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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09-06-29 16:40
조회 : 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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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잔
여자와 남자의 관계란 이상한 것이어서 참으로,
감히 청(請)하지야 못 하지만 어찌 마음 속에 바램(願)이야 없을 까 보냐.
"기다리세요. 옷 바꿔 입고 나올께요."
우째 이런 일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호박이 덩굴채 굴러 들어 오기도 하데.
나는 얼굴을 붉히며 건물과 건물 사이의 사각(死角)에 옷자락을 반만 내 보인 채
저격병처럼 숨어 있거나, 희미한 벽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기다리는 데,
상기 아닌 듯 고양이 한 마리 발 밑으로 기어드네.*
그러나 이 보다 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더 할 수없이 친하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어색하고 쑥스러운 관계가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차나 한잔" 권 할 수 없게 되
는 일.
뚜렷한 계기야 없지. 그러니 이유도 알 수 없는 것이며, 감정의 흐름이 원할치
않고, 그저 무언가 꼬이고 엇나가는 느낌이 들어 그 흔한 차 한잔 함께 마 실 수
없는 그 때.
서로의 이야기는 허공을 휘돌아 자신에게 되돌아 오고,
여자는 웃고 있어도 나를 보며 웃는 것이 아니어서,
마음 속에 그 옛날 삼류 극장 화면처럼 사선(斜線)으로 비가 내리네,
여자의 날선 얼굴엔 날으는 새도 비끼어 가데.**
* 발 밑으로 숨어드는 고양이는 영화 '제 3의 사나이'에서 차용한 것이며,
** 날으는 새의 이미지는 서정주 님의 시 '冬天'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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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29 17: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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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나 한 잔'을 외칠 수 있는 나이도 젊을 적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풋풋한 사랑을 간직하고 사신것 같아 부럽습니다.
이메일로 보내주신 삼국지 관련 칼럼 잘 읽고 있습니다.
자주 글을 올려주시니 풍요롭고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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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6-30 1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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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제 글과 칼럼에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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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6-29 1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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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 차나 한 잔 들고 앉아 생각에 젖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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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6-30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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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언제 '차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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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7-04 0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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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그 옛날 삼류 극장 화면처럼 사선(斜線)으로 비가 내리네,
여자의 날선 얼굴엔 날으는 새도 비끼어 가데.** '
가슴에 쿡 꽂히는 문장입니다.
그나저나 억수 같은 비가 내리고 뇌성번개가 치던 어제 오후에는
누구와 차 한 잔 하러 사라지셨는지요.
수필가협회 사무실에서 한참 장기 자랑 연습을 하다보니 아니 보이시더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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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7-05 1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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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잊지 못할~ 빗속의 여인'을 찾아 떠났습니다.^^
미리 말씀 못 드리고 창황히 떠나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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