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으면 추석이 다가 오는데 그러고 보니 바로 몇해 전에 추석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빙그레 웃음 지었네요. 둘째 아들놈이 인물은 그런대로 괜찮아서 그런지 얼마나 속을 썩이던지 하여간에 30이 넘어도 장가도 안가고 미운짓만 골라 하는거에요, 그놈만 보면 항상 인상을 푹푹 쓰고 있어서 그놈도 저를 보면 얼른 피해버리고는 했지요. 

그런데 하루는 친구들 모임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하는데 주로 아들 자랑 아니면 딸 자랑 그리고 사위 자랑 전부 자랑들만 하는거에요. 저는 자랑이라면 솔직히 우리 손자 자랑 하나는 할수 있는데 그것도 몇 번 써먹다 보니까 시효가 다 돼서 들어주는 놈들도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입만 헤 벌리고 남들의 이야기나 들어 주는 처지가 되었지요. 그중에서 평소에도 그냥 자기 친정 자랑이던 뭐든 제가 볼때는 별것두 아니던데 수다스럽게 해대던 한 친구 마누라가 자기 아들의 여자 친구가 인삼을 한 상자 추석 선물로 보내 주었다는거에요.

그러면서 아주 카메라에 몸통도 딴딴하게 잘생긴 인삼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면서 (짜기는 엄청 짠 사람들이에요. 나같으면 한두개라도 가지고 와서 먹어보라고 하겠구만. 보여주면 빼앗길까봐 아까워서였겠지요) 지 아들과 그 여자아이에 대해 집안이니 뭐니 자랑을 입에 거품을 품으면서 하는데 그런 마음을 가지면 안되지만 예전에 누구 말마따나  솔직히 그 입을 재봉틀로 꿰매고 싶더라구요. 그래도  남의 마누라한테 쪼잔하게 직접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해서 가만히 있을라니까 자꾸 더 떠들어대니 욱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거에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지요.

“ 우리 아들 놈,이 썩을 놈의 새끼는 대학원까지 갈쳐 놓았는데도 계집애라고 데려 오는걸 보면 하나같이 사람같아 보이지도 않는 날라리 같은 것들만 데려오고 내가 그동안 그놈한테 들인 돈이 얼마인데 저 친구처럼 인삼 몸뚱이는 두부부가 오순도순 맛나게 잡숫고 나는 자식 복도 지지리도 없으니 추석명절이 되도 인삼뿌리라도 가져 올 참한 여자 아이면 더 바랄것도 없겠다” 고 했더니  미안해서 그런지 수다쟁이 아줌마가 입을 다물더군요~   그렇게 미워 하던 놈이 얼마전에 결혼해서  결혼 한지 한달 보름 만에 방긋방긋 웃어 대는 손녀딸을 이번 추석명절 선물로 내놓았다 아닙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