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오십대 이후세대는 아마도 정절이라는 것을 여인의 미덕으로 삼고 있어서 다분히 유교적이다. 유부남과 유부녀가 이성의 감정으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엄연히 불륜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변해서 여자가 이혼한 것도 그렇게 큰 흠이 되지 않는다. 결혼한 전력이 있는 남자가 처녀하고 결혼하는 것은 물론 그런 여자가 총각하고 결혼해서 사는 것도 보통이다.

 오십대 이후인 쉰 세대가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윤리의식은 보수적이다. 남자 보다 여자에게 대하여 더 엄격한 잣대를 댄다. 신세대는 이런 윤리관을 비합리적으로 여긴다. 남녀평등이 언제부터인지 성의 평등시대가 된 느낌이다. 남자는 바람을 펴도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논리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성의 혼돈 시대를 가져온 것 아닌가 한다.

 쉰 세대의 성에 대한 순결관념은 신세대에서는 이미 깨진지 오래다. 신세대에서는 순결 따위는 크게 관심이 없다. 사랑도 순결도 실리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가치로 전락한 것 같다.

 대학촌을 관할하는 후배 형사와 저녁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씁쓸한 심정이었다. 그래도 스스로 개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령화된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방에서 상경한 남녀대학생들이 하숙비 같은 것을 아끼려고 동거하는 것은 이미 고전이라고 한다. 순진해야할 젊은이들이 아저씨 아줌마와 어울리며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고 졸업하게 되면 자기 후배를 소개시켜 성 매매업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취업도 어렵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학비는 커녕 고작 푼돈 정도이니 양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차마 옮길 수가 없다. 한 달에 1000 여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황금 만능시대이다.

 오피스텔 건물 한 동에 노래방 도우미를 조달하는 보도 방이 10여 곳씩 된다고 한다. 한 곳당 20-30명만 잡아도 그 오피스텔 건물에서만 2-3백 명의 여인들이 도우미로 출장할 준비를 하고 대기하고 있다. 이들의 정체가 대부분 가정주부라고 한다. 도우미가 하는 일은 노래방에서 술시중을 드는 것 뿐만 아니라 갈 때까지 가는 예도 허다하다고 한다. 물론 이혼한 가정주부도 있겠지만 배우자가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밤새우고 수 십 만원의 수입을 들고 들어오는 아내에게 커피를 끓여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산다하니 오호 통재다.

 쉰 세대들의 윤리관도 고루하지만 않고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다. 딸자식이 결혼해서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꼴은 당연히 참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시집살이를 심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사위가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하든가 또는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아이 문제 같은 것은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고 이혼하라고 강요한다. 싹수가 없게 보이면 이혼을 시켜 새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혼한것이 별로 흠이라고 생각지 않는 사고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방송드라마 작가들도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들 또한 이렇게 성에 대하여 개방적인 시각으로 극본을 쓰기 때문에 쉰 세대에 대한 영향력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가족관계서류에 이혼한 경력같은 것은 삭제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격세지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