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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4-03-01 08:24
조회 : 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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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지각의 현장
임병식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다. 새봄을 맞아 한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어야 하는 터에, 온전하게 터전을 지키고 있는 큰 나무를 댕강 베어내고 말다니. 조선후기 절두산 성지에서 서인 벽파들이 천주교도들을 효수시킨 장면을 보는 기분과 다름이 없다. 허옇게 드러낸 밑둥이 보는 마음을 그지없이 착잡하기 만든다.
이 나무가 어떤 나무던가. 수령이 100년도 넘었을 뿐 아니라 구 주택가 입구에 위치해 있어 마을의 당산나무 구실을 톡톡히 해주던 나무이다. 그런데 그런 나무를 무단으로 베어내고 말다니 말이나 되는가. 실로 어이가 없고 무지막지함에 치가 떨린다.
그렇잖아도 나는 이 팽나무를 보면서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몇 년 전부터 나무가 서있는 주택의 담장이 벌어져서 혹여 나무를 해치지나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집주인은 용케도 참아주고 벌어진 담장 틈을 보수해 놓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안심을 했다.
그런데 들여오는 말이 수상쩍었다. 나무뿌리가 뻗어 담장을 들뜨게 하는 바람에 금이 간다고 불평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햇빛을 가리고 낙엽이 마당의 수채를 막아서 불편하다고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끝내 염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이 나무는 절묘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다. 지형상 마을은 전면과 후면에 각각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그 중간에는 단독주택이 모여 있다. 그곳에 나무는 수문장처럼 버티고 있었다. 그런지라 조경면에서도 잘 어울리고 마을을 알리는 이정표 구실도 해주고 있었다.
한데 그런 나무가 하루 아침에 처참하게 잘려진 것이다. 나무는 톱날이 목에 닿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아니 그보다는 그렇게 끝내 쓰러지면서 얼마나 큰 고통을 느꼈을까. 목이 잘린 그루터기를 보자니 어안만 벙벙해 진다.
그 소행은 묻지 않아도 불문가지다. 담장 안쪽에 사는 집주인 말고 누가 있겠는가. 그 무지막지한 처사가 도무지 용납이 되지 않는다. 그게 어디 자기 마음대로 자를수 있는 나무인가. 설령 담장 밖이 자기 땅이라고 하더라도 제거할수 있는 것인가.
비단 나무가 커서가 아니다. 이미 그것이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도로로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은 사유지를 넘어 이미 공공시설물인 것이다. 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현장을 보면서 황당해할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얼마나 기막혀 하고 분개할까. 우선 나부터가 용서가 되지 않는다. 늘 아파트에 갇혀 사는 터라 가끔은 답답함을 떨쳐버리려고 뒷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무는 평안하게 안겨왔다. 하나의 풍경으로 서서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러해온 터인데 잘리고 말았으니 이제 어디에다 시선을 둔단 말인가.
돌이켜보면 나무는 계절을 읽어내는 구실도 해주었다. 봄에는 새순이 돋고 여름에는 너른 차일을 펴서 그늘을 산사하고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물들어 눈을 즐겁게 하며 겨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나목으로 서서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계절을 읽어내는 나침반역할을 해주었다.
생각하면 내가 비교적 소음이 많은 이 아파트에 이사와 살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는 것은 그렇게 가끔씩 눈을 둘수 있는 곳 때문이었다. 그렇게 평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운치를 선사해 주었던 것이다.
그런데 만나니같은 짓으로 밑동이 싹뚝 잘라내고 말았으니 어디에다 눈에 둔단 말인가. 어이가 없고 그 표독스러움에 치가 떨릴 뿐이다. 도대체 이 세상을 그런 몰이해 속에서 매몰찬 인간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하기만 하다.
상식으로 생각해도 나무도 100년이 넘으면 적극 보호를 해야 한다. 그 보낸 세월이 얼마이며 견뎌온 풍파와 고난의 역사는 또 얼마나 깃들어 있을 것인가. 그리고 오래 사는 것들이 우리에게 안기는 위안은 얼마인가. 오랜 산 나무를 노거수로 보호하는 이유도 그점에 있는 것이다.
이 나무의 부재을 보면서 일전에 읽은 어떤 기사가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광주의 송현마을 에는 300년 된 당산나무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나무가 도둑을 잡았다는 믿기지 않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도둑이 마을에 들어와 소를 몰고는 밤새도록 나무의 주위만을 맴돈 나머지 그만 붙잡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사연으로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그 영험함을 기려 당산제를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래 사는 나무의 별스런 전설이었다.
그렇다면 이 베어진 이 나무도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기막힌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더러 보며는 그 곳에서 쉬어간 사람이나, 비가 오면 잠시 피해가는 사람도 목격이 되곤 했는데 가슴에 잊지못할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나무를 벤 사람은 순전히 자기 입장만 생각한 것이 틀립없다. 담장이 금이가고 햇빛을 가리는 피해가 심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는 공익적 가치는 무시해 버린 사람이다. 결국은 남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나만 피해를 입지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인가. 생각할 수록 이런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이런 사람은 마땅히 처벌를 받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소행으로보아 당장 관청에 신고를 해서 뉘우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참기로 한다. 정서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반성할 자세가 되어있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물게 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막무가내 돈만 축난것을 원망하고 신고한 사람에게 원한을 품을 것이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가는 중에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 편치 않은 마음속에는 어디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하나 뿐이며 그런 일이 앞으로도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수 있는가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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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3-01 2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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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당산나무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이 많습니다 여름이면 그 그늘에서 낮잠도 자고 팔곤도 두고 호박곤도 두고 더위를 이기는데 좋은 장소로 이용을 했기 때문입니다. 마을의 수호신처럼 그렇게 의연하게 서 있던 당산나무의 추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베어버린 당산나무로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습니다. 이제 한 번 베어버린 당산나무를 다시 세울 수도 없을 것이기게 더 그럴 것 같습니다. 세월가면 그래도 잊혀지겠지요.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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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02 0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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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많아서 화가 날때가 많습니다. 이 당산나무도 그런 자에 의해서 잘리고 말았는데, 참 한심스럽고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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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4-03-02 1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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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분개와 함께 안타까움을 가집니다.
집주인 나름대로의 이해타산이 있었겠지만 100년도 더 된 귀한 나무를 싹뚝
베어버리다니...원...원....
그것 법에 걸리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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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02 1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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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식사하기전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있는데, 정면으로 자른 부위가 보여서 많이 속상합니다. . 황사가 때도 없이 몰라닥치는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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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4-03-03 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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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다니다 보면 층계를 만들면서도 나무를 배려하여 곱게 살게 모시는 모습의 나라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은 이기주의자가 밉게 보입니다. 그보다 이를 안타까워 하는 임작가 같은 마음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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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03 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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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넘게 나무를 키우기가 쉽지 않는데, 덜컥 베어버린 처사가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큰나무를 함부로 손을 대면 해를 입는다는 말도 있는데 무지막지한 사람에게는 그것도 경계가 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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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3-29 2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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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말로 몰지각한 사람이네요~
날씨가 더워서 산에 많이들가는데 몰지각한 사람들이
없어야할텐데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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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3-30 0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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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지자체별로 노거수를 철저히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지금은 그렇지도 않는가 봅니다, 이곳저곳에 베어버린 오래된 나무토막이 딩굴고 있습니다. 주로 집안이나 담장에 걸쳐있는 것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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