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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0-06-21 18:06
조회 :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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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에서
퇴직을 한지도 4년이 지났다.
38년간 몸담았던 교직이지만 내 몸 어디에도 아이들을 가르쳤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마지막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가 서성거리거나 운동장 한 쪽에서 그네를 미는 아이를 향해 너, 나 모르겠니? 따지듯 물어도 뜨악한 얼굴로 바라볼 뿐 이제는 아는 얼굴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다. 아침 출근길이면 여기저기서 선생니~임을 외치며 달려오던 아이들이었다. 퇴직 후 1년까지만 해도 퀴즈 문제를 알아맞히듯 잠시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선생님이다! 반기던 아이들이 있던 이곳이 어느 새 이방지대가 되고 말았다.
텅 빈 운동장 벤치에서 각종 운동 기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추억처럼 떠올랐다. 2학년이었지만 녀석들은 예외 없이 체육을 좋아했다. 그중에도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해서 나도 함께 섞이곤 했는데 녀석들이 다람쥐처럼 어찌나 잽싸게 움직이는지 나는 헛발질하기가 일수였다. 공을 쫓아 부지런히 달리다보면 어느 새 온몸이 땀으로 젖곤 했다.
남자아이들의 경기가 역동적인데 비해 여자아이들은 정적(靜的)이었다. 피구 놀이를 자주 했는데 작은 몸놀림 하나에도 까르르 웃는다거나 상대방의 몸에 공을 맞히기라도 하면 성취감에 겨워 팔짝팔짝 뛰며 환호했다. 100M 경주를 위해 출발선에 조를 짜서 세우면 저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긴장감으로 온몸을 떨던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날 아침 학교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긴 여름 방학을 끝내고 첫 출근을 하는 것일 뿐 평소와 다른 것은 없다고. 절대로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자신을 향해 그토록 강하게 걸었던 최면의 마술도 막상 아이들 앞에 서는 순간 맥없이 풀리면서 몇 차례 목이 잠겨왔는데 비로소 학교를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아이들의 웅성거림을 뒤로하며 교실 문을 나설 땐 알 수 없는 서러움으로 잠시 머뭇거렸지만 얼핏 해방감도 느꼈던 것 같다.
전역을 앞둔 병사가 달력의 날짜를 지워가며 세월을 죽이듯 정년을 의식하면서부터는 늘 허둥거렸다. 막연한 불안감과 겹쳐오는 권태감은 평소와 다름없는 아이들의 재잘거림마저 소음으로 둔갑시켰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아이들로부터의 탈출을 꿈꿨다. 담임 곁을 떠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던 정신지체아인 지연이의 유난히 컸던 울음소리가 마음에 걸렸지만 그 아이 역시 곧 잊을 것이었다.
그렇게 떠난 학교였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쉽게 잊혀 질 것 같던 아이들과 운동장 그리고 교실의 복도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눈앞에 어른거린다는 점이었다. 가을 운동회 때엔 아이들의 함성이 귓가를 맴돌아 그예 학부모들 틈에 끼어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문득 다시 돌아와야 할 자리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주위를 살피면 모두가 낯선 얼굴뿐. 땅거미가 내려앉는 운동장엔 저녁운동을 나온 듯 몇 무리의 여자들이 잰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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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0-06-22 08: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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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퇴직 후의 담담한 소감을 잘 읽었습니다. 38년간이나 선생님으로 봉직을 하셨다니 천상 선생님이십니다. 그렇게 닦은 內功이 한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풍성하게 하는가 봅니다.
저는 강 선생님을 처음 만날 때 부터 인간적인 매력에 남자로서의 흐뭇한 友情을 느끼곤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수필에서의 활동에 기대를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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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22 2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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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회에서 가장 처음 만난 분이 윤선생님이십니다. 글로나 인간적으로나 함량미달인 저에게 늘 용기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윤선생님의 야심찬 계획, 부디 열매 맺으시길 응원하며. 거듭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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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0-06-23 2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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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퇴직한지 만 삼년이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계속해서 근무하는 꿈을 꾼다는 것입니다. 깨어놓고 보면 허무하기만 한 그 시절, 지금도 그립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아마 그렇게 근무하는 꿈은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강승택선생님처럼 그렇게 직장이라고 찾아도 보고 그래야 하는데, 제가 근무했던 곳은 교도소라서 찾아가기도 좀 쑥스럽고 그렇답니다. 하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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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24 0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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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임선생님이야말로 한 번 찾아가보고 싶어도 교도소라는 특수성때문에 제약이 많으시겠습니다. 교도소야말로 갖가지 인간드라마를 안고 오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선생님,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한 번 막걸리라도 나누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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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0-06-24 07: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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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의 추억어린 뒷 모습에서 인생 드라마 한편의 단막극을 잘 감상했습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희 비에 관계없이 어느 영화의 주인공임이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글쓰는 작업으로 제2의 삶을 선택하셨으니 과거의 지도자 의식을 근본으로 하여 작가님 위치에서의 인생 철학을 유감없이 발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결실의 계절을 맞은 강승택 선생님을 향해, 구성진 목소리로 펼쳐지게 될 한판의 멋 들어진 삶의 풍경이 그려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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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24 09: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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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태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 인사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니 반갑기도 하고요. 격려의 말씀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거듭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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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우 |
10-06-24 15: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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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읽어가며 그 상황에서의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져 와 가슴이 찡했습니다. 그토록 오랜동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셔서인지 선생님의 표정이나 마음이 맑음을 저는 느낍니다.
운동장에 들러 예전을 추억하실 선생님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선생님의 맑고 순수한 감성을 이제는 글을 통해 토해 내시고 작가회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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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24 2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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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우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생활해서인지 몰라도 철이 덜 들었다는 소리는 이따금 듣습니다. 결점 투성이의 인간이지요. 지난번 문학 기행시 버스안에서의 이선생님의 코멘트, 지금도 혼자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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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0-06-24 2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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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동심의 마음인 듯, 밝은 웃음꽃 만발하신 강승택 선생님! 추억을 찾아 운동장 순례를 하시면서 좋은 글 한편 멋지게 쓰셨네요. 아직은 퇴직하기 이른 것 같은 나이,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실천을 진심으로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선생님 품에서 배운 학생은 복이 많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을 가르치시면서 그 속에 내재된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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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25 06: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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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님 말씀처럼 아이들과의 생활이야기, 찾아보면 순수했던 조각조각들이 찾아질 수도 있겠네요~어른들은 모르는 저만이 아는 이야기들, 괜찮을까요? 모든 면에 적극적이신 전임 국장님, 오늘도 활기넘치는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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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0-06-29 1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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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의 심정 편린이나마 미루어 짐작합니다.
제게 가장 영향을 주신 분이 국민학교 담임선생님 이십니다.
그분께서 글쓰기로 인도하여주셨죠. 서울로 유학 오느라 선생님 댁에서 기숙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선생님 함자도 '강' 으로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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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6-30 0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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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의 저의 경험상 김선생님의 소년시절은 모든 선생님들로부터 사랑받는 아주 모법적이고 예쁜 소년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린 시절, 교사의 한 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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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0-07-02 09: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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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근무하던 학교 운동장에서 깊은 추억에 잠긴 선생님의 모습이
그림같이 그려집니다. 젊어서는 꿈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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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7-02 1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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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빛바랜 일기장 뒤지듯 추억을 노래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밝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최복희 선생님을 떠올리며 실버넷 뉴스 생각이 나서 즐겨찾기에 추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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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0-07-09 1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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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는 선생님 마음이 잘 나타나있어 가슴이 찡합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좋은 소재가 되어 더 좋은 글이 많이 탄생 될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운동장에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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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0-07-10 09: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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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늘 부족하고 자신없어 망설이다가도 용기주시는 글 만나면 힘이 됩니다. 더위에 유의하시고 좋은 사진도 많이 담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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