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2-04-28 19:49
조회 : 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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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 한담(閑談)
흔히들 중국요리를 세계 제일이라고 한다. 중국요리는 그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고 많아, 오늘의 한담은 극히 일부분, 구우일모(九牛一毛)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1990년 북경 아세아게임과 2008년 올림픽 때는 무려 5000여 종류 이상의 요리를 준비하였다한다.
중국요리는 지방에 따라 크게 4대, 5대 요리로 나누어진다. 첫째, 북방요리를 대표하는 북경(北京)요리이다. 북경은 수천 년 이래 여러 왕조(王朝)의 수도였으므로 전국에서 진귀한 재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요리가 발달 하였다. 대표적으로 ‘북경 코야(오리구이)’ 등이 있다. 둘째는 산동(山東) 요리이다. 역대 황제들이 태산(泰山)에서 제사 지내고 가까운 취푸(曲阜)의 공자사당에 참배 하였다. 공자 가문에서 황제를 위하여 준비한 음식들이 산동의 대표적인 요리가 되었다. 셋째는 강소성 양주(楊洲) 요리이다. 양주는 양자강 하류에 위치하여 일찍부터 해상물류의 요충지로 상업, 무역업이 크게 번창한 곳이다. 해산물요리가 많고 거슬리는 향이 없으며 비교적 담백하여 우리 입맛에도 맞다. 넷째는 광동(廣東)요리이다. 해물요리가 많으며, 뱀, 고양이, 원숭이, 남방의 야생동물들 등, 진기한 재료로 만드는 요리들이 많다. 다섯 번째로 사천(四川)요리이다. 사천 지방은 토지가 비옥하고 물산이 풍부하여 일찍부터 독특한 요리가 발달하였다. 우리나라의 ‘산초’ 비슷한 ‘마료’와 맵고 작은 사천고추를 많이 써, 매운 요리로도 유명하다.
문명의 발상지인 강(江)을 따라 황하하류의 노채(魯菜), 장강상류의 천채(川菜), 장강하류의 소채(蘇菜), 주강유역의 오채(奧菜)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유명한 팔진미(八珍味)에는 용의 간, 봉황의 골수 등, 구할 수 없는 재료들도 들어있다.
중국요리가 다양하게 발달한 이유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왕조들이 명멸하면서 황제의 입맛을 위하여 궁중요리사들이 발전 시켰다한다. 또 황제나 귀족들의 불로장생을 위하여 몸에 좋다는 재료는 무엇이든지 요리로 만들어 졌다고도 한다. 오랜 역사 동안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재료들이 많아 각 지역 마다 특색 있는 요리가 발달하였다. 또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되어있어, 각 민족마다의 고유한 요리들이 지금의 중국요리를 구성하였다.
중국요리는 종류뿐만 아니라 진기한 재료로도 유명하다. 중국인은 왜 비행기와 책상다리 외, 먹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전란으로 지배계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백성들이 기근에 시달렸으며 생명을 부지하기 위하여서는 무엇이든 먹어야 하였다. 민족에 따라 살고 있는 지역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특정 동물을 먹는 습성이 생기기도 하였을 것이다.
어떤 식당들은 쇼 케이스에 살아 있는 요리 재료들인, 뱀, 개구리, 두꺼비, 비둘기, 파충류, 곤충, 등등 별별 것들을 다 전시해 놓기도 한다. 구더기, 파리, 고슴도치, 생쥐, 고양이, 원숭이, 곰, 등등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이면 입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남방에서는 방금 낳은 들쥐새끼도 삼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뱀 요리는 꿈틀거리는 뱀을 미리 손님들에게 보여 주고는 요리하여 내어 놓는다. 남방의 어느 관광지 식당에서 식사 중 테이블 밑에서 ‘쓱쓱’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 들여다보니 우리 발 앞의 철망 속에 뱀들이 우글거리고 있어 아내가 기겁을 하기도 하였다. 전갈 요리는 접시 위에 새까맣게 튀긴 전갈들을 살아 있는 것처럼 삥 둘러 세워, 내어 놓는다. 하남성에서는 비싸고 맛있다며 권하는 요리가 튀긴 굼벵이였다.
비오는 날 밤, 압록강 강변도로에 길을 가르며,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두꺼비가 자주 보였다. 두꺼비에는 특별한 기름이 있어, ‘산에는 두꺼비 바다에는 물고기’라는 말이 있을 만큼 즐겨 먹는다한다. 압록강 부근에는 만주족 마을들이 많이 있다. 옥수수가 주식으로 닭 피 요리 등, 그들의 음식은 우리 입맛에 전혀 맞지 않았다. 동북쪽에서는 개고기도 즐겨 먹는다. 가을에 접어들면 온갖 품종의 엄청난 수의 개들이 대형 트럭에 실려 동북쪽으로 가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늘에는 용(龍), 땅에는 당나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나귀 고기도 좋아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보이는, 길거리 음식인 양 꼬치는 유목민족인 위그르족 음식이다. 서민 음식인 ‘허구어’(양고기 샤브샤브)도 한(漢)나라 시대부터 있었지만 원래 유목민들의 북방 음식이다. 내가 중국인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와 다르게,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주저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중국요리는 대부분 맛이 있다. 중국요리는 거의가 기름에 볶으며, 설탕을 많이 쓴다. 기름에 튀기고 볶으면 지방 때문에 구수하다. 그리고 달콤하여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요리의 종류에 따라 불(火)이 다르다. 센 불에 빨리 볶아내는 무화(武火)요리, 후라이팬 속의 재료에 까지 불이 붙어 불꽃이 천정에 닿기도 한다. 또 약한 불에 오래 조리하는 문화(文火)가 있다. 살아 있는 잉어 몸통에 가로세로 칼집을 내고 머리를 물수건에 감싼 채 몸통만 급하게 튀겨낸다. 칼집 낸 몸통 살이 부풀러져 젓가락으로 살점을 떼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잉어는 다 먹을 때까지 살아 있어 입을 벙긋거린다. 아이스크림을 녹이지 않고 튀겨 내기도 한다. 이런 요리는 무화라야 가능 할 것이다. 중국 곳곳에 호수가 많아 민물생선이 많이 잡힌다. 민물생선을 요리 할 때는 약한 불에 오래 끓여야 한다.
중국인들은 음식 먹는 습관도 우리와는 다르다. 식사와 술자리가 구별되지 않는다. 먼저 천천히 술과 요리를 먹은 후 주식(主食)은 마지막에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특히 국은 식사가 끝나기 직전에 나와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그릇 채 들고 마신다. 주식(主食)은 밥, 죽, 면, 만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손님을 접대 할 때는 음식이 충분하여 1/3 정도는 남아야 만족해한다. 음식량이 알맞으면 접대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입맛에 거슬리는 향신료도 많다. 빈대 냄새가 나는 ‘샹차이’가 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빈대가 뭔지도 모르고, ‘샹차이’를 곧잘 먹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따료’라는 별 모양의 열매인데, 생선, 육류 등을 조리 할 때면 반드시 들어가는 향신료이다. 우리나라에도 '팔각'이라고 하여 중국요리에 쓰인다한다. 어느 가정집에서나 베여있는, 이 냄새는 오래 있어도 정이 들지 않았다. 또 간장처럼 생긴 중국 양조식초이다. 중국인들은 몸에 좋다면서, 특히 산서성에서는 굉장히 즐겨 마신다. 모든 음식을 조리 할 때 조금씩 들어간다.
이전, 내가 중국 여행에서 돌아오면 아내는 나에게 ‘중국 냄새 난다’며 현관에 들어서기 바쁘게 가방속의 옷 전부를 세탁기에 던지고 바로 욕탕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 냄새의 원흉이 바로 식초와 ‘따료’이다. 음식을 통해 몸에 베여 든 것이다.
10여 년 전, 사업체가 있던 시(市)의 부시장 및 간부들이 산업시찰차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들, 십여 명을 우리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하였다. 전문 출장요리사를 불러 정통 한국 요리를 준비하였다. 긴 교자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니, 내가 보기에도 중국 요리에 비해 어딘지 초라하였다. 마땅하게 중국인이 좋아할만한 술도 없었다. 사실 중국의 전통술은 요리만큼이나 오래되고 다양하여, 지방마다 명주(名酒)가 있다. 더구나 그들은 차려진 상 앞에 책상다리 자세로 앉지를 못해 난감 해 하였다.
그 시(市)의 최고급 호텔에 한국식당을 개업 하였다. 서울에서 고급 요정의 주방장과 부주방장을 스카웃하여 데리고 들어갔다. 개업 전, 시식회에 그 지방의 유력 인사들을 초대하였다. 그들은 한국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였으나, 시각적으로도 맛에서도 반응은 별로였다. 중국 대도시에는 한 상에 몇 백 만원, 심지어 몇 천 만원씩 하는 요리도 있다고 한다. 정부나 기업의 간부들은 고급 요리를 매일 먹다시피 한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 요리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중국집들의 요리는 그 근본은 정통중국요리에 있지만 우리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있다. 중국에서도 주식(主食)으로 나오는 ‘자장면’이 있지만 칼로 썬, 면에 볶은 ‘자장’을 조금 올려놓아 면이 비벼지지도 않는다. 장이 짜고 맛도 없다. 우리처럼 그 자체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다른 요리를 먹은 후 약간의 허전함을 때우는 정도이다. 볶음밥도 ‘초반’이라 하여 우리와 비슷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돼지등심으로 만드는 ‘탕수리지’는 우리의 탕수육으로, ‘위샹로스’는 유산슬로, ‘라더지는’ 라조기로 등, 많은 요리들이 우리나라에 전해진 이후 변신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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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4-28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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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수필 발표' 방에 2주 동안 불이 꺼져 있어, 성급한 사람이 먼저 올려 보았습니다.
이제 물꼬를 튀어주니 계속하여 올라 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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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4-29 0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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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 홈피에 웬 중국요리 냄새가 이리도 진동하는가 했더니 진원지가 김선생님이셨군요. 저는 이상하게도 중국요리가 취향에 맞는 편인데 김선생님, 어디 좋은데 없을까요? 아쉬운대로 짜장면 잘하는 곳 한군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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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5-01 08: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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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국에 있을 때는 지방마다 잘가는 집이 있었습니다. 특히 단동 압록강변의 해물요리 잘하는 집은, 지금도 아내가 그리워 합니다. 가평에는 화악산 가는 시골길에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잘하는 집이 있습니다. 산골이라도 소문이 나니까 손님들이 많더군요. 언제 오시면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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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4-29 1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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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중국요리는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리고 잡식성이라 못먹는 것이 없을 젇도인데
중국요리중에서는 더러 혐오감을 주는 요리도 등장하는 군요. 굼벵이 구더기 뭐 등등
다른 것들을 들먹이면 군침이 돌다가도 그것들을 들먹이면 입맛 떨어집니다. 아무튼 우동 짜장면이야 중국요리로 항상 즐겨먹는 메뉴이기도 하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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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5-01 0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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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수민족 중에는 이상한 것 먹는 민족들이 많이 있습니다. 옛날, 열악한 환경에서 굶주림 때문에 먹기 시작하였겠지만, 환경이 변하여도 그 습성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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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4-30 0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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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는 언제 누구와 나누어도 흥미진진합니다.
신기하고 독특한 중국요리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살면서 경험하신 음식문화라 누구보다 정통하리라 믿습니다.
김용순 선생님이 중국요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요?
저는 최근에 양꼬치를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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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5-01 0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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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중국요리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생각나는데로 적어 보았습니다. 오래 있으면서 여러 요리도 많이 먹어 보았지만, 저는 이상한 재료로 만든 요리는 먹지 못합니다. 찜찜해 하면서 먹어 보아야 좋을 것 없다 싶어서요. 양꼬치는 여름 밤, 길거리에서 병맥주 나팔불며 먹어야 제 맛이지요. '허구어'도 익숙해지면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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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04-30 1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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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중국요리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그 맛과 의미가 더욱 새로워지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나이들어 가려야만 하는 것들중에 기름진 중화요리가 많으니 그 또한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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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05-01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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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중국요리는 대개 기름에 볶고 튀기지만, 비싼 요리는 해물요리이고 담백합니다. 기름진 요리는 대중적인 서민 음식이지요. 아직 메일 답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집사람이 읽어보지 않아서요. 읽는 대로 반응을 전해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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