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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5-12-13 13:44
조회 :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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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매주 화, 금요일 오후 여섯시가 되면 지역아동센터에 아이들을 가르치러 도보로 간다. 3월에서 11월 까지만 해도 그 시간에는 훤하였는데 12월이 되니 캄캄하다. 연말이 되니 유독 찬 기운이 든다. 춥다고 생각하여 옷을 너무 껴입으면, 얼마 못가서 더워 몸살을 한다. 그러니 엷은 옷을 두벌 입어서 더우면 하나씩 벗는 것이 상책이다. 겨울 추울 때 입는 옷 중에 어떤 옷들은 엷은 것이 따뜻한 것도 있다. 실크라든지 양모는 얇으면서도 따뜻하다. 이런 것들은 가볍고 따뜻하나 가격이 비싸다. 싸구려 옷은 투박하고 무겁다. 저가의 옷 일 수 록 디자인도 이상하고 원색 계통이 많다. 특히 재래시장에서 많이 판매하는 것들이 대부분 그렇다. 어떤 시골사람은 저도 촌사람이면서 저가 입은 옷을 제 입으로도 촌스럽다고 하면서 비아냥거린다. 그 얼굴과 외모를 보면 딱 맞는데 입은 금수저 타령이다.
나는 그간 한 가지 옷만을 고집하며 늘 입고 다녔다. 오늘은 아내가 “여보! 당신은 왜 꼭 입는 옷만 입고 다니세요. 까만 차이나타운 스타일에 속에 털이 달려 있는 옷도 있고, 검은 두툼한 잠바도 있는데 왜 입는 옷만 입으세요. 다른 사람이 보면 옷이 없어 그런 줄 알겠어요.”한다. 그런데 나는 내가 입고 다니고 싶은 옷을 입고 싶지, 아내가 말한 옷은 입고 싶지 안했다. 내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늘 보아도 입김이 통 하지 않는다. 내가 입은 것은 그래도 내가 선호하여 산 금수저 아래 은수저 급은 되는 옷이다. 아내가 말한 그 옷은 친척이 사준 옷으로 투박하여 왠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천도, 디자인도, 색깔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안 입었다. 마음에 들었다면 새 옷인데 왜 안 입었겠는가!
오늘 밤은 아내가 그간 하도 여러 번 입으라고 하여 말대답으로 입고 갔다. 금년도 마지막 달이고 지역아동센터에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입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따뜻하고 포근해 좋았다. 그러나 얼마정도 걸으니 너무 더워서 환장할 지경이다. 지역아동센터에 들어가서도 술에 취한 것처럼 얼굴이 달아오르고 홍당무가 된다. 하나로 되어 있으니, 벗으면 춥고 입으면 더우나 어쩔 수 없이 입었으니 진퇴양난이다. 흙수저급 옷이었다. 이레서 옷도 급이 있다. 점잖은 집에 초대 받아 갔었다면 실례했을 뻔 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 있으니 조그만 꼬마 녀석이 "선생님은 얼굴이 왜 빨개요" 한다. 무안하여 "그래, 내 얼굴이 빨갛다고, 요즘 담쟁이덩굴 잎이 빨갛게 되니 내 얼굴도 빨갛게 되었나 보네!"하고 웃었다. 그래서 금수저를 든 사람들은 실크나 양모 등 고급 천의 옷을 백화점이나 명동상가에서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 밤에는 학생들에게 영어와 사회를 가르치는 날이다. 영어 교사가 공부를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락만하고 말을 듣지를 안하니, 학생을 지도하다가, ‘참다 참다 못 참고’ 주먹으로 일격을 가했다. 영어 선생 친구들은 불금으로 신나게 놀고 있는데 자신은 한 달에 겨우 20만원을 받고 이곳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화가 났다. 군을 제대하고 대학 4학년 복학생인 학생 교사가 일을 벌였다. 맞은 학생이 부랴부랴 인근 치안센터에 고발을 하였다. 경찰이 와 가지고 조서를 받고 교사가 잘못 한 것처럼 소란을 피우니 다수의 학생들이 기세가 등등 한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고발이 들어 왔으니 조사를 안 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리 법을 따져도 공부시키기 위하여 말을 듣지 않은 학생에게 한 대 때렸다고 교사를 처벌할 수도 없다.
그런데 학생들은 ‘선생님은 학생을 절대로 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제 멋대로 행동하는데 말을 하면 듣지를 안 하니 속수무책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육이 걱정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회초리까지 법으로 정하고 ‘체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으니 공교육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 할 수 있겠는가, 이 나라 교육 풍토가 걱정이 된다. 밤에 치안센터에 신고하고 경찰은 조사하고 이러는 가운데 무슨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사제지간의 신뢰가 깨졌으니 헛공부다. 이럴 때는 경찰도 학생을 나무라고 교사를 두둔하며 부모의 심정을 가졌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학교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어린 아이들에게 무조건 학생이 하고 싶다는 것을 모두 하게 내 버려두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맹모삼천지교나 한석봉 어머니의 떡을 썬 얘기가 그리워진다. 공부 시간에 책상 밑에 스마트폰을 켜놓고 오락이나 게임에만 열중한데 그 대로 놔두면 그게 교사의 할 짓인가!
부모의 재력이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노력하지 않아도 평생 잘 살 수 있는 아이는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죽도록 고생해도 신분 상승이 어려운 아이는 ‘흙수저’다. 불우한 아이들이 계속 흙수저만 만질 것을 생각하니 짠하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갔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누구든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의 적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사는 동안에 무소유만 좋다고 노래할 것인가! 거지 생활을 한 디오게네스 같은 철학자라면 몰라도…. 그렇다고 아무나 철학자가 될 수 있는가!
지역아동센터 갈 때 30분이 걸리고 올 때는 35분이 걸린다. 가는 거리나 오는 거리는 거리상으로는 똑같이 4km인데, 갈 때는 내리막길이고 올 때는 오르막길이다. 내리막길에 비해 오르막길이 힘이 더 들고 시간도 더 든다. 산행도 하산할 때 보다는 등산할 때 힘이 더 든다. 등산할 때는 땀이 나고 다리도 아파 쉬었다가도 오른다. 이제 등산으로 치면 출발점에서 1~2능선에 겨우 오른 아이들이 갈 길도 멀었는데 벌써부터 땀도 흘리지 않고 나태하고 놀음에 빠져있으니 아무렴 걱정이다. 인생사는 내리막길 보다는 오르막길이 더 힘들다. 화·금요일 매주 이틀 밤마다 걷는 날은 걷는 것만으로 운동은 충분하다. 흙수저 신세에 철학자도 아니면서 언덕배기 집. 불금에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안 하니 열사병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올 때 35분 걸으며 땀을 빼고 나서 집에 당도하니 온몸이 후련해진다. 꿈속에서라도 새순처럼 돋아나는 착한 아이들 만나 내 마음 속에 간직한 사랑을 다 쏟아 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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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5-12-13 1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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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환경이 좋지 않는 아동을 돌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중에는 엇나가는 사람이 많아 불량소년으로 자랄 확률이 아주 높지요.
보람된 일을 하시는데 애로가 많겠지만 사회를 보다 밝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재능기부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선생님 같은 분이 많이 계셔야 보다 나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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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2-13 16: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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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그간 몇 십 년 간 지도 해봤지만 금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처럼 말도 안 듣고, 예의, 염치도 없는 아이들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공부를 못하면 인사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고, 꼭 흉악범이 막 다른 골목에서 어디 한 번 붙어 볼까하는 태도이니 무슨 재간이 있겠습니까. 그간 같이 대학생 신분으로 영어와 수학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3개월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두었습니다. 저는 10개월 1년 계약을 거의 마쳤으니 후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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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5-12-14 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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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퇴직 후 임에도 후세들의 교육에 관심을 두셨군요.
중구난방인 요즘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휴대폰인 것 같습니다.
가을 겆이가 끝난 요즘쯤이면 대나무 훼초리를 옆에 둔 훈장님 앞에서 무릎꿇고 앉아
천자문 읽기에 집중하던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철없는 아이들에게는 학점 위주의 수업보다 먼저 한문을 익히게 하여 사람의 근본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멀리 내다보면 그 길이 금수저를 얻는 가장 갚진 발판임을 인식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간, 보람도 없이 애 많이 쓰셨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훗날 작가가 되어 지난 날 선생님의 가르침에 감사의 글 한 편 올려 감동을 안겨드리게 될지 모를일이니까요.
무거운 외투를 벗으셨으니 이젠 선생님의 편한 옷으로 가뿐하게 거리를 활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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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2-14 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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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태 선생님 반갑습니다.
두서없고 글 재주도 미천한 제가 양선생님의 훈훈한 격려의 말씀을 들으니 힘이 샘솟고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옛날에는 신분제도가 두드러져 미천한 아이들은 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오르기가 힘들지만
오늘 날은 옛날 보다는 그렇지 않는데 스마트폰에 푹 빠져 공부를 안 하니 걱정이 되고
우선은 공부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먼저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습니다.
얼굴만 떠 올려도 좋은 선생님 이름만 보여도 느낌이 오는 선생님
행복이라는 단어가 작은 파문으로 일렁입니다.
양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 꽃처럼 생각, 고마운 격려 향기로 여기며 늘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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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5-12-24 1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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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아이들은 철이 없어 감사함을 모르기도 하고
마음 속으로는 절실하게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기도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속으로 느끼면서도 표현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이 선생님의 가르치심을 영양으로 받아먹고
올곧게 성장한 뒤에는 그 감사함을 뼈에 새겨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에 일만보를 걸으면 병원 갈 일이 없다고 합니다.
8km씩 걸으시니 건강에도 좋으시겠습니다.
선생님께 배우는 청소년들이 모두 훌륭하게 성장할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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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2-24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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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선생님 감사합니다.
부끄럽습니다. 저는 좋은 선생이 못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역 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 대부분은 정말 가르치기 힘든 아이들입니다.
스마트폰을 모두 가지고 다녀 공부할 때도 기계 속에 빠지니 어찌할 수 없더군요!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따라 주지 않으니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애태우면서 금년 한 해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는 만보기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복지관에서 탁구도 치고 인근 학교 운동장도 걷기도 합니다.
이방주선생님의 좋은 말씀 늘 명심하겠습니다.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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