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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3-02-16 20:25
조회 : 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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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콜
임 재 문
나른한 토요일 오후다. 어젯밤 그렇게 세차게 불어대던 찬바람도 새벽이 되니 다 멎어서 조금은 포근함을 느끼는 토요일 오후 !
아내가 저녁 먹을무렵 갑자기 돼지 족발을 사왔다. 한 판은 이미 옆동 아파트에 사는 아들 며느리에게 전화를 해서 건네주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이제 아내와 나와 단둘이 돼지 족발을 먹을 차례다.
역시나 돼지 족발에는 막걸리가 최고가 아닌가? 이심전심, 염화시중으로 통했던지 아내는 막걸리도 한 병 사오셨다. 얼마나 감개가 무량한지 모르겠다.
돼지 족발집도 여러집이 문을 열어서 아내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그래도 제일 맛있는 집에서 돼지 족발을 구입했다고, 너스레를 털어 놓는다.
나는 그래도 그 너스레가좋아서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아내는 콜라를 나는 막걸리 한 사발을 둘이서 족발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 그런데 내가 하는 말이 아내의 귀에 거슬리게 되었다.
그 옛날 청송교도소 시절에 테니스 회원으로 활약 하면서 경기후 우리는 돼지 족발과 막콜이라고 불리는 막걸리에 콜라를 타서 휘날레를 장식했는데, 그 때 그 맛이 생각이 나서 내가 하는 말 " 여보 ! 나 그 옛날 청송교소도 시절이 생각나서 막걸리에 콜라를 좀 타서 먹어보면 안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아내의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여보 ! 그럴러면 둘 다 먹지 마세요 ! 아내는 그 추억이 싫단다. 나는 추억이 좋아 아내에게 제의 했건만 순간 거절당하고 또 아내의 마음만 상하게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맛있어야 하고 정겨워야 하는 아내와 나와 단 둘이 먹는 식단에 찬물을 껴 얹은 꼴이 되고 말았으니 그 탓을 그 누구에게 돌려야 한단 말인가?
오죽이나 내가 아내에게 잘못했으면 옛추억을 떠올리기도 싫다고 하는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옛추억을 사랑한다. 옛 추억이 좋다. 그래서 서울구치소 시절 !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삼십여년을 헤아리는 그시절 ! 우리 직원 대여섯명이 경춘선 대성리에 민물고기 천렵을 갔었다. 된장이라던가 피라미 먹이를 구해서 병속에 넣어 피라미들을 유인해서 잡는 피라미 병과 또 그물과 쪽대를 가지고 갔던 것으로 기억 된다.
물론 피라미병으로 유인해서 잡은 피라미들과 쪽대와 그물로 잡은 민물고기들을 넣어서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었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수제비도 띄어 넣고 끓인 그 얼큰한 매운탕 !
거기에 막걸리가 없을 손가? 인근 점포에 들러 막걸리를 사서 곁들여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그 맛을 지금도 잊은 수가 없다.
청송교소도 시절 테니스 경기를 끝내고 아마 내가 동메달 삼등을 해서 츄리닝 한 벌을 상품으로 받았던 것 같다. 그 후에 마시던 그 막걸리와 콜라를 섞어서 마시던 막콜이 생각나서 아내에게 건의 했다가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말았으니 이무슨 망신살이란 말인가?
아내의 입은 짧다. 이핑계 저핑계 대며 아내는 조금밖에 먹지 않는다. 이핑계 저핑계를 대보아야 속내가 빤히 들여다 보이는 핑계다. 살점이라고는 조금도 붙어 있지 않는 나를 생각한 계략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벌써 부터 아내는 밥상을 멀리하고 거실에서 " 불후의 명곡"에 빠져들고 만다. 나머지는 다 내 차례이다. 막걸리 한병을 다 마시고 나서 아내가 남겨둔 콜라를 마져 마셨다.
막걸리랑 콜라랑 섞어마시며 옛추억을 떠올리려던 내 생각을 포기하고 그냥 막걸리만 먼저 마시고 아내가 남긴 콜라를 마져 마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옛추억이 좋으니 청송교도소 시절 보호감호소 수용자들이 하는 것처럼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열 대여섯번 하면 아마도 막걸리랑 콜라랑 섞여져서 그시절 그노래가 콧노래로 흘러나올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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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2-16 2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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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콜'을 일화에서 나온 '맥콜'로 생각했는데 막걸리에 콜라를 섞은 막콜 사연이
잔잔 감동으로 떠오릅니다. 설송님을 생각하는 부인의 마음은 왕송호수 한쌍의 원앙입니다.
늘 건강관리 잘하시고 한국수필을 위한 고귀한 땀과 제2종교개혁에 큰 성과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잘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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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2-16 2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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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김권섭 선생님 ! 저도 그렇게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인가 봅니다. 저는 추억이 좋은데 아내는 자꾸만 싫다고 합니다. 그래도 내가 짝사랑하는 그 추억의 끈을 붙들고 하루하루 살아가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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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2-17 23: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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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과거가 아름답고 추억이 그리운 것은 당시에 착하게 살아오신 때문일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호화로운 삶도 영예로운 삶도 아니고 진실하고 소박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고 먼 훗날 오늘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좀 더 순수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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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2-18 18: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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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착하게 살지 않았기에 아내가 그시절 떠올리기를 싫어하는지 반성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 생각하며 앞으로는 참말로 확실하게 착하게 살아야하겠다고 태극기 앞에 다짐에 다짐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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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2-18 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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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힘이 임 작가의 글을 한숨에 읽게 하는가요? 글 속에 소박하고 맑고 신선한 영혼이 독자를 이끌어 가는 것 같아요. 마트에서 술을 사는 아내가 얼마나 부럽든지-. 그 이야기를 여기서는 부부애를 통해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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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2-18 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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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이야 말로 바른생활 교과서 이십니다. 평생 교직에 몸 바치시고 노후를 그렇게 아름답게 장식을 하시니 말입니다. 그리고 발로 뛰시고 온갖 정성 다해서 고려청자처럼 그렇게 빚어내는 일만 성철용 선생님의 수필이야 말로 단숨에 읽어보게 하는 수필의 경지가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호평해주셔서 더 좋은 글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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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2-18 2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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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은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사모님의 너스레가 좋아서 한바탕 웃으신게 아니라
막걸리 한잔 하실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오셨겠지요ㅎㅎㅎ
그런데 이때 과유 불급이라는 말을 써도 될듯 싶네요
너무 좋아서, 아니 좋은게 넘쳐서 거기에서 멈추셔야되는데
그냥 청송이야기를 하셨군요~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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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2-19 0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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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그냥 만족해야하는데 한 술 더뜨는 바람에 그만 찬물을 끼어 얹고 말았습니다. 앞으로는 그냥 좋아도 그냥 그렇게 마음으로만 느끼며 건배할 것입니다. 우리 빨리 만나 회포를 한 번 풀어봅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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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3-03-05 16: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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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막콜이 막걸리와 콜라였군요.
앞으로도 사모님과의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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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3-07 0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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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 저는 아마도 추억을 먹고 사는 인생인가 합니다. 그러나 제 아내는 추억이
달갑지 않은가 봅니다. 이제 부터라도 아름다운 추억 엮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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