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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1-06-25 13:51
조회 : 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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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 투데이-에세이 코너>>
별이 된 윤동주
푸른 5월. 눈부시게 빛나는 5월의 거리는 갓 세수한 듯 정갈하다. 아침 공기에 섞여 상큼하고 배릿한 냄새가 끼쳐든다. 머리 위로 바람이 지나가며 문득 수선거리는 수상한 소리가 들린다. 잠자던 연초록 나뭇잎들이 일제히 깨어나 김광규의 시에서처럼 서걱댄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지난 5월 7일(토) 종로구민회관에서 '제6회 윤동주상 시상식'이 있었다. 많은 애국지사, 원로문인, 역대수상자, 선배동료
시인들이 모여 대상을 수상한 함민복 시인을 비롯 여러 수상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민족혼을 드높이고 인류애를 실천한 저항시인을 기리는 행사이니만큼 축제분위기 속에 다른 모임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경건함과 숙연함이 느껴졌다.
행사장인 강당에 들어서니 내걸린 현수막에 윤동주 시인의 사진이 우리를 내려다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학 사각모를 쓴 윤동주의 사진이다. 여린 듯 순결하고 결기어린 청년 윤동주의 모습을 대하니 송곳 같은 아픔이 전해온다. 학교 졸업 후 사회에 발을 딛고 활동하다 은퇴하여 노년의 문턱을 기웃거리는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아무리 거대담론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역사적 대의나 공공선(公共善), 인간성의 고양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적이 있는가. 순수와 열정, 진리와 자유를 위해 살리라 다짐했던 젊은 날의 순수와 패기는 도대체 어디로 숨었단 말이냐. 요령과 효율을 앞세우며 경쟁사회에서 앞서가기 위해 물질적 풍요와 소시민적 행복을 추구해온 내 모습을 본다는 것은 씁쓸한 것이었다. 한 때 그토록 거부하고 저항했던 일들에 대해 길이 들고 또 그런 자신을 부지불식 간 합리화해온 자의 초상을 마주한다는 것은.
단상에서는 시인을 추모하는 성악공연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참이다. 윤동주는 당시의 암울하고 엄혹한 시대적 상황에서 드물게도 영혼의 궤적과 시적 세계, 삶의 행보가 일치한 시인이다. 부끄러움은 윤동주의 표징이었다. 그의 부끄러움에 대한 인식과 참회하는 마음에 기반을 둔 경건한 삶은「서시」를 비롯한 시편 곳곳에 선연하게 드러나 후학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20대 초반의 순결한 어린 청년은 무엇이 그다지도 부끄러웠을까. 암울한 시대상황에서 언어라는 소극적 수단으로 저항을 표출할 수밖에 없음에 좌절을 느꼈음 직하다. 양심적인 지식인으로서 그러한 갈등을 갖는 것은 당연하리라. 가만, 그의 부끄러움은 보다 더 근원적인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나라의 침탈을 인간에게 본디부터 주어져 있는 자유와 품격,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유형무형의 폭력의 시발로 본 것이며, 무엇보다 나라의 빼앗김 그 자체를 자신의 책임으로 인식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라의 잃음이 갓 피기 시작한 청년 한 사람의 잘못일리 없건만 순결한 영혼의 시인은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고 순교했다. 나라의 되찾음은 그 같은 선열들의 노력에 힘입어 앞당겨진 것이 아니겠는가. 윤동주는 '시대의 어둠을 쫓는 빛'이 되어 미래의 시간을 끌어 왔다. 그는 순간에서 '또 다른 고향(영원)'으로 나아간 것이니 역사의 진행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이고 시간의 절대적 권위를 발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진정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바람이 전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
* <<서울문화 투데이>> 2011. 6. 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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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6-28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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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란 '정의'와 상통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좌절했거나 포기하였기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용기와 힘이 미치지 못하였고 행동으로 나타내지 못했기에 부끄러운 것이라는.
그러므로 선생님의 말씀처럼 진정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듣게 되는가 봅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자는 시대의 양심을 지녔기에 세상에서 드물게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지닌 인종, 곧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만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는 확신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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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6-28 2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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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의 댓글에서 깨우침을 얻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십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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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1-06-29 1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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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국의 여러 시인들 중에 윤동주의 서시와 별 헤는 밤을
가장 좋아 합니다. 어지럽고 흙탕물 같은 오늘의 사회에
가장 순수한 감성으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는 때문입니다.
때묻지 않은 무공해의 채소 같은 님이
우리 문인들의 초상으로 영원하기를 바라며 좋은 수필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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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6-29 2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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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부회장님, 윤동주는 지사적 면모가 아니더라도 서정시인으로도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청년이 일구어 낸 시적 깊이가 놀라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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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1-07-03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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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고등학교 시절, 한 문학 소녀에게 "윤동주 시집" 한 권을 선물 받고 그걸 통째로 외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저항 시인으로 중국에서 옥사한 이육사, 일본 후꾸오카 감옥에서 옥사한 윤동주, '빼앗긴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나라 빼앗긴 서러움을 노래하던 이상화 등의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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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7-04 17: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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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성철용 선생님, 그런 감미로우면서도 가슴애린 추억이 있으셨군요.
위당, 만해, 육사, 상화, 윤동주 같은 선인들이 새삼 그리운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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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7-04 07: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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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글로 하여 잊어가던 귀중한 옛 추엇을 다시 찾게 됩니다. 그것이 글쓰는 이들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겠지요.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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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7-04 17: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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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 선생님, 어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전 엊그제 탑골공원에 다녀왔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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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7-08 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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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윤동주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에 다녀온 기억이 새롭습니다. 애국지사요 시인인 운동주의 생애가 이제야 그 빛을 발하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요. 아무튼 일본에는 일본사람들로 구성된 '윤사모' 회원들이 시인이 죽은 해마다 후쿠오카 형무소 뒷담장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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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1-07-08 1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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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들이 윤동주를 더 기리고 활발히 연구하니 더욱 부끄럽습니다.
자유칼럼에 실린 '현충원' 글 잘 읽었습니다, 박원명화 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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