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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영월 |
날짜 : 12-03-10 22:51
조회 :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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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계란을 치더라도
김 영월
매년 열리는 퇴직자 동우회 총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광화문에 있는 세종 문화 회관에서 열렸다. 세월이 어찌나 빠른지 지난 외환위기 때 느닷없는 금융계 구조조정이란 칼날 아래 직장을 나온 지도 벌써 십여 년이 흘렀다. 그 때의 동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변한 모습도 보고 정담도 나누고 식사 대접에 선물까지 받는 기회이니 즐거운 기분으로 누구나 참여하게 된다. 비록 떠나 온 직장이지만 그립고 고마운 생각을 하게 된다.
모임이 끝난 후 곧장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친한 동료 두 명을 데리고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면서 나를 따르게 했다. 그들은 의아해 하면서도 별로 바쁜 일이 없는 듯 내가 인도하는 대로 광화문을 지나서 종로구 효자동 쪽 중국 대사관 앞에 이르렀다. 빨간 오성기가 펄럭이는 대사관 앞은 출입금지로 경찰 버스 여러 대가 삼엄하게 경비를 펴고 있었다. 대사관 건너 편 인도에 교회 건물이 있고 뉴스에 보도된 대로 탈북자들의 북송 반대 시위 현장이었다.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담당인 여자 한 명이 테이블 위에 서명부를 비치해 놓고 북송반대 서명 운동을 하고 후원금도 모금하고 있었다. 함께 간 세 명은 주저 없이 서명록에 기입하고 후원금 상자에 일만 원씩 기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일인용 텐트에 ‘14일 째’라는 글귀가 쓰인 이 애란 원장(탈북자 1호 박사로 북한 전통 음식 연구원 원장)의 단식 투쟁이 가슴을 찡하게 했다. 나이 든 행인 한 명이 여교수를 위로하는 듯 계속 대화를 나누고 다른 행인들도 가끔 지나가며 ‘힘 내세요’ 한 마디 씩 거들었다. 이 원장은 지쳐 있는 얼굴이지만 눈빛만은 결연한 의지로 빛나는 듯하다. 며칠 전에 여성 국회의원 박 선영이 이곳에서 11일 째 단식 투쟁으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실려 가는 뉴스를 들었다. 아직도 쌀쌀한 꽃샘추위에 노숙자처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단식까지 하면서 지내는 일이 얼마나 큰 고통이랴. 체력이 좋은 남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연약한 여성들이 역사를 바꾸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세계 여론이 북송 반대에 공감대를 얻고 있고 차츰 국제 사회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SAVE MY FRIEND.(나의 친구를 구해 주세요.) 이런 영어 문구가 시위 현장의 피켓이 되어 아름다운 울림으로 호소력을 갖는다.
중국은 북한과의 정치적 문제만을 고려하여 목숨 걸고 국경을 넘어 온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시 돌려보내는 잔인한 조치를 그만 두지 않는다. 3대 째 이어오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강제 북송 되는 그들에 대해 ‘삼족을 멸할 것’이라는 조선시대의 끔찍한 형벌을 들먹거리는 신문 보도가 나돈다. 세계 인권 선언문(1948년)은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라고 결의했고 이에 따라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는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로 향해 퍼지고 있는 신성한 인권에 관련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국도 대국에 걸맞는 태도의 변화를 바라지만 지금으로선 골리앗 같은 거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양심의 목소리는 화살이 되어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기적이 반드시 일어나리라. 아무리 큰 바위라도 계란을 던지고 던져 포기하지 않을 때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지 않던가.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이 어떠한 운명에 처할지를 뻔히 아는 중국 당국이 그러한 일을 계속한다면 어찌 문명국가로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으랴.
중국 대사관 앞에 자리한 옥인교회는 계속되는 시위를 보면서 무척 괴로운 입장일 것이다. 신도들이 교회 출입하는 것도 불편할 것이고 교회의 기물 파괴 등 안전이 염려될 터이지만 교회는 결코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다. 사람들이 시급한 화장실 출입도 가능할 수 있도록 안내 표지를 해 두었다. 성경에 보면 선한 사마리아 인의 얘기가 나온다. 산길에서 강도를 만난 사람이 쓰러져 누워 있었다. 마침 그 곁을 지나가던 세 사람의 태도가 모두 달랐다. 첫 번째 사람은 거룩한 제사장이지만 그냥 바쁜 체 피하여 지나가고 두 번째 사람은 경건한 레위인이지만 역시 못 본 체 지나가고 세 번째 사람은 이스라엘인들에게 멸시 받는 사마리아인이었다. 그는 강도 만난 행인에게 다가가 상처 받은 부위를 싸매주고 자신의 타고 온 말에 태워 가까운 여관을 찾아 주인에게 맡기며 모든 비용은 자신이 부담할 테니 잘 돌보아 줄 것을 부탁했다.
나도 신앙인으로 옥인 교회가 선한 사마리아인 같은 역할을 감당해 주는 듯해서 무척 반가웠다. 남한의 대한민국 정부에서 태어나 이처럼 행복하게 사는 우리들이 다만 북한에 태어난 죄로 견디다 못해 국경을 넘었는데 다시 지옥의 문으로 향하는 눈물겨운 현실을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으랴. 다 같이 양심의 힘을 모아 시위현장의 목소리가 지구촌에 메아리치기를 간절히 기도하리라. SAVE MY FRI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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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3-11 0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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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참으로 뜻있는 일을 하셨네요. '탈북자 북송' 문제만큼은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모두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퇴직 10주년이 되는날, 감회가 남달랐을텐데 북송반대 서명운동으로 이어지다니 아주 멋지십니다. 그런 뜻에서 힘찬 박수 보냅니다. 짝 !짝 !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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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3-11 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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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부회장님 ! 저도 퇴직한지 벌써 5년째 접어드는데 세월이 참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자의 모임에 참석해서 그동안의 애환을 나누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탈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장 방문을 통하여 함께 하는 마음이 감동적입니다. 새봄을 맞아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월 부회장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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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3-12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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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월 부회장님 안녕하셨습니까? 중국이 인권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을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내, 외국인 할 것 없이 인권은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 일 수가 없습니다. 사람은 많고 국가는 하나 뿐이니까요. 항상 좋은 일만 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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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2-03-13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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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물이 꾸준히 쉬지 않고 떨어질 때 바위도 뚫는 것처럼
결국 거대 중국도 한국에서 시작된 강제 북송 반대라는 인권의 외침에
손 들고 나오리라 여겨집니다. 직접 참여는 못하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발길이 그 곳에 닿아 의식있는 문우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강승택 선생님, 임재문 선생님,그리고 김용순 선생님이 항상 작가회 홈피를
활성화 시켜 주고 격려의 말씀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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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2-03-13 2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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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언젠가는 탈북주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주리라 믿습니다.
하루속히 남북이 한 가족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선생님의 행함을 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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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3-16 0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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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분들을 도울 수 있을 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에 편지를 쓸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에 온 분들도 정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던데,
그들 역시 다문화 가정으로 도와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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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3-16 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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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각박한 세태속에 더욱 새삼스러워지는 사마리아인의 얘기, 황폐한 우리의 삶에서 시급히 찾아야하는 정신의 고향, 마음의 안식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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