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시름 좀 잊고 남들처럼 봄맞이 나들이를 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성들과 어울려 봄바람을 쐬러 갔다. 여성들이 남성들 보다 많았다. 여성들도 스트레스를 풀려고 나온 것 같았다.

봄은 봄이다. 꽃잎에서만 느끼는 게 전부가 아니었고 여성들의 산뜻한 옷차림에서도 향긋한 봄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황홀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유독 한사람 가을 같은 여자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봄이면 봄이지 여름도 아니고 가을 같은 모습인데 왜 이리 가슴이 설레일까. 진달래가 아름다운 꽃동산에 일행을 풀어 놓았다. 갖가지 들꽃들도 지천에 피어 있었다. 나는 그 여인의 뒤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진달래를 몇 가지 꺾어서 다발을 만드는데 길 안쪽 소나무 아래 노란 수선화가 보였다. 난 얼른 진달래 가운데 수선화를 넣고 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띠며 건네주었다.

그 여인은 수줍은 듯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행히도 내 성의를 거절 하지 않았다 . 많은 얘기는 없었지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었다. 우린 장소를 옮겼다. 아무래도 단 둘이는 멋적어서 대 여섯 명이 무리를 지어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다. 먹성 좋게 생긴 어떤 언니가 내 눈치를 보더니 아무래도 한턱 뺏어먹고 싶은 모양이다.

아예 갈비를 주문한다. 그래 먹어라 먹어, 그 여인에게 호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한턱 쏠테니 마음대로 시키라고 했다. 째째하게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맥주가 나오고 환호성이 터지고 거의 내 지갑이 바닥날 정도로 비우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간 내내 그 여인은 포근하게 내 옆을 지켜 주었다. 내일부턴 더 가까워지겠지. 나도 어지간히 취한 것 같았다. 돌아오려고 모두들 버스를 타는데 소변이 마려워 잠시 뒤처졌다가 가보니 버스가 떠난다.

아~ 안돼, 가지마~ ~ 아직 휴대폰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

나는 당황하여 소리를 질렀으나 안타깝게도 버스는 그냥 떠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달려가도 잡히지 않고 그렇게나 손을 내젓는데도 버스는 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