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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04-21 06:40
조회 :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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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운영담에서-
운영담은 아침 햇살이 바위벽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하늘 그림자를 담고 있다. 알맞게 솟은 암벽 아래 구름 그림자가 어리는 물이다. 주자의 시 ‘天光雲影共徘徊’가 아니라도 쪽빛 물에 잠긴 구름이 발길을 머물게 한다. 모래가 깨끗하여 물이 맑은 것인지, 물이 맑아 모래가 깨끗하게 보이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다.
바위 사이를 시끄럽게 흐르던 물이 만동묘 앞에 와서 머물러 배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 흐름과 깨끗한 모래만 보면 계곡이 아니라 낙동강 하류라도 되는 것 같다. 물은 고요하다. 출렁이지도 않는다. 흐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분명히 흐른다. 구름이 머물러 있다. 하늘은 여기에 구름을 비치는데 사람들은 여기 서서 무엇을 비치어 보고 지나갈까? 누구나 가슴에 구름은 있는 법이 아닌가?
노자는 최고의 善은 물과 같다고 하였다. 노자가 말한 善은 무엇일까? 좋은 것인가? 잘하는 것인가? 착한 것인가? 그 모두인가? 나는 대학에서 말하는 학문의 목표인 止於至善의 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溪水든 池든 潭이든 澤이든 물을 지향했는지 모른다. 나는 구름까지 비치는 운영담이 까닭 모르게 두려워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노자는 물이 낮은 곳에 있다고 했는데 나는 낮은 곳으로 향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은 낮은 곳으로 향할 뿐 아니라, 많은 곳에서 자꾸 적은 곳으로 향한다. 그래서 결국 수평을 이룬다. 평등함이다. 물은 이렇게 진정한 평등을 지향한다. 맞다. 공평함을 이루는 것이 바로 물이다. 본래 하늘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남의 것을 빼앗아 보다 많이 소유하려 한다. 그것은 이미 탐욕이다. 애초에 자신의 지분으로 하늘이 분배해 준 것만을 가지면 되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산다.
나는 가진 것을 나누어 줌으로써 권력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이제 수정해야겠다. 분수에 넘치게 소유한 것을 본래 소유해야 할 사람에게 되돌림으로써 권력은 창조된다. 정치 권력도 경제 권력 많이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이 원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임기를 마치고 능력 운운하면서 연임하지 말자. 좋은 자리를 세습하지 말자. 가진 것을 못 가진 사람에게 흘려보내야 한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많이 괸 곳에서 덜 괸 곳으로 흘러가듯이 흘려보내야 한다. 둑을 막아 흐름의 원리를 겨역해서는 안된다. 운영담의 물처럼 고요하게 출렁이지 말고 흐르는 것 같지 않게 흘려보내야 한다. 아, 내가 많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 이제부터 그걸 찾아야겠다.
(2012.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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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인혜 |
13-04-21 2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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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화양계곡에도 운영담이 있는 것 같은데, 만동묘라니 그곳은 아닌 것도 같고. 물은 고이지 말고 흘러야 되는 것이지요. 세월도 흐르고 사람의 생각도 흘러야 새로운 사물과 만날 수 있습니다. 결국 나눔의 미학으로 결론을 짓는 물에 대한 사유의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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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2 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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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혜 선생님, 화양계곡의 운영담입니다. 운영담 맞은편에 우암선생님의 화양서원자리에 만동묘가 있습니다.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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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4-22 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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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 바다는 받아들이기만 하다가 사해가 되었다는 군요. 흐르는 물은 사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물처럼 그렇게 마음 비우고 수평으로 잔잔한 삶 누리며 삽시다. 이방주 선생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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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2 1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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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누지 않고 독점하려해도 결국은 나누어 지는 것이 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해를 다 준대도 다 마실 수는 없잖아요.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무금 갈증을 달래 주는 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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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4-22 07: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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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것 같습니다. 물의 본성을 알고 닮으려 한다면 후회없는 삶을 살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流水不爭先이란 말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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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2 1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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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말씀처럼 그래서 선비들이 물을 수신의 표본으로 삼았나 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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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3-04-23 2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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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계곡에 운영담이 名沼인듯 합니다. 많은 선비들이 오고가고 시문이 지어졌으니 물은 그래서 常善如水라 한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스스로 돌아봅니다. 좋은 글 잘 感想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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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4-24 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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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화양동은 선비들이 수신하던 명소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운영담에 앉아서 보면 몸과 마음이 닦아지는 기분입니다. 운영담 앞에 만동묘는 양자강이 만번을 구불구불해도 결국 동으로 간다는 선비의 지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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