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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1-04-20 18:39
조회 : 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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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장실
화장실이란 남에게 보여 줄 수 없는,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오직 자신만의 공간이다. 아무것도 모를 어릴 때와 병들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부모형제도, 부부도,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같이 할 수 없는 공간이다.
몇 년 전, 교도소 화장실의 벽 높이가 70Cm 밖에 되지 않고 문이 없어 재소자 시절에 수치감을 느꼈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법원에서는 침해당한 인격권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후 각 교도소들은 개방형 화장실에서 문이 있는 폐쇄형으로 바꾸고 있다한다. 인간의 기본 인격은 죄를 지었다고 하여 무시 될 수 없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우리의 화장실이 철저한 개인의 인격 공간으로 보호 받고 있는데 비하여 중국 화장실은 공동공간이다. 중국에 처음 간 한국인들은 화장실을 보고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화장실에 칸막이와 문이 없다는 것에 놀라고, 너무 불결하여 놀란다는 것이다. 화장실이 불결하다는 것은 소득이나 문화 수준과 관계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개방된 화장실 사용은 근본적으로 관습과 사상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중국인은 열려있는 공간에서 대변을 한다든지, 방귀를 뀐다든지 등의 생리현상에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 화장실은 처소(厠所), 위성젠(衛生間), 시소젠(洗手間) 등으로 불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정부의 대대적인 화장실 개선작업으로 관광지와 대도시의 공중화장실은 폐쇄형으로 많이 바뀌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외국인이 많이 드나드는 지역에 외국인을 위한 조치 일뿐, 중국인의 사상이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중국 화장실을 처음 본 것은 1991년 중원(中原)의 관문인 산해관(山海關) 관광을 하면서였다. 겨울철이라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다. 만리장성의 시발지인‘노룡토우’에서 공중화장실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입구에 문이 없고 낮은 벽 하나가 앞을 막아주는 창고 같은 건물이었다. 실내는 훤하게 트여 있었다. 가운데 긴 통로가 있고 통로 양편으로 한 계단 높여, 직사각형의 구멍들이 나란히 뚫어져 있었다. 그 구멍에 앉아서 볼일을 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통역에게“이게 정말 화장실이 맞느냐”고 재차 확인하였다. 놀라는 나에게 통역은‘중국이 개방을 너무 심하게 하여 그렇다’며 농담을 건넸다. 나는 호기심으로 여자 화장실도 들여다보았다. 역시 같은 구조였다. 당시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중국인들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들어내 보여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더구나 여자들까지 이런 화장실을 사용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이후 오래 동안 중국에 주재하면서 트인 화장실을 수없이 보아왔다.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게 잘된 식당이나 가라오케도 화장실만은 별 신경을 쓰지 않아, 거의 대부분 내부가 트여 있으며 불결하다.
어쩌다 가끔씩 지방도시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게 되면, 바닥은 오줌으로 질퍽거려 발 딛을 자리를 찾지 못하고, 문이 없는 낮은 칸막이 속마다 쪼그리고 앉아 끙끙거리는 모습들이 너무 적나라하여 눈길 보낼 곳을 찾지 못하였다. 도시 변두리나 현(縣)급 지역에는 평방(平房)이라는 길게 연결된 붉은 벽돌 주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주택들은 매가구마다 화장실이 따로 없어, 부근에 지어진 공동화장실을 사용한다. 입구에는 문 대신 키 높이 정도의 벽이 안을 가려 주고, 내부가 확 트여 이웃끼리 환담하면서 볼일을 본다. 옛날, 우리나라 시골 우물가나 빨래터에서 이웃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듯, 공동화장실이 소통의 장소로 이용되는 것이다. 내가 중국에서 공장을 지을 때, 당연히 화장실 문을 달았다. 그러나 곧, 문이 있으나마나라는 것을 알았다. 직공들 거의가 문을 열어 놓고 볼일을 보는 것이었다.
좀 예외다 싶은 경험을 두어 번 한 적이 있었다. 남자 화장실을 여(女)청소원이 청소하고 있을 때, 별 생각 없이 들어가 벽을 쳐다보며 소변기에 소변을 본적이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청소원이 정신병자라며, 마치 성추행이라도 당한 것처럼 야단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뒤통수로 욕만 실컷 얻어먹었다. 뒤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리 바빠도 그럴 때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천진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다. 요즈음 유행하는 비지니스 호텔에 들어갔다. 그리 고급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싸서 좋았다. 그런데, 화장실 벽이 전부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반투명이거나 안이 보이지 않는 특수유리가 아닌, 완전 투명한 유리였다. 더블베드가 놓여 져 있는, 두 사람이 숙박 할 수 있는 곳인데 화장실 내부가 훤하게 보이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부부나 애인사이라 할지라도 샤워정도는 모르겠으나, 대변하고 처리하는 과정까지 보여 주는 것이 괜찮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무실에서 부장님이 큰소리로 방귀를 뀌었다면 여직원들이 숨죽여 킥킥거릴 것이다. 중국 우리사무실에서는 간부가 의자에 앉아, 한쪽 엉덩이를 들며 힘주어 방귀를 뀌어도 여직원들 누구도 들은 척도 않는다. 언젠가 사우나를 끝내고 아가씨에게 전신 안마를 받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대개 좁은 룸 안에서 개인별로 받도록 되어있다. 안마를 받다, 나도 모르게 방귀가 나왔다. 어둡고 조용한 룸 안에서 방귀소리가 났다면 아가씨가 응당 키득거려야 할 것이다. 나는 무안하여, 가만히 아가씨의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아마 우리나라 아가씨였다면 자지러졌을 것이다. 방귀는 하품이나 트림처럼 본능적인 생리현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우리나라 거리에서 섹스 숍을 본적이 없다. 주로 인터넷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간혹 한적한 교외 길에 승합차를 세워놓고 성인용품을 팔고 있는 경우는 보았다. 우리나라 정서로는 주위의 눈 때문에 내놓고 섹스 숍에 들락거리기가 뭣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다르게, 중국은 대도시, 지방도시, 현(縣)급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어느 거리에나 몇 발자국 가지 않아‘보건품'이라는 간판의 섹스 숍을 볼 수 있다. 북경 제일의 번화가, 왕푸징(王府丼) 거리에도 커다란 섹스 숍이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온라인 숍이 보편화 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섹스를 당연한 생리적인 행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당당하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중국인과 우리는 같은 뿌리의 유교문화를 공유하였음에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 외국인인 내가 그 나라의 문화가 좋고, 나쁨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예의와 도덕 문제가 아닌 문화와 사상의 차이일 것이다. 우리 기준으로 본다면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도 좋다고 할 수 없지만, 남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도 결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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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0 1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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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회 후 첫 작품을 올려 봅니다. 서툰 글이어서 부끄럽습니다. 많이 지도하여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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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1-04-20 23: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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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으로 들은 바는 있습니다만 이렇듯 문화의 차이가 큰줄은 몰랐습니다. 좋게 말해 문화의 차이지 인간의 기본적인 수치심마저 배려하지않는 생활 방식이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을 유린하는 공산독재의 잔재가 아닐까 싶습니사. 그나저나 중국에 대하여는 앞으로도 쓰실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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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1 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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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어슬픈 제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중국에서 18년정도 사업을 하다 2009년에 들어 왔습니다. 혼자 있다 보니 심심하여 메모한 글 중의 한편 입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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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1-04-21 07: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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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렇게 작품 올려주시고 사랑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도 교도관으로 정년퇴임했습니다. 그런데 교도소의 화장실을 그렇게 해둔 이유는 교도소에 들어오면 사람들이 자포자기 할 때도 있고 순간적으로 자살 결심을 하게 되는데, 대게 화장실에서 감행을 하거든요 그래서 시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말하자면 자살 방지를 위해서 그렇게 설치 해놓은 것입니다. 아무튼 인권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많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거리에 색스숍은 없지만, 성인용품판매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답니다. 아무튼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만 가득 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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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1 0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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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감사합니다. 교도소 화장실에 개방형인 이유가, 그런 뜻이 있은 줄은 몰랐습니다. 저가 처음 중국 들어가서 놀란 점은 예의와 도덕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곳이 공자가 탄생한 나라가 맞나 싶었습니다. 중국 역사를 읽어 보니 다 그런 이유가 있더군요. 임선생님 앞으로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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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1-04-21 0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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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뵙게돼서 반갑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 문화와 정서라는 것이 워낙 차이가 커서, 때로는 신기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만 그 용도와 생각의 기준은 그들로부터 생성된 것이어서, 선생님 말씀처럼 흥미로울 뿐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파격적이고 이질적인 문화에 어느덧 서로는 조금씩 동화되어 간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결국은 지구촌의 역사성이 되어진 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는 글입니다. 항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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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1 0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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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문선생님 총회 때 뵌 것이 생각납니다. 서툰 글을 올려 보았습니다. 중국에 오래 있다 보니까 이웃이면서도 다른 점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나라의 문화라는 것은 그들의 생존환경에서 생성된 것이 겠지요. 앞으로 많은 지도와 격려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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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1-04-21 16: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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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저도 중국 황산에 갔을 때, 급한 길에 주유소에서 화장실을 갔다 어찌나 놀랐는지. 어릴적 시골에 살던 풍경보다 심한 것 같아 볼 일도 못보고 나와버리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 작가회의 좋은 문우로 활기찬 활동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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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1 17: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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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장님 아직 미숙한 글이라 올리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올리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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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1-04-24 08: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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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경험이네요.ㅎ
요즘 우리나라 화장실은 참 잘 되어있지요.
그런데 어쩌다 근교 국가를 방문했을 때
황당함을 느끼게 되더군요.
깊이 공감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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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4 1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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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선생님 미숙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여년 전에는 정말 억망이었는데 요즈음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뀔려면 오래 걸리겠지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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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1-04-25 1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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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반갑습니다.
첫 인사를 드리며 작가회 회원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신병 훈련 때 지붕이 없는 야전변소에서
작업모는 말아쥐고 탄띠를 목에걸어 한쪽끝을 단단히 움켜쥐고
일을 보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방비를 게을리했다간 순식간에 탈취당하지요.
일을 보던 중이라 범인을 추격할 수도 없습니다.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겠으나
'지구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중이용시설은
보편화,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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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1-04-26 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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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선생님 환영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신병훈련 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식기와 숟가락을 도둑맞지 않으려고,.... 훔쳐서 도망가고 잡으러가고, 요즈음은 이런 풍경이 없겠지요. 앞으로 많은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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