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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4-06-28 09:50
조회 :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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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어야 할 왕따문화
임병식
사건이 발생하여 피해자가 생기고 가해자가 발생하면 마땅히 가해자를 비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를 못하고 어정쩡한 마음 상태가 되는 때가 있다. 바로 엊그제 강원도 고성 군 경계초소(GOP) 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도 일종의 그런 경우에 속한다. 제대말의 고참병장이 동료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하여 여러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나오게 한 것은 절대로 용납받지 못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남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많은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들은 죽은 병사도 죽인 범인이나 다 같이 전우이며 젊은이가 아니었던가. 하면 무슨 분노가 그토록 치밀어 그런 극단적인 비극이 발생하게 하였을까. 어이없는 피해을 입힌 만큼 응분의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할 것이나,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들은 결단코 단죄에서 살아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워낙에 도리킬 수 없는 중죄를 저질은 데다 여론도 비등하기 때문이다. 3년 전으로 기억된다. 한 해안초소에서 보초를 서던 병사가 동료를 세명이나 쏘아 죽인 것이었다. 이유는 군대내의 고질병인 집단 따돌림이었다. 기수열외(期數列外)를 시켜서 모욕을 가했던 것이다.
한데, 이번 사건도 아직은 완전히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유발 원인은 그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의심된다. 짤막한 유서속에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거나 ‘벌레도 밟으면 얼마나 아프겠느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동료들이 자기를 평소에 '해골'이라고 놀렸다고 했기 때문이다.
생사를 같이 하는 근무지에서 일어난 사고라 어처구니가 없다. 왜 동료애를 발휘하지 못하고 따돌린 것일까. 그는 체격도 왜소하고 말도 좀 어눌하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오히려 감싸주는게 바른 태도가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자기보다 부족하고 약해 보인다고 해서 괴롭히고 깔보는 건 무슨 심보란 일인가.
사람은 인정받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말이 있다. 저 홀로 존귀하게 존대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귀천이나 있고 없음, 배우고 못 배운 것을 떠난 천부의 인권이다. 한데 그런 존재가 남에게 무시를 당하고 업신여김을 당하면 마음 속으로 부터 깊은 울화와 적개심이 끓어오를 것임은 두말 할 것도 없다.
내가 헌병으로 복무하던 때이다. 하루는 구치소 근무를 하는데 상급자를 세명이나 쏴죽인 범인이 수감되었다. 구치소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상사는 특별관리를 명했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혹여 자해를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데 그는 자해 대신 다른 방법으로 애를 먹였다. 입감후 음식을 일체 먹으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죄를 묻더라도 건강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마음을 돌리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갔다. 그랬더니 그도 경계심과 풀고 마음을 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사고를 낸 원인을 조심스레 묻어 보았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무시를 당해서 그리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망치로 정수리를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무시를 당했다?' 의아스러우면서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었다. 60년대 말은 아직은 왕따나 따돌림과 같은 말이 유행되지 않고 잘 쓰지 않았는데 남을 따돌리고 무시하는 풍조는 있었던 것이다. 소위 고문관이라하여 눈에 난 사람을 놀리곤 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공감이 가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이어서 그가 풀어낸 이야기이다. 그는 입초근무를 마친후 평소 자기를 무시한 하사관이 영외거주하는 곳을 찾아가서 가격을 했단다. 그리고 나서 내무반으로 돌아와 하급자를 열외 시킨 후 또다른 사람으로 자기를 무시해온 상급자 2명에게 발사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사고를 친 그 병장도 극단적인 분노가 끓어올라 엄청난 짓을 저질렀던 것이 아닐까. 당시 수감자처럼 그렇게 자기를 무시한 감정이 돌이키룻 없는 행동을 하게 했던 것은 아닐까.
이번 사건은 사전에 치밀한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근무가 끝나고 모이는 장소에서 내무반에 무엇을 놓고왔다며 아무도 의심하지 않도록 대열에서 이탈했다가 범행을 감행한 것도 그렇고 일사철리로 탈주를 감행한 것도 그렇다.
하지만 안타깝고 어처구니 없기는 해도 꾸짖어 주지 않을 수가 없다. 불과 제대 3개월 앞두고 자기를 통제할 의지가 없었다면 어디 정상적인 사람인가 말이다. 그리고 사망한 병사들에게도 꺼려지기는 하지만 나무라지 않을 수가 없다. 왜 다가가 그 동료를 품어주는 노력을 하지 못했는가. 기차떠난 뒤와 같은 부질없는 일이지만 여간 아쉬움이 크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그래야만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는 이와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동료를 따돌리고 무시하는 병영 내의 왕따문화를 개선할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만약에 이런 일을 겪고 고쳐나가지 않는다면 유사한 비극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이 왕따문화를 근절할 획기적 쇄신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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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6-28 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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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천부인권사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자존심과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지체가 부자유하고 지능이 박약한 학생에게 칭찬하고 돌봐주니 두고두고 고마운 마음을 표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개을 비롯한 짐승들도 잘해주면 따르는 것을 보면 더욱 실감이 남니다. 사람을 무시하는 왕따 행위는 참으로 근절되어야할 인간사회의 도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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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6-28 1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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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죽은병사는 죽인병사 공히 힘없는 서민들의 자식일 텐데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최전방에서 갈등을 일으킨 점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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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6-30 1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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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보니 재일교포 학생들이 왜놈들에게 조센진이라고 이즈메 당하다가 자살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무렵 일본 일류고에서 일인 학생들에게 조선인이 일본에 와서 사는 이유에 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그 대답이 1.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서 2. 돈 벌기 위해서 3. 스시(김밥) 먹고 싶어서였답니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임 작가님의 마음에 저도 동감하면서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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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6-30 1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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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왕따문화는 군대나 학교만 있는 게 아니라 단제가 있는 곳은 없는 곳이 없는줄 압니다. 물론 문단에도 있고, 지역문단은 더욱 심합니다.
일본학생의 이지메 이유가 가로롭습니다. 암튼 이번 총기사건을 계기로 확실한 대책이 나와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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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4-06-30 20: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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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씀입니다. 이번 사건도 많은 것을 생각케 하네요.
임 선생님 글을 읽으며 제 외손녀가 생각났습니다.
강보에 싸여있을 때부터 데려다 10년을 키워서 제 부모에게 보냈지요.
그 아이가 어찌나 마음이 여린지 초등학교 입학할 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면 어쩌나 하고요.
그런데 고학년이 되면서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반장이 되었고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더니
그애가 어느 날,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우리 손녀의 이름을 부르며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라고 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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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6-30 2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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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를 잘 키우셨습니다.
부족하고 약자를 돌보는 심성을 길려주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나중 방송을 들으니 평소 자기에게 잘 해주던 병사도 희생이 되었다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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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07-02 1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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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는 이런 모든 사건이 잘못된 교육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특히 제가 일생을 교육에 종사했던 사람으로 더욱 가슴 아프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무한 경쟁 속에 아이들을 몰아 넣고 있습니다.
부모나 교직원은 물론이고 정책도 그렇고 사회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세상에 가장 중요한 건 생명이고
그 중에서도 소중한 건 자기 자신의 생명과 삶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겁니다.
경쟁에서 실패할 수도 있고
승리했다 해서 그것이 세상을 모두 얻은 것도 아니라는 것을
가르치지 못한 겁니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데
다만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걸 잊어버린 것이지요.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제가 저지른 일 같아 부그럽기 이를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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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7-02 16: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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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님같은 바른 교육자가 좀더 많았다면 남을 업신여기고 무시하고 따돌리는
문화는 많이 줄어들었을 겁니다.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줄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함과 다양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성적순이 아닌 개성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인성교육에 힘써서 남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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