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햇살에도 손바닥에는 땀이 스며들지 않는곳

고딕양식의 교황청을 에워싸고 있는 높은 성곽안에

숨겨져 있는  중세 유럽의 소도시

프랑스 남부의 아비뇽의 모습이다

중세의 수도원을 개조하여 만든 생 루이스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중세 유럽의 마당 넓은 정원에서 볼수 있는 이끼낀 분수대 옆으로

아름드리 아스파라가스들이 고색 창연하다

파리는 과거와  현대를 이어놓는 계획된 아름다움이 있다면

아비뇽은 과거속에 시간을 멈춰 세워 놓고 걸어 잠군 빗장사이로

수줍게 속내를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르네상스 양식의 집들이 옹기 종기 모여있는

고풍스러운 옛거리를 걷다보면  

중세 유럽의 기사나 보헤미안 룩을 입은 여인들이

불쑥 뛰어 나올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양념거리로 신시가지에는 조그만 하얀 기차가 관광객을

태우고 시가지를 누비는 모습을 보노라면

동화속의 나라로 들어온 느낌도 주는 곳이다

또한 중간 중간에 한적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그마한 화랑들도 퍽 인상적이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으나

이것만은 도저히 찾을수가 없었다

그때의 유곽은 모습을 감춘지가 오래 되었다고한다

교황청의 망루에 오르면 그 유명한 생 베네제 다리가 보인다

이 다리마저 아비뇽을 외부와 단절시키려는지 론강의 중간에서

끊어져 있다

우리는 춤을 춰, 우리는 춤을춰

아비뇽 다리위에서

우리는 춤을춰, 모두 원을 그리며

아름다운 부인들이 이렇게 해

그리고 또다시 이렇게

멋진 아저씨들이 이렇게 해

그리고 또다시 이렇게

제화공들이 이렇게 해

그리고 또다시 이렇게

세탁부들이 이렇게 해

그리고 또다시 이렇게

그 옛날 아비뇽의 남녀 노소들이 생 베네제 다리 아래있는

라바르텔라스 섬에 모여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며 노래하면서

약탈자들의 침입에 단합하고 

프로방스의 낙천적인 기질을 보여주던 유명한 민요이다

도시외곽은 프로방스의 어느 농촌과 마찬가지로

푸른 밀밭에 노란 유채꽃 단지와

사이 사이로 붉은색 양귀비 꽃들이 전원을 물들이고 있다

굳이 아름다움은 길위에 있다고 한

윌리암 호니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바람결에 흩날리는 푸른 밀밭의 풀 향기를 맡다보면

시인이나 화가가 아니더라도 시를 쓰고 싶고

화폭을 장식하고 싶은 흥분을 느낀다

아비뇽의 포도주로는 코트 뒤 론이 있다 

론강의 언덕이라는 의미이다

포도밭이라고 해서 열을 맞춰

질서 정연하게 경작하는줄알았는데

그냥 산야에 씨를 뿌려 엉겅퀴와 함께 자라게 한다

그중에서도 돌틈사이에 뿌리를 내려

저절로 자라는 포도로 만든

코트 뒤 론이 일품이라고 한다

론강의 언덕위에서 우리네 가을 수확철에 갑빠를 늘어놓고

고추를 말리는것처럼 포도송이를 늘어 놓는

아비뇽의 농부 부부를 만났다

둥글고 유순하게 생긴 얼굴에 붉은 색 홍조를 띈 전형적인

프로방스 원주민이다 

이들의 얼굴에는 평화로움이 넘쳐 보였다

넓게 경작을 하면 돈을 더 많이 벌수 있을것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빙그레 웃기만 한다

그 순수한 웃음속에서 욕심을 버리고

가진데서 나누고 그 나눔속에서 단합하고 만족하는

이들의 여유와

아직도 14 세기의 전통을 고수하며 행복해하는

프로방스의 기질을 엿볼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