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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영수 생가를 다녀오다

충북 옥천에 가면 반드시 들려보고 싶은 곳 두 군데가 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의 영부인이 살았던 옥천읍 교동리에 위치한 생가가 그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다.

1974년 8.15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갑자기 타계하시기까지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온 영부인의 자취를 찾아가는 일은 2012년 들어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영원토록 존경과 그리움으로 남아 있어 때때로 그분의 인자함과 겸손을 생각나게 하였으며, 마침내 벼르고 벼른 끝에 영부인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옥천의 생가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옥천지역의 손꼽히는 명당이며 삼정승이 배출되었다는 교동집, 1999년에 철거되었다가 2010년에 복원되어 충청북도 기념물 123호로 지정되었다는 영부인의 생가는 규모만 컸지 그윽한 한옥의 정취라든가 해묵은 큰 나무 한 그루 없어 서운했다. 연당엔 겨우 수련 한 송이가 떠 있었던가 싶게 연꽃도 수초도 빈약하기만 했다.

복사꽃 목련꽃이 울타리 밖으로 키를 높여 피어 있고, 손때로 길들여지지 않은 대청마루에 앉아보면 그 흔한 화초조차 심지 않은 마당이 휑하니 넓어 보인다. 뒤란엔 이제 막 조팝꽃이 한창 피어났지만 산책하기엔 어딘가 적막감이 감돌았다.

00년 여름 전국주부백일장에 나가 수상한 후 청와대에 초청받아간 자리에서 처음 손을 잡아본 영부인. 영부인과 악수한 그 손으로 밥 지을 쌀을 씻기도 아깝던 귀중한 기억이 떠올라 나는 부지런히 안팎을 돌며 사진을 찍었지만 어쩐지 가슴 한켠이 서늘하다.

1894년에 축조된 조선시대 상류계층의 명가를 1969년 개보수를 하면서 원형이 훼손되었고, 영부인 사후에는 방치되어 오다가 1999년에 철거를 했다고 한다. 그런 후 2004년 안채를 시작으로 2010년에 복원, 2011년에 복원식을 하였다니 왜 가슴 한켠이 서늘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도 왜곡하는 세태이고 보면 그동안  우여곡절을 겪은 육영수 여사의 생가 역시 저간의 사정을 헤아려볼 수가 있을 것이다.

백목련을 닮았다는 고 육영수 여사. 그나마 그곳에서 영부인의 생시 사진들을 볼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며  진심으로 영부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