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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3-04-25 08:44
조회 : 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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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석(太湖石)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이웃 도시 순천에서 세계정원박람회장가 열린다기에 개막에 맞추어 달려갔다. 다른 곳과는 달리 나무와 숲, 꽃과 돌로 정원을 가꾸어 놓았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무엇보다도 세계 각국의 정원이 꾸며졌다는 말에 귀가 번쩍 트였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것도 또 얼마나 다채로운 것잃까.
한데 막상 찾아가 둘러본 박람회장의 외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아직 제대로 꾸며져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볼만한 돌한 점도 없었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자연석을 들여와 눈비움으로 꾸며놓고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가 조경도 엉성하여 대충 맨땅에다 구획을 지어서 서둘러 화초을 심어놓은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그런 중에도 그나마 격식을 갖춰놓은 곳은 한국 정원과 중국 정원이었다. 그중 한국 정원은 흔히 볼 수 있는 돌이라서 친근감을 주었고, 중국 정원에는 그 명성 자자한 태호석(太湖石)이 입구에 놓여있어 위안이 주었다.
태호석은 너무나 유명한 돌이다. 중국 소주지방의 동정호의 서쪽에서만 출토되는 돌로서 예로부터 형상이 기기묘묘하다고 알려졋다. 이것은 특정한 상류층만이 애용해 왔다. 형상을 보면 구멍이 뚫리고 주름 잡히고 파리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그런 돌이 전면에 배치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무척 반가웠다. 형상도 볼만 하거니와 어느 임금님과 관계도 있어서 눈길이 갔다.
정조임금이 지은 <춘저록> 에 보면 이 태호석을 주문왕솥과 화로에 앉혀서 움직이지 않게 나란히 벌려놓았다는 대목이 있다. 그리고 돌의 형상을 표현해 놓았는데 어디서 찾아볼 수 없도록 사뭇 사실적이다.
'형은 활퀴고 갈키어 뾰족뾰족 한것이 험한 봉우리같고 벌레가 등을 구부리고 있는 것 같이 연봉을 이루고 괴상한 것이 동물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여간 흥미로운 표현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돌앞에 서서 발걸음을 멈추니 . 탄성을 절로 나왔다. 크기도 우람한 데다 형상도 빼어났던 것이다.
이 태호석의 가치는 일찍이 북송의 휘종 임금이 먼저 알아보았다고 한다. 궁궐에다 놓아두고 놓아두고 늘 보았단다. 그렇지만 아름다운 정원, 특히 태호석으로 단장된 유서 깊은 정원은 훗날 청나라 때 사람 서시태란 사람이 개인정원으로 꾸민 유원(留園)이 꼽힌다.
그 정원 한가운데는 거대한 태호석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름 붙이기를 관운봉(冠雲峰)이라고 했으며 현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단다.
그밖에도 태호석을 사랑한 이는 백거이(白居易, 字 樂天)로서 집에다 가산(假山)을 만들어 놓고 즐겼다. 그는 문집에다 항주에서 지난 3년의 자사(刺史) 대가가 돌 두 점이라고 적어놓기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으로 소식(字 동파)도 빼놓을 수 없다.
통천석(洞天石)의 명석에다 향로를 집어놓고 향을 피워서 연기가 구름같이 피어오르는 것을 즐겼던 것이다. 이 태호석을 선호한 것은 변화무쌍하고 완상미가 뛰어났기 때문인데, 그런 역사가 있는 돌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게 되니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옛 중국인들이 태호석을 좋아한 것은 기묘한 형상에 홀린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돌의 근본을 생각하고 돌이 상징하는 절개와 지조, 믿음을 큰 가치로 인식하지 않았을까.
괴석을 최초로 안방으로 들여와 즐긴 사람으로는 북송대 사람 미불(米芾)을 꼽힌다. 해서 애석인들은 그를 비조로 여긴다. 그는 일찍이 수석의 조건을 투준수(透.竣.瘦)로 들었다. 깡마르고 주름이 잡히며 준수하고 구멍이 뚫려야 함을 들었다. 한데 다른 것은 이해가 가는데 특별히 구멍이 뚫려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늘 궁금했는데 태호석을 보니 과연 이해가 됐다.
태호석은 투(透)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정원에 있는 돌 역시도 관통이 보이는데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마음을 사로잡는다.
볼수록 기묘하다. 어찌 이처럼 천공(天工)의 솜씨로 형상을 빚어 놓았을까. 보기에 자연스럽기 그지없는데 깎고 문질러 놓은 듯 그윽한 유현함이 드러난다.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외곽에서 수많은 분재들을 보았지만 기묘하기가 차원이 달랐다.
분재의 소재가 본래부터 기묘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결국은 작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사람이 손이 미쳐서 형상을 잡아 놓은 것이지만, 태호석은 어디 한 군데 가공한 데가 있는가. 그저 물과 바람과 햇볕이 갈고 닦아 놓았을 뿐이다.
역시 수석은 관통이 압권인 것 같다. 형상이 뛰어난 것도 보기에 좋지만 뚫린 구멍은 확실히 금상첨화다. 이런 돌에 반해 나 또한 그동안 관통석을 하나 소장해 보려고 얼마나 갈망했던가.
수없이 강가나 바닷가를 누볐으나 제대로 된 것은 채취해 보지 못하였다. 그만큼 귀하기도 하고 수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무언가에 모두들 정신이 팔려있다. 사진기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누구는 튤립의 매혹적인 색상에 반해 셔터를 누르고 누구는 노거수의 늠름함과 실내 정원의 아기자기한 꽃들에 눈을 맞추기에 바쁘다.
그러나 나는 오직 태호석에 마음이 빼앗겼다. 그런 데는 그것이 결코 웅장하거나 가격이 고가여서가 아니다. 내가 수석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온 지가 수십 년이 넘지만 수석의 기원이 된 이 태호석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커다란 관통에 눈을 맞추었다. 흔히 애석인은 관통석을 감상하면서 바라보는 저 너머의 세상을 무릉도원으로 여기기도 하는데, 나 또한 잠시나마 속진 세상에서 저편을 바라보는 정화의 시간을 가졌다. 애석인이 아니고서 어찌 이 기분을 알까.(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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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4-25 2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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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 태호석을 마주하고 오셨군요. 저도 수석광이라고 할 정도로 수석에 심취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수석을 잊지 못합니다. 또 기회만 되면 남한강으로 북한강 상류로 한탄강으로 또 가평노루목으로 수석을 찾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치솟곤합니다. 태호석에 얽힌 이야기 재미나게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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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6 08: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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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을 취미로 삼고 사는 사람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번 뻐져들면 절대로 헤어나지 못하는 점이지요. 그 점에서 임재문선생님이 지금도 수석을 못잊어 하는 마음은 능히 헤아릴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시간이 나면 도록이나 인테넷에서 수석사진을 감상합니다. 수십년을 하고 있는 버릇인데도 물리지 않는 것은 분명 石神이 씌운게 분명합니다. 꿈에 드리던 태호석을 본 감격은 잊을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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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4-25 2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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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어떤 특별한 취미를 가지고 이를 즐기며 살수 있는것도
행운이 아닐까합니다. 임선생님은 목표와 목적을 뚜렷하게 설정하고
사시는 훌륭한 분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무작정도 나름대로 의미와 여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다만 취미는 특정한것이니까 아무거나 좋아하는것과는
다르겠지요. 임선생님의 특별한 취미에 부러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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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6 0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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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나름의 심미안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수석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수십년간을 수석을 대하고 살다보니 자연스레 서예나 그림이나 공통품도 이해하는 어섯눈이 떠지는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엇에 열중하며 빠져사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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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3-04-26 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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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돌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감탄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에 임 선생님의 집을 방문했을 때, 보배처럼 아끼는 男根石과
女根石을 자랑삼아 보여주었을 때... 무심하게 거저 돌 보듯이 하기만 하고
돌아왔던게 못내 미안하고 아쉽습니다.
그 돌을 더 깊히 연구(...)하고 감상를 하고 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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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6 0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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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석은 지금 보성한국차 박물관에 고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인테넷을 검색하면 기증한 수석이 가끔 보이는데 그만큼 신기하게 여긴 사람이 많은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차박물관에 들러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제 카페<끄적끄적>에 올려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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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6 09: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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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세상은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저는 수석을 모르니까 쑤저우에 갔어도 그 귀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모른다는 것이 이렇게 답답할 수가 있을까요? 태호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공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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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6 0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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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세상을 모르고 사는 것이 한둘이겠습니까. 저 또한 모르고 지나치거나 무지한 부분이 많음을 시인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다행히 수석을 접하고 심취하다보니 나름의 미적감각과 감성을 키우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등단때도 돌이야기를 썼습니다. 이것이 가히 선비가 벗하여 즐길만 하다고 생각한 때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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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4-27 2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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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지만 수필 잘 읽었습니다.
순천 세계정원박람회를 기대하고 있답니다.
<해우소>로 유럽에서 상을 받은 분이 만든 정원을 보고 싶어 가보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가까이 계시니 자주 들릴 수 있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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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8 06: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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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정원은 기대하는 것 보다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의 조경, 아름다운 꽃 , 분재 습지의 풍광은 훌륭했습니다. 저는 돌을 보러갔는데 중국정원에서 그나마 태호석을 본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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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4-29 1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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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견지 낚시에 미쳐 살던 시절, 강가에서 수석을 줍네 하고 다니는 것을 우습게 보았는데, 이제 와서는 후회가 됩니다. 그래 늦게나마 뜬 눈으로 수석을 수집으로하여 그에 대한 시와 종유석, 물형 오석 투석 등 그래도 남이 부러워 하는 것을 지니고 완상하고 잇습니다.
한 가지 드릴 말씀은 이러 글에 태호석 그 사진이 없다는 것은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수필이나 시도 이미지와 함께 할 때 화룡점정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작가도 변하는 세태를 가능하다면 따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3,500만 극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도 이미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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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9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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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선생님도 수석을 소장하시면서 애석생활을 하고 계시군요. 오석에 투가 있다면 일단 좋은 돌로 생각됩니다. 이곳에는 사진이 올라가지 않더군요. 제 카페에는 사진을 담아 놓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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