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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표작 / 그립고 그립다
  글쓴이 : 임병식 날짜 : 19-03-16 15:38     조회 : 1449    
그립고 그립다

 

임병식 rbs1144@hanmail.net 

 

 TV에서 방영하는 음악 경연 프로를 시청하다가  나도 몰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복면가왕 노래 경연이 펼쳐지는데 바로 노래 제목이  ‘그립고 그립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노래를 마음 속으로 따라 부르노라니  문득 돌아가신 형님 생각이 났다. 곡도 곡이지만 노래 가사가  마냥 심금을 울렸다. 그래서인지  방청객도 하염없이 눈물 짓는 이들이 많았다. 
  눈물샘은 건드리는 데는 가창력도 한 몫 했지만 노래가사가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는  말이 감성을 건드렸다. 
 그런 관경을 보면서  사회자가  한 페널을 지목하여 "왜 우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그는  다소 쑥스러워 하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그 노래는 그토록  처연한 음색에 실려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이때, 지그시 눈을 사려감고  당시 사경을 헤매는 형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급하게 연락을 받고 들어선 응급실의  형님은 코에 산소 호흡기가 꽂고 있었다.  의식은  거의 없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하고 나는 장지(葬地)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둘러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 고향으로 행했다. 
  돌아온 차창 안. 형님은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지고 마는 것인가. 회한이 한 폭의 영상으로 파노라마가 되어 눈앞을 스치고  있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  옛날의 일들. 그 영상이 어떤  시 하나를  떠올렸다.
 

 我兄顔髮曾誰似  우리 형님 얼굴은 누굴 닮았나     
 每憶先君看我兄  아버지 생각나면 형님을 보았지
 今日思兄何處見  이제 형님 생각나면 그 누굴 보나
 自將巾袂映溪行  시냇물에 내 얼굴을 비추어 보네 

 형님을 그리워 하며 쓴  연암의 시. 그는 일찍이 부친을 여의고 아버지를 닮은 형님을 의지하며 살았다고 한다. 그런 형이 돌아가자 두건 쓴 자신의 얼굴을  시냇물에  비쳐보며 읊은 것이다.  핏줄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게 안겨오는  시다. 그 심사가 마치 내 마음 같아서였을까.  전이되어 오는 감정이 진하게 요동을 쳤다.
 고향으로 내려온 나는 곧바로 지관(地官)을 교섭했다. 그러는 사이 형님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운명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나는  정작 형님의 임종과  입관 절차는  참관 하지 못했다. 
 나는 차라리 마지막 염습(殮襲)하는 걸 지켜보지 못한 것을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을 지켜보았다면 보나마나 흘러 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을 텐데,  현장에서 한꺼번에 눈물을 쏟기 보다는  두고두고 안타까움을 새기며 지내는 편이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님은 일찍이 가장으로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셨다. 선친께서 젊은 연세에 돌아가신 바람에 손아래 동생 다섯 명은 결혼은 물론 학업도 마치지 못한 생태였다. 그런 마당에 가난한 살림을 애면글면 이끌며 손을 대지 않는 일이 없었다. 
 행상에 나서 신발 가게를 연 것을 비롯하여, 도회지로 나와 만화 가게, 리어커 장수, 건설현장 인부 등을 전전하며 돈을 벌어 도청소재지에 살림집을 마련하였다. 돈을 많이 벌기보다도 오직 근검절약을 하며 산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철마다 농사를 지었다며 쌀을 보내주고, 고구마와 감자, 푸성귀를 보내주었다. 장남으로서 당신이 해야 할 바를 한다는 생각이셨다. 한번은 어찌 동생인 내가 돌을 좋아하신 것을 알고 돌을 깨다가 메고 오신 적이 있다. 
 고향 뒷산을 같더니 쇳소리가 나는 돌이 있더라며 가져오셨는데, 모양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석질만은 좋은 것이었다. 일견 보기에 제석산 돌과도 비슷하여 나는 그 돌이 수십 키로가  떨어진 우리 마을 뒤에도 그 석맥(石脈)이 이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와 형님과의 나이차는 13년이나 된다. 그런지라 항상 어리게 보아온 때문인지 자라면서 손찌검 한번 당해 본 적이 없다. 늘 든든한 보호자로 옆을 지켜주셨다. 
 나는 형님이 장가가던 때를 잊지 못한다. 국민학생인 내가 아버지를 졸라 따라나셨던 것이다. 차편이 변변치 않던 때에 트럭을 빌려서 가게 되었는데 고갯길에서 차가 자꾸만 미끄러져서 내려서 한참을 걸었던 생각이 난다. 
 당시 아버지는 극진한 대접을 받았는데, 나도 난생 처음으로 값비싼 음식에 눈이 홀려 체면 불구하고 포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형님이 학교를 다닐 때는 학생들의 좌우충돌이 극심한 때였다. 학생들이 좌익에 가담하지 않는다고 테러를 가하려 집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몇 개월을 학교에 다니지도 못했다. 무슨 의식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들 편에 서지 않는 것을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들과 어울려 입산이라도 했더라면 우리 집안의 몰락은 물론, 내가 나중에 직장을 구하는 신원조사에도 통과가 불가능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형님은 우선 고향의 야산에 모셔 드렸다. 나중에 육탈이 되면 부모님이 계시는 선산으로 다시 모시려고 한다. 
 형님은 눈을 감으시는 순간까지도 나를 늘 걱정했다. 집사람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나를 안타까워하셨다. 생각해 보니 내가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보다 당신이 훨씬 많이 전화를 주시곤 했는데, 동생인 나는 고마운 줄을 몰랐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끊임없는 사랑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노래를 들으면서 울컥해지고 형님을 떠올린 것은 살아생전 이런 저런 마음써 주신 것이 비로소 혈육의 정으로 감응된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형님” 
 하지만 이 말이 전달이나 될까. 하늘은 높고도 높기만 한데, 거리나 시간관념을 추월하여 마음을 전한다 해도 그곳은 너무나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입속으로 외어 보기는 하지만 부질없음을  왜 모르랴. 이제 형님이 보고 싶으면 연암이 냇물에 자기를 비춰보듯이 거울을 보며 핏줄의 흔적을 더듬을 수밖에.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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