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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최원현 |
날짜 : 15-07-20 10:01
조회 :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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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http://www.silvernews.or.kr/?design_file=article_v.php&article_num=210… (3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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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종소리/최원현
아내가 장미꽃 두 송이를 사 들고 왔다. 하도 예뻐서 사 왔다고 한다. 작은 꽃병에 꽂으니 더 아름답다. 한데 꽃에 이슬이 맺혀있다. 웬 이슬이 맺혀있을까 신기해하며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런데 떨어지질 않는다. 그러고 보니 꽃도 진짜 장미꽃이 아니다. 조화다. 아내는 그 이슬 때문에 욕심났다고 했다. 참으로 놀랍다. 진짜 꽃이 아닌 만들어진 꽃인데 이슬까지 맺힌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꽃이다.
인기작가의 표절 시비가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의 작품이 여러 나라에 소개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매스컴을 오르내렸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순식간에 냉랭해져 버렸다. 사람들은 사실만 믿는다. 아니 사실만을 믿으려 한다. 그러나 사실이란 눈에 보이는 부분만이다. 들리는 것만이다. 그리고 믿어지는 만큼만 믿는다.
사실은 있어도 진실이 없는 시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진실이 사실일 때 사실로서의 가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을 보도한답시고 실컷 터트려놓고는 그게 진실이 아니었음에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해서 당사자는 그걸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일까지 생기고 그 가정이 풍비박산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나는 기자이기 전에 수필가로 수필도 쓴다. 수필은 진실의 문학이다. 수필은 체험을 글감으로 하지만 사실보다는 진실을 더 중시한다. 얼마 전 금아 피천득 선생의 <인연>이 수필이 아니고 소설이라는 제자 석 교수의 인터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
<은전 한 닢>이란 글도 소설이라 했다. 오랫동안 교과서에도 버젓이 수필이라며 실려 있던 글인데 당사자는 생존 시 왜 글 속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까. 수필은 주로 자기의 실제 체험을 글의 내용으로 삼는다. 해서 수필 속 이야기는 사실이요 진실이라고 독자는 여과 없이 믿는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독자들은 더욱 가슴 아파하고 감동도 한다. 그런데 그게 자기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만들어진 이야기인 소설이었다고 한다. 수백만의 학생들이 그 이야기 속 진실에 안타까워도 하고 감동도 했는데 그게 만들어진 이야기였다니 허탈하기 이를 데 없다.
한때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우동 한 그릇>이란 감동의 이야기가 있다. 북해도의 한 작은 음식점은 일약 유명해졌다. 일본 의회에서 한 의원이 그 글을 읽어 의회당이 감동의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감동을 좇아 나도 여러 권의 책을 사 선물도 했다.
그런데 그게 얼마 후 소설이라고 밝혀져 많은 사람이 배신감에 빠졌었다. 같은 이야기인데도 그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따라 감동은 그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해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척 속이는 일도 생기고 알면서도 부러 해명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감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요즘 정치인들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한 공약이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사실을 보도해야 하는 신문이나 방송도 사실의 진위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신속한 보도에만 급급해 하는 것을 보면서 언론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한 번 깨어진 그릇은 다시 원상으로 복원시킬 수는 없다. 땅에 쏟아진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책임 있는 보도란 그래서 중요하다. 행여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재판도 삼 심제를 택하고 있는데 언론은 아무런 거름 장치도 없이 보도에만 신경을 쓴다.
결국, 기자의 양심과 언론사의 공신력을 독자는 믿을 수밖에 없다. <우동 한 그릇>의 배반감, <인연>이나 <은전 한 닢>이 주었던 감동과 진실 그리고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지듯 한 번 믿음을 잃게 되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
청문회 석상이 아니라도 사건이 발생하면 일단 아니라고부터 하고 보는 우리 사회 현상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도청사건으로 물러난 미국 대통령도 도청보다 한 것을 아니 했다고 했던 것 때문에 물러나지 않았던가. 표절했으면 바로 잘못을 시인해야 할 것이고 독자의 감동이 크다고 해도 소설을 수필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의 양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이런 부끄러운 일들을 보면서 사실과 진실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실버넷뉴스는 특종은 못해도 진실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나마 자부심을 느낀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의 해가 밝았다. 순리와 진실을 중요시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쉽다.
그래서일까. 아내가 꽂아둔 예쁜 장미꽃 송이가 똑같은 꽃인데도 처음 볼 때보다는 분명 덜 예뻐 보인다. 조화(造花)라고 알아버려서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모두 저마다 진실의 종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실버넷뉴스 최원현 기자 nulsaem@silvernetnews.com
(주) 실버넷뉴스에서 옮겨왔습니다. 맨 위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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