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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하재준 |
날짜 : 09-06-04 13:32
조회 :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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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想念
하 재 준
요즘 들어서는 자주 피곤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때였다. 멀리보이는 지하철 공사 현장에는 어디서 왔는지 덤프트럭 한 대가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오더니만 그곳에서 흙을 가득 싣고 어디론가 또다시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데 곧 그 먼지는 흔적 없이 땅에 가라앉고 만다.
그 전경全景을 바라보는 순간 ‘인생도 저런 것이러니’ 언뜻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자기가 어디서 와서 이렇게 살아가는지도 분명히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막연히 삶을 영위하다가 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이 세상을 하직해 버리고 마는 것이 우리 인생이 아닌가. 이렇게 먼지만 잔뜩 일으켜 놓고는 떠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마는 우리네의 일상적 삶이기에 그러하다. 그러기에 인생이 허무하다. 혹은 무가치하다. 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이 문제를 가지고 인류는 역사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이론을 전계해 왔다. 종교에서 진리라고 말하는 이론이나, 철학이 내세운 논리나, 학자들의 근거에 의한 학설이나, 예술가들이 내놓은 주장은 하나도 버릴 바가 없다. 꼭 지켜야할 가치 있는 이론이요, 논리요, 학설이요 주장이다.
나는 금년(2009년) 정초부터 몸이 몹시 아파 신神으로부터 허락받아 이 세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 시간이 다 끝난 것 같다. 라고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했을 그때였다. 주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아홉수가 그렇게 나쁘다니까. 하기도 하고 문병 온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전에는 그렇지 아니했는데 지금은 몹시 어리숭하게 보인다고 하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기가 막혔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을 하직하기 전에 마지막 작품을 남겨야 하겠다고 생각되어 지난 2월 통증이 조금 가라앉을 때를 타서 붓을 들어 ‘허락 받은 시간’ 이란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죽음에 다다랐다고 생각해 보니 ‘어떻게 사느냐’ 보다는 ‘어떻게 죽느냐’가 더 절대적 인 것 같았다. 조용히 생각해보아도 삶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죽음의 문제라고 여겨졌다. 한 생명이 태어나서 세상에 사는 동안 수고하고 번민하다가 인생무대 저편으로 살아지는 것이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그 차이가 있다면 사람에 따라 다소 경중輕重의 삶일 뿐이다.
그러나 인생의 종말은 다르다. 종교에서 말하는 죽음은 절대적으로 새로운 삶의 출발이다. ‘천국이냐. 극락이냐. 아니면 ‘지옥이냐가 결정되는 순간이 죽음이라 여기기에 그러하다. 그러나 무신론자의 죽음은 완전히 다르다. 죽음은 인생의 최종 종말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도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예외 없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는 무신론이 그 순간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근거가 철학이나 과학의 이론 등 어떠한 논리로도 명쾌한 해답은 없다. 오직 종교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러기에 본향으로 돌아갈 때 창조주 그분으로 하여금 그간 잘 살아왔다. 라고 칭찬 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이러한 삶의 계획이 앞으로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된다할지라도 다시 정돈하고 또 정돈해 가면서 힘써 그런 경건한 삶을 살고 싶다. 남들이 너무 고지식한 삶이라고 빈정거릴지라도 나는 그 말에 귀를 막고서 기어이 그런 복된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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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6-05 06: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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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선생님! 저는 하재준 선생님과 같이 등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선생님의 글을 읽고 눈물이 납니다. 왜 그렇게 슬픈이야기를 하시는지요. 하나님께서 부르면 우리 언제든지 떠나가야합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 마음 너무 약하게 하지 마십시요. 빨리 쾌유하셔서 더욱 더 기쁜소식전할 수 있도록 합시다. 선생님! 저도 사실은 다리를 많이 다쳐 삶과 죽음의 길을 왔다 갔다 했답니다.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으니 그 아픔을 말로 할 수가 없었답니다. 선생님 !
오늘 선생님의 글을 읽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의미를 느껴봅니다. 이제 병상을 훌훌 털고 일어나 환하게 웃으시는 그 모습 보고 싶습니다. 하재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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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09-06-06 1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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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선생님, '상념' 잘 읽었습니다. 삶에 대하여 조용히 성찰하면서 가치있는 삶을 간절히 원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生과 死를 초월하는 굳건한 자세를 봅니다. 참다운 신앙인으로서의 초월의식을 우러러 봅니다. 앞으로도 굳건히 건강하게 살면서 좋은 글 많이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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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원 |
09-06-06 1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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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나이에서 더욱 공감합니다. '이 세상의 부귀나 권력이 끝내 이겨내지 못하는 한계, 그것이 죽음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을 뜻밖의 자살 충격으로 빠뜨린 사건 때문인지 '죽음'이란 단어도 듣기 싫어졌어요. 그래도 나이 때문인지 친숙해지면 반갑게 맞이하려고 늘 준비된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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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06-06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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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생각은 결코 신이 허락하신 마음이 아니라고 믿고 있습니다.
조물주께서 주신 인간의 진솔한 심정은,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의 간절한 기원일 것입니다. 다시금 새로운 기운을 북돋우시어 천하에 향기를 전하시길 바라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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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자 |
09-06-08 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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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선생님.
많은 생각을 하게하시는 작품 잘 읽었습니다.
살날 보다 죽음을 맞이할날이 가까운 저도 너무도 후회스러운 인생을
살았다는 생각만 납니다.
이제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만은 전 종교 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 바보스런 생을 살았거든요.
그러니 그날이 더욱 무섭고 두렵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더욱 반성하며 후회스런 제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꼈습니다.
선생님
부디 강건하고 행복을 유지하시며 좋은글 늘 보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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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6-08 20: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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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선생님! 심신이 많이 약해지셨나보군요.
사모님도 편찮다고 하셨지요.
하지만 너무 상심 마세요.
이렇게 향기나는 글을 쓰고 계시는데
낙심 하지 마십시오.
저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은 나이에 있고보니
마지막 그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뿐입니다.
하선생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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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6-15 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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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저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백혈병으로 유명하다는 성모병원 무균병실에서 하루하루 죽어 나가는 사람 그 곁에 있다가 퇴원을 하였지요.
그때 쓴 병상일기를 보면 담담하게 죽음을 기다리던 생각이납니다. 그런제가 혼자서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덕유산을 종주하며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세상이 아름다워서 그걸 기록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된 것이구요. 아른 것은 의사가 고쳐 주기도 하지만 자기 마음으로도 자기가 고칠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부디 건강한 마음을 챙기고 세상을 아름답게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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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6-20 08: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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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선생님,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부딪는 가장 큰 문제는
죽음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또는 맞이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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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09-06-28 14: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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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프고 나면 아기들은 지혜가 새로 열린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픈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 선생님의 글 읽으며 더 느꼈지요.'프란치스코' 성당에서는 꾸준히 [웰다잉] 에 대해 교육시키고 죽음에 관한 책을 선정해주면 각자 읽고 독서토론회를 해오고 있다고 들었어요.종교를 떠나서 그 강의는 매우 유익할 것 같아요.
선생님의 글 내용이 이처럼 웰다잉에 대한 각성을 높여줍니다. 또 다른 세계로의 평화로운 진입.죽음은 결코 공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파보면 절로 깨닫게 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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