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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정동호 |
날짜 : 09-07-08 11:04
조회 :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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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정동호
五月의 싱그러움에 새 힘이 솟는다. 평화가 깃든다.
녹색 산야에 하얀 꽃들이 소복소복 피었다. 고슬고슬 소담스럽다.
가을 첫 햅쌀밥에 모락모락 김이 난다. 고소한 밥 냄새에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고 군침이 돈다. 그래서 이밥 나무라 불렀는가. 혹자는 24계절 중 입하(立夏)무렵에 핀다하여 입하 꽃이라 하다가 뒤에 이팝나무로 변했다지.
옛 사람들은 볍씨 뿌릴 때 이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들 것이라며 치성도 드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꽃을 보면서 왜 쌀밥을 생각 했을까.
쌀은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것 중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된 작물이다. 통일신라시대부터 주식으로 자리 잡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생명양식이다. 식이(食餌)섬유와 단백질·지방·비타민 등 영양이 풍부해 예부터 "밥이 보약이다"라고 했을성 싶다.
그러나 70년대 초 까지도 봄이 되면 농촌에는 끼니를 굶다 못해 칡뿌리나 쑥이며, 심지어 송기 밥으로 연명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고구마나 감자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상추쌈에 누런 된장 한 숟갈 얹어서 쌈밥인양 먹고 최면을 걸어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 않았던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입하 무렵이면 배고픔은 더욱 심해서 보는 것 생각는 것 모두가 먹는 것뿐이었으리라.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밥 냄새도 맡는다 했으니 이 때 소복소복 하얗게 핀 꽃을 쌀밥으로 착각 했을 만도 하다.
쌀에는 우리민족의 한이 서려 있다. 조선 시대에는 조정 관료들의 학정으로 민중들이 수탈을 당했고, 일제 강점기에는 수백만의 농민이 토지를 빼앗기고 소작인이나 화전민으로 전락하였다. 농민들은 뼈 빠지게 농사를 짓고도 흰 쌀밥 한 그릇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으니 그 한이 어떠했으랴.
1963년 계묘년에는 보리가 익을 무렵부터 한 달 여 장마 비가 끊이질 않아 타작도 못한 채 보리가 썩어 들어갔다. 굶주리다 못한 농민들은 썩은 보리를 해먹고 배앓이까지 했으니 하얀 쌀밥이 어찌 그립지 않으리.
70년대 들어 통일벼가 개발되고 새 기술이 보급되면서 꿈에도 소원하던 쌀 자급을 이루고 ‘녹색혁명’이라 했다. 그동안 이 한을 풀기 위해 우리 농민들의 흘린 땀이 얼마던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매년 풍작에다 쌀 소비가 줄고 외국쌀까지 들어오니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감산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잠시도 마음 놓을 수 없는 것이 생명 양식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쇠똥보고 놀라듯 농업의 역사를 아는 만큼 염려스러울 때가 많다. 이상기후로 언제 또 재해가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이팝나무 꽃이 필 때 서리가 내릴지 누가 알랴. 미국 쌀장사들이 또다시 농간을 부릴지, 식량무기란 말이 또 회자되지 말라고 누가 장담 하겠는가.
이팝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이야기로만 남아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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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7-08 1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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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반갑습니다. 농업분야에 종사하셨으니 쌀에 대한 감회가 누구보다도 남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이팝(쌀밥)이란 말은 북쪽에서 주로 쓴 말인데 나무이름이 되다보니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쌀농사는 안보차원에서도 안정적으로 짓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어디서 보니 논이 수해와 가믐에도 크게 일조를 한다는 걸 읽었습니다. 저는 금년에는 이팝꽃을 못보았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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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승 |
09-07-08 1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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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남도에서만 아팝나무를 볼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이곳(경기지역)에도 쉽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벚꽃이 지고 나면 으레 집 주변에도 아팝나무에 곷이 흐드러지게 핍니다. 가지마다 소담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고슬고슬한 쌀밥을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최근에 가로수로 식목을 많이 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파주나 의정부에도 쉽게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쌀밥보다 밀가루 음식을 더 선호하는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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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7-08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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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정희승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팝나무 꽃은 소담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만,
꽃 뿐아니라 잎도 깨끗하여 요즘은 가로수로도 많이 심더군요.
그 꽃을 가만히 보노라면 꼭 쌀밥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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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7-08 2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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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보리쌀이 쌀보다 비싸고 서숙 즉 좁쌀이 쌀보다 더 비쌉니다. 돈많은 사람은 잡곡밥을 먹고 돈 없는 사람들이 쌀밥을 먹는 세상이 되었으니 제 어릴 적 속담에 항상고기에 쌀밥? 하던 말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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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7-09 2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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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안년하십니까.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도 종종 보리밥 집을 찾고 있습니다만, 옛날은 쌀 한 톨이 어찌 그렇게도 소중했는지요.
세상이 많이 변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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