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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진화 |
날짜 : 09-10-12 13:33
조회 : 2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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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이진화
며칠 전에 텔레비전에서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전교생이 모두 49명밖에 안 되는 보령의 한 시골학교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는 한동안 내 가슴을 훈훈하게 했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었다. 정신지체아로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용재 오닐은 미국인 외할머니의 헌신적인 양육을 통해 음악 영재로 자랐다. 젊은 그는 비올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줄리어드 대학원에 입학했고, 활발한 연주를 통해 떠오르는 음악가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가 시골 마을에 처음 보는 악기를 들고 찾아갔을 때 아이들은 의아했다. 저 사람은 왜 우리에게 왔고, 도대체 누구이며, 저 악기는 또 무엇이냐 하는 눈길로 한동안 거리를 두고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로 말하는 선생님과 한국말 밖에 못 하는 아이들 사이에 따스한 마음의 흐름이 생겼다.
용재 오닐이 아이들에게 제안한 것은 한 달 여 동안 연습을 해서 음악회 무대에 서자는 것이었다. 연주를 해본 일도 없고 공연이라고는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그들이 무대에 서다니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아무도 그 일이 가능하리라고 믿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않은 재능의 발견과 연습을 통해 아이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음악에 관심조차 없던 아이들이 하루 종일 노래를 흥얼거렸고 스스로 모여 연습을 했다. 비올라로 들려주는 용재오닐의 ‘섬집 아이’ 연주를 듣고 비올라 소리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다. 자신이 노래를 좋아하는지, 잘 하는지조차 몰랐다는 소년 훈이는 폴 포츠처럼 아름다운 자신의 목소리와 조우를 한다. 살아가면서 숨져져 있던 자신의 멋진 모습과 맞닥뜨리는 기쁨을 아무나 누릴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왔다.
때때로 낙심하고 좌절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름 내내 땀을 흘린 아이들은 훌륭하게 공연을 마쳤다. 그 일을 해낸 아이들은 물론 박수를 치는 부모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했다. 훈이를 비롯한 시골 마을 49명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 성취한 무대공연의 기억하며 힘을 얻을 것이다.
가끔 마음이 통하는 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뭔가 힘들어하는 눈치가 보이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원래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이 질문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것 보다는 답을 얻기가 쉽다. ‘활달한 사람이었죠.’, ‘낙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연기에 소질이 있었어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었지요.'
그 말들 속에 잠재된 능력과 실마리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나에게도 가끔 물어본다. 현재의 나는 원래의 나와 얼마나 일치할까. 나는 얼마나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현재의 모습이 정말 내가 원하는 모습인가. 과거에는 누구였고, 현재는 누구이고, 미래에는 누구일까.
평생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살았을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미 자기가 누구인가를 찾은 것 같았다. 그래서 예술에 대해 전혀 체험한 바 없는 벽촌의 아이들에게 찾아와 음악을 들려주고, 노래를 하게하고, 연기를 통해 감정 표현하는 연습을 시켰다. 그는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통해 존재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것은 스스로 터득한 사람이었다. 그의 음악 속에는 한과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가 스며있다. 그런 그를 통하여 아이들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주는 동기가 될 것이다.
무표정하던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기쁨의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저런 감동적인 순간을 언제 가져보았던가, 그런 순간이 있기는 했던가 생각을 해본다. 유장한 비올라의 음률, 용재 오닐의 ‘겨울 나그네’ 연주를 듣고 있자니 뭔가 미세한 움직임이 마음의 뿌리를 툭툭 건드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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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10-12 13: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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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저도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아주 중요한 세가지 질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다른 하나는 '신은 누구인가?(또는 존재하는가?)'
아마도 제일 중요한 마지막 하나는 '그(또는 그녀)는 누구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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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09-10-12 2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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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회장님~저는요. 정말로 그물음을 많이 했지요
그리고 자문자답으로 "나는 적당한 위선자"로 결론 내렸었지요
적당하게 말입니다
또 언젠가는 나는 바람이다 라고도 했어요
바람은 울타리가 튼튼하고 떠억 버티고 힘있게 서있으면
빠져 나가지 못하고 그곳을 냉기로 만들어 다른 바람을 막아줍니다
그런데 울타리가 엉성하거나 아예 울타리같은 바람막이가 없다던지 하면
바람은 스쳐 지나갑니다. 새나가서 다른 튼튼한 울타리 앞에가서
서성대지요
용재 오닐은 잘모르지만 그 대신 " 내님은 언제 오시려나 .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하는 김범룡의 바람바람바람은 압니다~ ㅎㅎ
그런데요~ 에밀리 브론테작 윌리엄 와일러감독의 폭풍의 언덕에서
워더링 언덕에서 몰아치는 폭풍우 장면은 쑈였어요~ 대형 선풍기를 가지고
한곳에서 불어 제끼며 찍는 영화니까 그렇겠지요
바람은 말입니다~ 절대로 한곳으로 불지 않습니다 윗바람과 아랫바람이다르고
돌다가 뒤틀기도 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기도 하고 하여간에
요물입니다, 인간하고 똑 같지요 그 속성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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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10-12 2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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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는 누구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내는 나에게 운명이 기구한 사람이라 말합니다. 흡사 써커스를 하듯이 외줄타기 아슬아슬한 위기일발의 살얼음판을 걷는 인생이라고나 할까요. 그렇게 말한답니다. 아무튼 한 세상을 그렇게 살다가는 평범한 인생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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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09-10-13 0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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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가능성을 열어가는
설득력 있는 재치가 놀랍습니다.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하면 말문이 막혀버릴지도 모를일이니까요.
용제 오닐로 부터 얻은 감동을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달해 주신
이진화 작가님의 진면목에 저는 그저 '감동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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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10-13 0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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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글입니다. 무심히 맞은 멋진 이야기가 TV에서 부라운 관에서 사라지는 것을 몹시 아까워 하는 사람입니다.
이 글의 그 장면 하나을 그림으로 넣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녹화 준비 중에 있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하루하루가 되더군요. 이런 제 행동을 쓸데없는 일로 보는 눈이 ilman을 괴롭힐 때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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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10-15 0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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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원래 누군인가'가 다르다 하심은
심리치료사로서의 전문 식견이 담겨있는 말씀임을 알게 됩니다.
용재오닐이 천재음악가라는 말은 들어 알지만, 보령 시골학교에서 기적을
이룬 일은 처음 글을 읽고 알았습니다.
선생님의 수필문체는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 해석의 명료성에 있음을
이작품을 통해서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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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10-18 0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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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 물음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만
무엇보다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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