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개나 짐승 물고기 같은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다가 죽으면 마냥 슬퍼하고 온가족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짓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강원도 춘성군 동산면에 살던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그 집에 동식이 아저씨라고 부르던 머슴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서울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동식이 아저씨 보고 닭장에서 실한 놈으로 닭 한 마리를 잡아서 도리 탕을 해주라고 했다. 동식이 아저씨는 바둥대는 암탉 한 마리를 잡아 채어 창고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요리하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창고쪽에서 꼬꼬댁, 꼬꼬댁 하며 동식이 아저씨 손을 뿌리치고 닭이 튀어 나왔다.
그런데 닭대가리가 거의 잘려서 줄에 매단 돌멩이 처럼 빙글빙글 돌고 피는 사방으로 튀는 난장판이 되었다. 동식이 아저씨가 닭대가리를 자르려다가 손을 놓쳐버린 틈에 도망쳐 나온 것이다. 그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한동안 닭고기를 먹지 못했었다.
그런데 요즈음 순천에 있는 어떤 경찰관이 사람이 죽은 시체를 가지고 처리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높다. 그러나 별로 보기 싫은 시체를 이리 저리 살펴본다는 것이 직업상 어쩔 수 없어서 겪는 것이지 즐겁지도 않을 뿐더러 쉬운 일도 아니다. 흔히들 형사가 되면 그런 일도 잘 할 것 같지만 콤롬보 형사처럼 사건 해결을 멋지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그 직업을 택한 것이지 장의사처럼 맨 날 보기 싫은 일이나 하려고 택한 직업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죽은 시신이 발견되는 곳은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번화한 곳이 아니고 대부분 한적하고 으스스한 곳일 뿐만 아니라 날씨도 비가 뿌리든지 아니면 처량한 달빛이 음산한 야밤에 발견된다.
언젠가 야간에 등산을 하던 등산객이 하산 길에 나무에 목을 매달아 죽은 시체를 보고 기겁을 하여 달려 내려와서 신고를 했다. 이 사건이 신참인 김 모 형사에게 배당 되었다. 같이 나가야 할 사람이 없어서 보조 근무를 하던 의경 한명을 데리고 나갔다.
신참 김 형사는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까 산속으로 입구에서 5분여 거리에 있는 지상 2.5 미터 정도위에 있는 나뭇가지에 목을 맨 남자 시신이 있었다. 나무에 매단 끈을 잘라야 하는데 산길이라 한사람은 나무에 올라서서 칼로 끊어야하고 밑에서 한사람이 떨어지는 시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형사는 같이 간 의경에게 올라가서 끈을 끊으라고 시키며 자기가 밑에서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경은 자기가 밑에서 받을테니 김 형사보고 나무에 올라가서 끈을 끊으라고 하여 김 형사가 나무위로 올라갔다. 김 형사는 의경에게 잘 받으라고 주의를 환기시키며 나무에 올라갔는데 목을 매어 자살한 시체라 그런지 혓바닥이 입 밖으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다행히 눈은 감겨져 있었지만 마침 달밤이었는데 달빛에 비친 시체의 모습이 그렇게 괴기하게 보일수가 없었다. 김 형사는 속으로는 떨렸지만 아직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의경 앞이라 의연한 체 할 수밖에 없었다. 김 형사는 일부러 큰소리로 의경에게 잘 받으라고 주의를 환기 시키며 목을 맨 줄을 끊었다.
그때 시체가 눈을 확 뜨는 것이다. 목을 맨 줄이 끊어지면서 눈이 저절로 떠진 것이다 그러나 그 영문을 모르는 초보 김 형사는 너무 놀라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런데 밑에서 시체를 받던 의경이 악!!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시체를 부둥켜안고 기절해 버린 것이다. 시체가 떨어질 때 시체의 얼굴이 의경의 얼굴과 거의 맞닿은 것이다. 그때 시체의 입 밖으로 길게 늘어진 혓바닥이 의경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미끄러지며 눈을 부릅뜨고 있으니 까무러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산속에서 홀로 남은 김 형사는 아연 실색하게 되었다. 시체도 무서웠지만 같이 갔던 의경조차 기절해 버렸으니 너무 당황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김 형사는 오들 오들 떨 여유도 없이 ‘걸음아 나 살려라 ’ 하고 산길을 달려 내려와서 헐떡거리며 인근 파출소로 달려갔다. 방범대원들과 순경 몇 명이서 들것을 준비하여 현장으로 가서 시체도 수습하고 의경도 깨워 데리고 왔다. 김형사는 그날 밤 내내 얼굴은 하얗게 질린채로 떠듬 거리며 시체가 살아 났다는등 횡설수설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