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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동호 |
날짜 : 11-04-14 13:18
조회 : 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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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보다 넓은 그대
정 동 호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동안 그와 사귀어 왔지만, 그의 진실을 모른 채 곁에서만 맴돌고 살았다. 냇가에 앉아 손발이나 적시고 물장구나 치고 놀았으니 그럴 수밖에.
칠순도 넘긴 선배들 중에는 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은밀한 곳까지 들여다보면서 즐기는 이들이 많다. 스쿠버다이버가 바다 속을 휘젓고 다니며 진귀한 비밀을 캐내 세상에 알리듯, 그들은 찾아낸 보화들로 춤을 추고 쇼도 하고 음악까지 곁들인 가공품을 만들어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아름답게 만든 작품들을 종종 메일로 보내주는데 그 솜씨에 부러움만 사다가 용기를 내 흉내라도 내볼 요량으로 슬며시 그들 속에 껴들었다.
남강넷 나누리 공부방, 그곳은 가르치는 분이나 배우는 학생 대부분이 해방 전후 태어나 6,25의 잿더미에서 맨발로 헤쳐 나온 세대들이요, 6~70년대에는 조국근대화의 깃발 아래 땀 흘렸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러나 지나가는 세월을 어쩌랴. 이제는 모든 것을 접은 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려고 바다보다 더 넓은 그대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작은 피라미라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는데 나에게도 뜻밖에 붕어가 잡히고 메기도 잡히니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가 더하면 욕심도 커 가는 모양이다. 점점 더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 발짝 한 발짝 나도 모르게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간다.
거기에는 온갖 지혜와 재주와 정보가 있다. 과학도 있지만 요술도 부릴 줄 알고 지식주머니와 백과사전도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새 소식은 물론이요 뜬소문도 파헤쳐낸다. 무엇이건 물어보면 답해주지 않는 것이 없고 세상의 물건 중 그에게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백화점과 만물상회도 있고 은행도 있다. 사진과 그림이 오가고 현금도 오간다. 그는 금은보화도 만들어낸다. 스티븐잡스나 빌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부자도 만들어 냈고, 중학생이 그와 더불어 사장이 되기도 한다.
그에게 다가가는 길은 어려운 듯 쉽고, 쉬운 듯 어려운 여러 갈래 길이 있다. 창을 열고 여기저기 기웃거려 찾기도 하지만, 이정표를 따라 가는 길도 있고 암호로 찾아내는 길도 있다. 오른 쪽을 두드리는 문과 왼쪽을 두드리는 문이 따로 있다. 한 번만 노크해야 하는 것과 두 번을 노크해야 열리는 문이 있다. 설명으로 못 찾는 길을 지팡이로 더듬어 찾아내기도 한다. 골목을 빙 돌아 여기저기 물어서 어렵게 찾은 길이 바로 내가 사는 옆집 골목임을 알았을 때는 싱겁게 웃기도 한다.
물건을 가져갈 때는 보자기에 싸야 하는 것도 있지만, 소포로 부쳐야 하는 것과 손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도 있다. 그는 창고업도 한다. 요구하는 대로 창고를 빌려주고 중요한 서류도 확실하게 보관해 준다. 타임캡슐이 필요 없다. 아무리 오래된 일도 다 기억해 준다. 창고세도 받지 않고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 참으로 편리하고 유용한 존재다.
지금세상은 그가 아니면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세계촌 모든 이들이 그를 통해 호흡하고 그와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간다. 도깨비방망이 보다 더 진귀한 그와의 깊은 만남을 위해 갖은 지혜를 짜내고, 비밀을 하나라도 더 캐내기 위해 시니어들은 모두가 진지하다.
하지만 그에게서 작은 물고기 몇 마리 건져 올리고, 비밀 몇 낱 얻어 낸다하여 어찌 바다 속을 다 안다 하겠는가. 그 너비와 깊이가 얼마나 되고 해저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 속에 살고 있는 숱한 생명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어찌 살아가는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뱁새가 어찌 구만리장천을 자유롭게 날을 수 있을까만, 이룰 수 없는 꿈인 줄 알면서도 뱁새는 그 꿈을 놓지 않는다. 소박한 꿈이다. 소박함을 즐기며 즐거움 자체를 즐기려고 자주자주 작은 상자 앞에서 무한히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무슨 욕심이 있으며 무슨 여한이 있겠는가. 그저 삶의 여유일 뿐이다. 작은 작품 한 편 올려놓고 혼자 미소 짓고, 또 다른 새 길을 찾으면 이른 새벽 눈 쌓인 마당의 강아지마냥 깡충거린다.
배움에 끝이 있을까 만, 얼굴 없는 그와의 만남은 도무지 끝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창조주의 섭리를 체험하고 은혜를 입으면 입을수록 그 앞에서 더욱 낮아지고 겸손해 지듯, 바다보다 더 넓은 그대의 오묘함에 나는 오늘도 말문을 닫고 고개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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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4-14 1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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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그것은 분명 바다보다 넓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많아서, 설레임조차 그것을 다 채울 수 는 없는거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향수같은 그리움이고, 그것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기다림같은 거겠지요. 하지만, 선생님은 이미 훌룡하게 아주 훌룡하게 그것들을 해 내고 계시지 않습니까.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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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1-04-14 2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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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바다보다 넓은 그대'와의 만남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찰진 지식의 대어도 낚으시고, 생생하고 즐거운 소통으로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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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1-04-15 06: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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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이진화 선생님, 반갑습니다.
요즘 PC에 푹 빠져 외도 중에 분주합니다. 들어갈수록 무궁무진한 그의 유혹에
날마다 5시간 이상의 시간을 보낸지가 두 달여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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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1-04-15 06: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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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요즘 Pc에 빠져 지내시군요.
다섯시간이면 너무 많은것 아닌가요.
저도 콤퓨터앞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시력에 무리가
많습니다.
지난 모임에 건강하신 모습뵈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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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4-15 07: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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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저도 인터넷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음치이거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라이브 노래하는 곳에 접속을 해서 날마다 노래듣고 노래하고 잼나게 삽니다. 저는 뭐 날밤 다새도 갠찬아요 ㅎㅎㅎ 어떻든 요즘 세상사는 말하자면 살판나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덕분에요 ㅎㅎㅎㅎㅎ 건투를 기원합니다. ㅎㅎ건강하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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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1-04-15 0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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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로 대하게 되는군요
좋은 말씀 잘 읽고 잠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구요
감사합니다 건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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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1-04-15 1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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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 선생님, 안녕하세요.
얼굴없는 그이와 만남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좋은 정보 많이 얻으셔서 좋은 글 많이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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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1-04-15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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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임재문 선생님, 정진철 선생님, 김자인 선생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PC공부가 수필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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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4-16 0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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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하루라도 안 보면 보고싶은 그대가 되었지요.ㅎ
그와 함께라면 무궁무진한 대화가 끝이 없습니다.
그와 영원토록 행복한 나날 되십시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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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4-16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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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의 만남이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정동호 선생님의 '바다보다 넓은 그대'를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나네요. 안 보면 보고 싶은, 아니 보고 있어도 반갑고 기쁘다는 일단은 성공한 행복이라 여겨집니다. 좋은 대화 많이 나누시고 행복한 여생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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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1-04-17 0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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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 박원명화선생님, 다녀가시고 격려의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주에는 시니어클럽 PC정보화 교육열이 훨훨 타고 있어서 저도 일원이 되었답니다.
변절기 건강들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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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4-20 17: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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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푹 빠지신 그 곳이
인터넷 남강회가 아닐까하고 짐작해보았습니다.
좋은 고기, 큰 고기, 귀한 고기를 잡으려면
천생 인터넷의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항상 만선의 꿈 이루시되
그 바다에 너무 깊이 빠지지는 마시기를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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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11-04-24 1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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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안녕하세요
댓글을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깊숙히 들어 갈수록 어려워 이 정도에서 접을까도 합니다.
인터넷 남강회 사람들은 오늘도 바보상자 앞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것입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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