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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09-06-15 10:18
조회 : 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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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십대의 관심과 육십대의 관심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나의 사물에 대한 관심은 삼십대 때와 육십대 때가 확연히 갈린다. 삼십대 때는 물불 안 가리고 돌, 그중에서도 수석(壽石)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육십 이후로는 식물, 그중에서도 다양한 식물의 이파리에 마음을 빼앗기고 산다. 내가 이토록 이파리에 빠져든 연유는 푸르른 것이 마냥 좋고 계절의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집안에서조차 가시가 솟아서 무서운 다육식물인 손바닥 선인장을 네 분(盆)이나 기르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래온 건 아니었다. 수석의 붐이 일 때에 마침 먼저 수석 책자를 접하게 됐던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탐석에 나서서 주워온 돌이 엇갈림석이었다. 그게 눈에 번쩍 띄고 제일 좋아보였던 것이다.
당시를 생각하면 새롭기만 한데, 그때는 유행에 휩쓸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원초적인 자연 회귀심리에다 이 세상 자연물 중에서 돌만큼 견고하고 오래된 것이 없을 것이라는 나름의 깨인 인식이 있지 않았는가 한다.
견고하기로는 말할 것도 없고, 연륜은 또 어떠한가. 어느 돌을 집어 들어도 20억 살 되지 않는 게 있는가. 지구가 탄생한 이후, 최초의 생명체라 할 삼엽충이 나타 난 때가 지금으로부터 6억 년 전, 공룡의 출현이 1억 년 전, 그리고 현생 인류 출현이 고작 200만 년 전이니 연배로 따지자면 어디 어느 생명체와도 비교가 되는가.
학술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지각변동이 멈추고 생성된 고참 암석이 25억 살이라고 한다. 인천의 작은 섬 대이작도에서 발견된 혼성암이 그것인데, 퇴적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밖에도 20억년 이상의 암석들은 전국에 걸쳐 산재한다. 즉, 강원도일원에는 방해석, 무주와 장수에서는 각각 석영과 장석이 나온다. 뿐인가. 경북 일원은 사암과 휘록암, 셰암이 산재하고, 제주도는 기공현무암, 지리산일대에서는 각섬석, 그리고 서해안 곳곳은 이암과 역암이 나온다.
한편 전국적으로 보면 변성암인 편마암과 화강암이 고루 분포하는데, 이것이 주로 수석감이다. 강도 면에서 오모스 측정계로 6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애석생활을 오래한 사람은 돌을 보면 금방 산지를 훤히 안다. 옥돌과 쪼코석처럼 돌은 특정한 지역에서 출토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애석생활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돌의 영원성 말고도 말없는 묵언의 자세가 좋았던 것이다. 그런 돌을 가까이 하면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폈다. 몇 치의 단애를 보고는 천 길 낭떠러지의 아찔한 전율을 느끼고, 한 홉들이 웅덩이를 보고는 대양을 마주한양 호연지기를 느꼈던 것이다.
한데, 육십이 넘은 지금은 관심이 온통 다른 데로 옮겨져 있다. 어느 날부터는 문득, 죽은 물체보다는 살아 숨 쉬는 대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것도 동물보다는 식물에, 줄기나 꽃보다는 푸르른 이파리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이 또한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한때는 나도 여느 사람들처럼 요염하게 피어나는 꽃 감상하기를 좋아하고 그런 꽃들이 뿜어내는 꽃향기를 좋아했다. 그러던 것이 이파리로 옮겨진 것이다.
나는 잎사귀 중에서도 작은 것 보다는 넓은 잎새를 좋아한다. 그래서 어디에 그런 게 보이면 살펴보고 손이 닿으면 꼭 한번씩 만져본다. 탐스럽기도 해서지만 그 형태가 대견하기 때문이다. 특히 방추형의 이파리를 좋아하는데, 내가 보아온 바에 의하면 크기별로는 대충 연잎, 토란잎, 호박잎, 오동잎 순위가 아닌가 한다.
이것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다. 잎사귀 정중앙에 실한 잎맥을 뻗어서 들보처럼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거기다가 상대적으로 뒷면보다 앞면이 매끄럽다. 그리고 그러한 잎들은 비라도 내리면 일차 받아서는 움푹파인 잎자루 쪽으로 흘러 보낸다. 그러면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살랑살랑 가볍게 잎을 흔들어서 찢겨지는 것을 방지한다.
하중을 지탱하는 것도 그렇다. 잎새를 오긋하게 안쪽으로 오무려서 그 무게가 온전히 잎자루 쪽으로 실리게 한다. 이런걸 하나하나가 얼핏보기엔 대수롭지 않게 보여도 수 만년의 축적된 지혜가 숨어있음을 알게 된다. 이파리는 해바라기를 하면서 늘 광합성작용을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줄기와 땅의 건조를 예방하고 종래는 거름이 되어준다.
한데 오늘은, 우연히 옥수수 밭을 지나다가 그런 이파리가 또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파리는 동이밴 옥수수가 줄기에 업힌 것을 마치 또 그 위에 띠를 두르듯이 받쳐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면서 아하, 이파리는 무엇보다도 자기 보호에 투철한 사명감을 지녔구나 싶었다. 응시의 결과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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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09-06-15 10: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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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호수 공원에 가서 본 부부가 생각납니다. 남편이 장미 잎을 따서 획 버리고 가니까 뒤 따라 온 그의 아내도 똑 같은 짓을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 회장님은 자연을 사랑하는 것이 무생물에서 생물로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여 나아가는 모습이 퍽 감명 깊게 합니다. 이런 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아름다운 세계로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늘 오늘처럼 그렇게 건강히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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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15 1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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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은 나뭇잎이 물방울을 그 위에 올려놓았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내려놓은 것에서 배울바가 있다고 했다지만, 저는 그저 편안하게 바라보는것이 좋습니다.
잎사귀가 큰것들은 하늘과 통하는 접시 안테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종종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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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09-06-15 12: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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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에 대한 애착과 집념이 대단했는데, 요즘엔 이파리에 대하여 관심을 옮겼다고 하니 임 회장님의 탐구정신이 어지간합니다. 주위 사물에 대한 관찰과,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思惟하는 모습은 작가에겐 필요한 습관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쏟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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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15 13: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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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낙비를 만나면 토란잎이 우장이 되어주기도 했지요.
'연잎에 청개두리 뛰어오르듯'아라는 속담이
큰 잎사귀를 만나면 생각이 나서 피식 웃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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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09-06-15 15: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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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회장님! 저도 수석광이었답니다. 그것도 호피석에 거의 미치다 싶이 해서 날이면 날마다 비오면 비가와서 돌이 잘보이겠다고 해서 나가고 눈이오면 눈녹은 곳에 호피가 더 선명하니 나가고, 그렇게 호피석에 미쳐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월간수석 1990년도 부터 1993년도 까지 제가 수석에 대한 글도 꽤 많이 올렸답니다. 그때는 골재 채취 작업이 많아서 꽤 재미를 보았는데 요즘은 통 그런 작업이 없다보니 제가 발기한 춘천교도소 봉의 수석회도 활동이 시원치가 않아 보입니다. 수석에 대한 이야기라면 저도 누구 못지 않게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저도 한 때 분재를 하다가 잘못하여 몇 분을 죽이고 부터는 죄책감에 그만 둔 기억이 있습니다. 청송교도소 근무할때 이야기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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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15 17: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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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아주 좋아하셨나 보군요.
돌꾼끼리의 이야기는 밤을 새도 끝이 없을 겁니다.
저는 먼곳은 못가고 전남과 경남일대를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저의 등단작인 '천생연분'도 돌이야기였지요.
질이 좋은 호피석은 순창에서 많아 났습니다.
전에 저도 그 월간수석에 더러 글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만나면 이야기좀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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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09-06-17 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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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어느 것 하나에도 관심을 두지 못하여 부끄럽습니다.
그러니까 큰 이파리가 '외계를 향한 접시 안테나' 였군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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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17 13: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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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선생님, 댓글 고맙습니다.
보내주시는 칼럼을 잘 읽고 있습니다.
김선생님은 독심술이 뛰어나시군요.
그렇잖아도 글에다 접시 안테나 이야기를 추구하려다 그만
뒀거든요. 후덕하게 보인다는 것도 생략하고요.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다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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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준 |
09-06-17 1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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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회장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시는 그 마음이 가장 부럽습니다.
창조주의 깊은 뜻을 헤아리는 그 마음이 근원을 이루셨기에
그리도 수석 한점에도 에착이 가고, 나무 한 잎파리에도 관심을 쏟고
사랑하는 마음, 여유로운 마음이 귀하다 여기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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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17 1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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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선생님, 반갑습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요.
작품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워지는 날씨에 건강 잘 추스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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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09-06-20 0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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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을 읽으며 임병식 선생님께서 옥수수잎을 응시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수석에서 식물로 옮겨진 마음에 공감이 갑니다.
저도 요새 식물에 많은 관심이 갖게 됩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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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20 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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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작품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나이를 들면 살아있는 풀한포기도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하는것
같습니다.
엊그제는 에세이 100편에서 선생님의 작품 '아버지의 집'을 읽었지요.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나 애틋한 아픔으로 남아있지만
작품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러면서 유희남선생님의 아버지 상여나간 이야기와 류인혜선생님의
황톳길을 따른 장면, 한동희선생님의 염전을 바라보며 아버지를 그리던
모습이 겹쳐서 지나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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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09-06-24 1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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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관심은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인걸까요.
요즘 회장님께서 우리 작가회 회원님들의 에세이100편을 읽고 탐색중이사라더니 언제 이런 좋은 글까지 올리시는지... 정말 매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네요.
나이 따라 보는 감성 다르듯 관심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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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6-24 1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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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요즘 저는 푸르른 녹색 자체가 너무 좋습니다.
에세이 100편을 읽어보면 우리 작가회원님들의 문재가
보통이 아닌데, 재주를 묵히지 말고 좀 열심히 썼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새로운 수필집을 하나 엮어보려고 더위와 씨름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가회원님들 작품 모아주세요. 제가 관여하는 잡지에
우선적으로 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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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호 |
09-07-04 06: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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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오랜 만입니다.
요즘 홈피를 자주 들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사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문학정신인가 봅니다.
좋은 취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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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7-04 1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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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호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요즘 방문이 뜸해서 무슨 일이 있으신가 했습니다.
오늘은 오전에 산림욕을 좀 하고 왔습니다.
그동안은 몰랐는데, 수원지가 있던 곳을 등산코스를 개발하고
각종 쉼터를 만들어 놨더군요.
지금은 식수로 쓰지 않아 그렇게 만들어 놓은것 같더군요.
매주 한번씩은 다녀 오려고 합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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