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령歌
 

                                                                                                      박 원 명 화

 

   한가하고 나른한 토요일 오후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어두워지면서 세차게 퍼붓기 시작한다. 창밖에는 집들마다 켜놓은 불빛들이 빗줄기에 어른거려 환상적으로 보인다. 저 불빛 속에서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루 종일 내린 비 때문일까, 맹렬한 속도로 내려가기만 했던 추위도 한 풀 꺾인 듯 머잖아 봄이 올 것처럼 공기마저 훈훈해지는 것 같다. 하루 종일 책속에 파묻혀 있으니 아무 일도 하기 싫다. 신문을 들춰봐도 매일 떠들어대는 그렇고 그런 소리들뿐이다. 검은 돈이 있는 곳에 정치인은 단골손님이 되었고, 그 주변을 맴돌던 저명인사들 이름도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돈의 위력은 권력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전모를 국민 앞에 보여준다던 정치권이나 검 경찰까지도 비리에 연루되기 일쑤다. 하루 자고 나면 타들어가는 숯불 헤집듯, 또 다른 인물들이 연루되어 나타난다. 몸통이니 꼬리니 하는 그 끝은 도대체 어디쯤일까? 정말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같은 게 돈이 파 놓은 함정인 것 같다.
  어떤 이는 눈 먼 돈을 제 돈인 양 떡 주무르듯 써가며 호의호식하며 살고 있는데 나는 늘 버둥거리며 고달프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니 공연히 마음속으로 분노 같은 감정이 치솟는다. 문득 초라하고 억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땀도 흘리고 밤잠도 설쳐가며 일을 하고 최선을 다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 이를 자신이 누리고 있는 직위나 권력의 힘을 빌려 힘 안들이고 공짜를 넘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비리의 온상이 아니던가.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사실과 다르다느니 대가성이 없다느니 누구나 변명만 높다.‘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라는 복부인의 속성과도 같다. 여당인사가 연루되었다 하면 야당의 소리가 높고 ,야당인사가 연루 되었다하면 여당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학식으로나 이력으로나 남부럽지 않게 화려한분들이 그 양식을 걸고 국민에게 귀감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에 눈이 어두워 권력을 앞세워 서민을 울리고 있으니,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 것인지, 민초의 가슴에 돌덩이를 매달아 놓은 듯 답답하다.
‘벼슬자리가 돈 자리’라는 속담도 있다. 군사정권 때나 문민정부 때나 비리는 존재한다. 고위 관리들의 재산 공개에서 동취(銅臭)가 슬슬 풍겨나더니 날로 인면수심의 사람들이 자꾸만 늘어나는 것 같아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봉이 김선달’의 뜬구름 잡기 배짱으로 될 일 안 될 일을 꾸며내어 거품을 부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입안이 쓰거워진다. 선거 때마다 달콤한 서약들로 화려한 사람일수록 나중에 보면 속빈강정 같은 인물이 많다.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속셈은 ‘일단 되고 보자’는 심사가 깔려있다.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아마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세상이 온통 시끄러운 것도 저마다 과다한 욕망과 분에 넘치는 허영때문인지도  모른다.  욕망의 질주가 지나치다 보면 결승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함몰되기 쉽상이다. 탐욕의 갈증이 깊어 갈수록 진실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대립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진실의 부재가 판치는 세상이 뒤바꿔질때, 비로서 우리는 개혁의 소망을 이룰 수 있음이다.  정직함이 인정받는 사회, 성실함이 보장받는 사회,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세상이 활짝 열리는 날은 언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