내는 늦게 일어나 정신이 몽롱한 것 같다. 다행이라 생각되어 시치미를 떼며,
“여보! 이제 보니 콩가루가 가방 안에 있소.”
하며 내 놓으니 콩가루를 손으로 찍어 맛본다.
“이것도 진짜 콩가루가 아니요, 그러나 이전 것 보다는 콩 냄새가 나는 것 같소”
아내를 순간 물끄러미 쳐다보았을 때 속는 것이 분명하구나! 여겨지니 마음속에 흥분과 성취감이 요동쳐 진다. 아내가 하는 말이,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주신 것 중에는 제일 많이 주었소.”
한다. 나는 속으로 얼씨구나! 하고 장단 맞추어
“쑥떡이 많으니 콩고물도 많지! 그러면 그렇지, 콩고물을 안 보낼 리가 있겠는가!” 능청을 떨었다. 어머니에 대한 불신이 조금은 사그라진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직접 콩을 볶아 빻은 콩가루는 냄새가 사방을 진동했다. 그런데 유명 떡집에서 사온 콩가루도 냄새가 덜나니 이상하다.
어머니는 기억력도 떨어지고 건강상태도 현저하게 떨어진 상태다. 젊었을 때 솜씨 좋은 맛을 나는 알지만, 아내는 솜씨를 잃은 후를 상대했으니 못 마땅하게 여긴다. 농촌에서 힘들게 일한 어머니의 고생을 어떻게 알겠는가! 손등은 소나무 껍질과 흡사하다. 아무리 장수시대라고 하지만 미수(米壽)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머니께서 콩가루를 주신다는 것이 미수 연세답게 미숫가루를 잘못 주어 아내의 불신이 안타깝다. 병환 후 인데다, 연세가 많아 기억력이 떨어져 실수하셨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가져오지 말 것을 후회했다.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물컹물컹하게 찐 쑥떡을, 몰래 떡집에서 사온 콩가루에다가 찍어 먹으니 어머니 정이 새삼 떠오른다. 88세의 어머니께서 5~6월에는 손수 쑥을 캐어 말리고, 섣달에는 추운 날 손을 후후 비벼가며 가마솥에 삶아서 손질하고, 절구통에 무거운 절굿공이로 수 십 번 절구질하여 만든 것이다. 돈만 주면 쉽게 구해먹는 시중의 쑥떡이 아니라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이 담겨져 있는 떡이다. 구수하고 담백하며 몸에 좋은 무공해 으뜸 간식. 웰빙 음식을 찾는 시대에 이보다 좋은 음식은 드물 것 같다.
어머니에 대한 아내를 생각하니 《사기》「진섭세가陳涉世家」의 ‘제비나 참새 따위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燕雀安知鴻鵠之志哉) 는 란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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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3-04-10 20: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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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해 주신 쑥떡...귀하고 감사한 먹거리입니다.
쑥떡은 못 생겨도 몸에는 아주 좋은 보약같은 음식입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원만하게 처신하는 김 선생님의 성실한 모습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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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0 2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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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윤행원선생님! 반갑습니다. 어머니와 아내는 1촌이오 무촌이라고 하지만 1촌은 영원한데 무촌은 '님'이라는 자에 한자만 그으면 남이 되니 알쏭달쏭입니다.
쑥떡은 무공해이고 웰빙 간식 거리인데 생긴 것이 하도 못생기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싫어하고 맛이없을것이라 예측하지만 구수하고 쫄긴하여 최고의 간식이라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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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10 2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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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은 몸에 좋은 떡이지요. 나이 많으신 모친의 자식 사랑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한편으로 모친의 실수를 극적인 행동으로 덮어서 아내에게 들키지 않게 한 행동이 유머러스 하면서도 지혜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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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0 2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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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고 사랑하는 임선생님! 감사합니다. 시골에 사시면서 자식들을 위하여 몸소 행하신 정성이 지극하게 생각이 되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도시에서, 시골보다는 여유롭게 사는데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가 아쉬워 보였습니다. 부족한 사람 늘 격려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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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3-04-11 00: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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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만들어 주신 쑥떡이 그때는 간식을 겸한 한끼 식사이기도 했어지요. 봄을 맛있게 먹는 모습,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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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1 08: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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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화국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쑥떡은 보기는 영 멋쩍어도 먹으면 먹을 수 록 맛이 나고 몸에도 좋습니다. 그래서 시골 노인들은 도시에 사는 자식을 위해 손수 만들어 준 것인데 도시에만 살아온 요즘 사람들은 겉으로 좋은 것만 좋다하니 마치 마음은 별로인데 성형미인에 빠지는 꼴입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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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4-11 2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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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에 소화불량으로 다른 떡은 못먹고 꼭 쑥떡만 먹었습니다. 노오란 콩고물과 함께 고무마 물엿을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어찌 그리도 좋았는지요. 설에는 대보름이 다 가도록 쑥떡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쑥떡을 할 때는 쑥물이 많이 흘러가는 것도 구경거리였지요. 감사합니다. 인제 김권섭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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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1 2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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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임재문선생님! 그간 건강하셨지요! 어렸을 적에 쑥떡을 많이 먹어 어려운 지경에도
잘 극복하시고 건강하게 사신 것 같습니다. 主안에서 건강, 기쁨, 행복, 평화가 강같이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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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4-12 2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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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사랑에 넘침 소맛도 느껴지고 사모님의 정겨운푸념에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숨결을 느낍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김선생님의 처신을 보고 훌륭한 가장의 모습을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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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3 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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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정진철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서울에도 지금 쯤 아름다운 봄꽃이 만발하였지요!
정선생님을 맞이할 때 마다 제 철에 피는 꽃을 대하는 것 처럼 반갑고 정겨움을 느낌니다.
격려와 칭찬 감사드리며 고마운 마음 새기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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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4-14 15: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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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가 문둥병 환자인지도 모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어머니를 크레오파트라와도 바꾸지 아니하겠습니다."하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머니가 가실 때에는 "어머니"란 부름마저 거두어 가시더군요. 노모를 모신 강 작가임이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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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15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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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성철용선생님! 어머니는 좋아도, 싫어도 피할 수없는 혈육의 정이니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어 兩분이 치매로 질병(父치매, 고관절, 대장암수술, 母치매)으로 어려움을 주니 정말로 힘이 듭니다. 아마 분에 넘치는 행복의 골고다 십자가를 메는 기분입니다. 격려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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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1 06: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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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안녕하세요? 누구나 다 자식에게는 부모 노릇을 하면서도 부모 앞에서는 자식으로서의 한계에 머무는가 봅니다. 쑥떡에 담긴 자당님의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신 글을 읽으니 저도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부인과 자당님 사이에서 그 간격을 조화롭게 이해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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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23 2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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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이방주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활발한 작가 활동 부러움과 선망입니다. 저는 늙으신 兩분 모두 치매를 앓고 있으니 고민입니다. 격려 말씀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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