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2-04-04 19:56
조회 :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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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스아바바(2)
관광객을 위한, 민속식당의 작고 낮은 테이블 위에 큰 음식 접시가 놓여진다. 음식을 먹기 전 종업원이 주전자로 부어주는 작은 량의 물로 오른손을 오물오물 씻었다. 큰 접시에는 접시 크기만큼의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얇은 전병이 깔렸다. 그 위로 고기나 야채로 만든 불그스레한 요리가 몇 가지 올려져있다. 오른손으로 전병을 적당히 찢어서 요리를 싸서 먹는다. 시큼한 맛이 비친다. 전병에 구멍이 뚫려있어 손위로 요리 국물이 흘러내린다. 반죽을 몇 일간 발효를 시키면 구멍이 생기며, 이 음식 ‘인젤라’가 이 나라의 주식(主食)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종업원이 부어주는 주전자 물로 손을 씻었다.
벌꿀로 만들었다는 ‘데부’라는 민속주, 막걸리 비슷한 취기였으나 낯선 냄새가 비위를 거슬린다. 기타와 하프를 합친 것 같은 모양의 현악기, 대금 비슷해 보이는 목관악기, 작은 북, 등 곡은 단조롭고 리듬은 경쾌하다. 우리네의 한 같은 슬픔은 어느 구석에도 느껴지지 않는다. 돌투성이의 건조한 땅에서 주리고 살아온 그들의 삶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았을 것인데, 삶의 고단함과 슬픔을 이렇게 떨쳐버리는 것일까? 그들의 종교가 희망적인 미래를 줄 것이라고 믿어서일까?
공연자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진다. 남녀가 짝을 이루고 격렬하고 빠른 몸동작은 농경(農耕), 사냥, 전쟁, 사랑 등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단순 한 동작으로 표현하고 있다. 농기구, 전쟁용구, 등이 동원되고 남녀 파트너의 은밀한 몸 짖은 성(性) 관계를 나타내는 듯하다. 예술적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원시적인 동작으로 표현의 한계를 넘지 못하여, 더욱 격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현지인들이 흥에 겨워 무대 앞 공간을 점령한다. 두 사람이 비스듬히 마주보고 음악에 맞추어 한쪽 어깨를 세 번 정도 추겨 올리고, 다시 다른 쪽 어깨를 몇 번씩 추석거리는 단조롭고 쉬운 동작이라 다른 피부색의 관광객도 쉽게 어울린다. 인간이 흥이 났을 때 가장 기본적으로 취하는 동작이 아닐까 싶다.
무희(舞姬) 중 한 명이 까만 피부 속에서도 큰 눈하며 반듯한 얼굴이 빼어난 미인으로 보여 현지인 통역에게 물었더니, 그들 역시 미인이라고 한다. 미인을 느끼는 유전자는 동서고금이 같은 모양이다. 또 그들은 햇볕에 노출되어도 더 이상 검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부에서 우리의 안내를 맡긴 통역은, 근로자로 우리나라에 몇 년간 채류 하였다는 젊은이였다. 그는 능력 있게, 부인이 연상의 한국여인이라 했다. 한국 채류 중에 결혼하여 이곳으로 같이 왔다고 한다. 처가 집에서는 그가 에티오피아 인이 아닌, 영국적 흑인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생소한 아프리카 문화가 흥미롭기 만하였다. 이곳의 호텔 로비, 식당, 어디에서도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음주도 심하지 않다고 한다.
이 나라의 역사 문화를 알고 싶어 박물관을 찾았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박물관은 열대 수 언덕 위에 부호의 저택 규모이다. 찾는 사람이 없어 여느 가정집을 방문하는 것 같다. 목조건물의 바닥이 삐걱거린다. 미로처럼 숨어있는 좁은 전시실들에는 창, 칼, 활 등의 원시적인 전쟁 용구와 농사 용구, 목재 가죽 풀을 이용한 생활용구, 왕조시대의 의복, 근세왕가의 생활 용품, 근대 역사적인 사건 사진, 등 한 나라의 수도에 있는 박물관으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문명과 문화는 풍요 속에서만 자라나는 것은 아닐 터인데, 척박하고 황량한 자연은 이곳의 긴 역사에도 문명과 문화의 발전을 허용하지 않은 것 같다.
박물관 구내 민속 공예품 가게의 순박해 보이는 두 아가씨는 흔하지 않은 이색 손님에게 커피를 서비스 하며 쉬어 가라한다. 작은 민물 고동껍질로 장식된 간단한 가죽 물통을 하나 샀다. 해묵은 우유 냄새가 역하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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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4-05 00: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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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기행을 통해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 구조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실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어질 기행문이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김용순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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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4-08 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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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저가 잠깐 다녀와서 사실 그 나라를 잘 알지 못합니다. 감히 아는 척 하였습니다. 일일이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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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희 |
12-04-08 0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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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문화을 보니 그들의 낙천적 기질이 엿보이는군요. 가난해도 만족하며 사는 것을 보면 행복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흥겹게 춤을 출때 '다이돌핀'이 가장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다이돌핀은 엔돌핀의 4천배에 가까운 감동 물질이 나와 감사와 용서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통해 접하기 힘든 아프리카 문화를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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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4-08 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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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희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이번에 동아일보에 실렸다는 수필은 너무 좋습니다. 과연 연륜이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사실 에티오피아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나라지만, 겨우 일주일 정도 다녀왔고 그것도 아디스 아바바에만 오래 머물어 수박 겉을 핧았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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