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상(映像) 모임인 우리 KCCA 회원들 과 함께 주왕산(周王山)과 주왕지(周王池)의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자 1박 2일로 왔다가 돌아가는 길을 울진(蔚珍)으로 해서 불영계곡으로 잡는 바람에 감불청고소원(敢不請固所願)이던 관동8경으로 유명한 울진의 월송정(越松亭)과 망양정(望洋亭)을 보는 호강을 누리고 왔다.

정자(亭子)란  선비들이나 양반들이 한가히 놀기 위해서  산수(山水)의 경치 좋은 곳에 아담하게 지은 집이다. 벽이 없이 기둥과 지붕만 짓는데 단층도 있지만 대개는 다락집[樓閣]처럼 높이 짓는다. 정자를 사정(舍亭), 정각(亭閣)라고도 한다. 이는 조선시대 남성 위주로 하여 지은 유람이나 휴식공간이다.

 드디어 광동8경의 하나인 월송정(越松亭)에 왔다. 국문학을 전공한 내게는 송강 정철의 자취를 따라 이렇게 관동8경인 월송정에 들리는 것은 누구보다도 행복한 일이다.
월송정(越松亭)은 경남 울진군 평해면 월송리에 있는 정자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다는 이 정자는 여러번 중건되고 철거되던 것을 1980년에 현재의 정자로 개축한 것이어서 옛 모습을 찾아 보기가 어렵다.

 정자 내에는 안축, 이곡, 김시습, 이산해의 시 등이 걸려 있는데, 그림으로는 겸재 정선의 월송정도(越松亭圖)가 특히 유명하다.

이 그림은 정선(鄭敾,1676~1759)이 63세 때인 1738년에 8촌 친척 아우인 우암 최창억에게 주기 위해 제작한 '관동명승첩(關東名勝帖)' 11폭 중 한 폭이다. 영조 무렵을 살던 겸재 정선의 '越松艇圖(월송정도)'이니 당시의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옛모습을 알게 해 주는 것이 그림의 세계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하듯이 옛 모습을 화가 정선이 아니었더면 어디서 월송정의 그대로의 옛모습을 어찌 보랴. 

 그림처럼 월송정은 소나무에 둘려 싸여 있고 월송정 아래에 건물이 두어 채가 더 있다. 월송정은 옛날 왜구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망루의 역할을 하던 곳이어서 이곳을 지키던 만호들의 사택인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 그 한자를 '月松亭'으로 쓰는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 '越松亭'이다. 그러나 거기 있는 월정송 유래 게시물을 보니 둘을 다 쓰는 모양이다. 다음은 그 월송정(越松亭)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다.

신라에 사선(四仙)이라고 일컬어지는 영랑, 술랑, 안랑, 남랑 네 화랑이 이곳의 빼어난 풍광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고 하여 '월송(越松)이란 땅 이름이 생겼다. 

 

 

정자에 올라보니 나무 액자로 걸어 놓은 현판들이 정자의 멋과 흥취를 자아내고 있다.

                                                                     -조선조 정조의 한시

 

                                                         -'근재 안축'의 한역시

                                                                                         

 *. 울진의 망양정(望洋亭) 

울진군은  풍속은 물론 말씨, 풍속, 교통, 교육, 경제 활동까지 경상도권에 속하는 지역이었지만 오랫동안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에 속한 군이었다가 지금은 경상북도에 속한 경북 최북단에 있는 군(郡)이 되었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대에 대도시나 강원도 도청소재지인 춘천(春川)을 가려면 이틀이나 걸려야 했지만 경북 포항시는 반나절이면 갈 수가 있는 거리여서 울진 주민들의 진정으로 울진이 경북에 속하게 되었다 한다. 드디어 또 하나의 관동8경인 울진의 망양정(望洋亭)을 오른다.    

망양정(望洋亭)에 오르니 좌측으로 석류굴(石留窟, 천연기념물 제155호)에서 흘러내리는 왕피천(王避川)이 동해에 흘러 드는데 1985년에 개설하였다는 망양해수욕장이 짓푸른 동해바다를 끼고 주욱 열리고 있다. 그 경치도 장관이지만 이를 노래한 시들이 현판 액자로 걸려 있어 흥취를 더해 준다. 

 

 

나는 30여년 간 국문학을 가르치던 사람이어서 관동별곡을 암송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입가에 송강 정철이 읊조린 관동별곡 망양정이 맴도는데 정자 위에 오르니 그 대목이 목각 현판에 걸려 있다. 

  동해의 망월정이 관동의 으뜸이라 하여 조선 숙종이 '關東第一樓'라는 현판과 함께 시를 하사한 바 있다. 그래서 아까 본 월송정 누각에 그 후손인 정조의 한시가 있었구나 하였다. 

  고려 때부터 있었다는 이 정자는 월송정처럼 왜구의 침입을 살피기 위한 망루의 구실을하다가 조선시대와서 선비나  관료들의 휴식처요 놀이터로 쓰이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일본강압기에 미국 폭격기의 '피형지물'로 월송정, 망양정이 이용된다하여 일본강압기 시절에 헐리고 말았다. 그것을 1980년에 와서 지금처럼 큰크리트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