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09-05-22 23:37
조회 : 2210
|
|
|
|
돌아온 약골인생
임 재 문
나는 어릴 때 몸이 너무나 허약했다. 발이 남보다 작은 탓도 있었겠지만, 다리가 가늘어 뒤뚱거리며 걷다가 넘어지기 일쑤다. 항상 무릎은 성할 날이 거의 없다. 그래도 오뚜기처럼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야한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 다닐때는 더욱 더 소화불량에 시달리다보니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서 선생님께서 별명을 낙지라고 지어 줄 정도다. 머리는 까까머리로 반들반들하게 깎았지요. 몸은 힘이 없어 흐물흐물하니 낙지와 많이도 닮아 있었던가보다.
그래서일까? 동료들에게 맨날 얻어 터지고 다녔다. 어느 누구에게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다. 지금 생각같으면 그때 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거나, 했어야 옳았을텐데, 한없이 내성적인 내가 감히 그럴 용기도 갖지 못하고 중학교 졸업하는 그날까지 괴롭힘만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부터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여기서 주저 앉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힘을 기르자! 이제 힘으로 대항하자! 하는 것이 내 신념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철봉과 평행봉이다. 기회만 있으면 시간이 나는대로 철봉과 평행봉에 메달렸다. 턱걸이 한 개도 못하던 내가 턱걸이 이삼십개를 거뜬히 하게 되고, 또 평행봉 배차오르기와 일본말로 후리라고 하는 팔굽혀 흔들기를 수없이 되풀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법 팔뚝이 굵어지고 가슴에 균형이 잡힐 무렵, 나를 괴롭히는 녀석과 한 판 싸움이 붙었다. 그렇게 힘을 기르고 나니 그가 나를 때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나도 그를 혼내주지 못했지만,
욕심히 생겼다. 태권도를 하자! 이제는 공격이다 ! 중학교 다닐때 그 한을 풀어야 하겠다는 신념으로 도장에 입관을 하고 미친듯이 태권도에 열성을 다했다. 내가 태권도 도장에 백띠를 메고 시작할 무렵 벌써 청띠를 넘어 빨간띠를 맨 태권도 선배들과 운동을 하게 되었다.
맞 대련을 붙으면 그의 이단 옆차기에 보기좋게 나가 떨어지곤 했다. 그런데 그 빨간띠 선배가 태권도는 별로 않고 당구나 치고 아주 거만하게 굴기만 했다. 나는 그동안 방학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달려 검정띠를 딸 무렵이다.
오랫만에 당구나 치고 다니던 빨간띠 선배와 대련이 붙었다. 내가 이단옆차기에 나가 떨어지는 것으로 쾌감을 느끼던 그 선배다. 그날도 변함없이 이단 옆차기가 날아들어오는데 순간적으로 피하지 않고 자세를 낮추어 방어를 했더니 그 선배가 보기좋게 내몸을 타고 넘어가 제풀에 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아 ! 그 때의 그 희열 그 쾌감 ! 나는 그래서 태권도를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태권도 공인 삼단! 태권도 사범이 되려는 순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혼자 몸을 푸는 정도로 운동을 계속했다.
직장에서는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하고 또 선수로 뛰기도 했다. 유도나 레슬링 혹은 씨름을 했더라면 풍체도 좋아지고 그랬으련만 태권도는 사람을 더욱 더 날씬하게 했지 풍체를 좋게 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갈비씨요 술취한듯 걸어가는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한 번은 자기의 힘만 믿고 나를 깔보고 없신 여긴 녀석을 아주 무릎을 꿇고 빌도록 혼내 준적도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것도 태권도로 다져진 몸이라 생각을한다. 그런데, 제아무리 태권도로 다져진 몸이라고 할지라도 나이 앞에는 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먼저 무너진 곳은 어려서부터 귀앓이를 한 탓으로 중이염 수술을 받아 청력을 앗아간 것이다. 이제는 보청기에 의존해야 하게 되었다. 눈도 나빠져서 안경을 맞추어 썼지만, 수술한 귀때문에 안경이 걸리지를 않아 돋보기에 의존해야 한다.
열성을 다해서 열심히 메달리던 평행봉 덕분에 한겨울 무리한 탓으로 우측어깨 쇠골 골절로 이어져 다행이 수술은 면했지만, 뼈가 어긎나게 붙어 힘을 쓸 수도 없다.
나이가 들어가니 또다시 넘어지기 시작해서 다리 골절로 깁스를 하고 간신히 붙었는데, 부실한 다리때문에 지하철 계단에서 굴러 이번에는 대퇴부에 인공관절을 설치해야 했고, 무릎도 연골 수술로 재결합해 놓으니 힘을 쓸레야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치아는 벌써부터 망가져 의치로 위아래를 포장했고, 태권도 삼단도 그 무엇도 이제는 내 몸에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나는 생각한다. 이제는 살얼음판을 걷듯이 조심 조심 또 조심 그렇게 인생을 살아야 할 것이라고, 청개구리가 주변 색갈로 몸을 변화시켜 자기 몸을 보호하듯이, 나도 그렇게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돌아온 약골 인생이 아니겠는가?
|
|
| 일만성철용 |
09-05-23 06:46 |
 |
'내 몸은 종합 병원이'라는 춘원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이 회장님의 글이 점점 더 깊은 경지로 나아가는 듯한 글이기도 하구요. 남의 성공보다 실패를 은근히 바라는 세상이요, 증권해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보다 망했다는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는 세상이거든요. 전 번 글에 기인이라고 하시더니 천상병이 다시 소생하여 이야기 하듯 글이 구수합니다.
역경이 그대로 작품화하는 모습을 보면 신앙심이 깊은 신도가 역경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는 듯도 하구요. 수고하셨습니다.
|
|
|
|
| 임재문 |
09-05-23 08:37 |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제일 먼저 과찬의 말씀을 해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그렇습니다. 결혼해서 잉꼬부부로 산다는 이야기는 화제거리가 못됩니다. 이혼해서 파경을 맞이 했다는 소식은 왜 그렇게도 빨리들 전파되는지요. 새차 빼서 교통사고 났다는 소식은 왜 그렇게 하룻사이에 퍼지게 되는지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아프다는 이야기는 입밖에도 내지 말자고, 내가 왜 아파 나는 건강해! 그러며 살자고 했습니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생각하는 세상풍조가 너무나 야속하게 느껴지는 일들입니다. 아프지 말고 사고 터지지 말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임병식 |
09-05-23 16:40 |
|
앞으로는 다치지 마시고 건강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태권도 3단이면 넘어지는 순간에도 균형을 잡는 실력이 아닌가요.
오늘은 마음이 무겁습니다. 안타깝습니다.
|
|
|
|
| 임재문 |
09-05-23 17:02 |
|
임병식회장님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삼가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넘어지는 순간 균형은 잡았기에 머리를 다치지 않아 목숨을 건졌답니다. 다리가 이미 부실한 관계로 지하철 계단에서 떨어졌는데 머리를 다치지 않고 대퇴부만 다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어떻든 많이 좋아졌으니 앞으로는 조심조심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
|
| 한동희 |
09-05-26 20:14 |
|
|
임재문 선생님, 항상 건강에 신경쓰시고 앞으로는 아프지 마세요. 나이들어가며 남편이 아프면 아내된 사람은 기운을 잃어갑니다. 아내는 남편이 건강한 것만도 고맙고 감사하며 삽니다. 아내를 생각해서라도 술끊고 태권도 선수처럼 단단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
|
|
| |
| 임재문 |
09-05-26 22:24 |
|
|
한동희 전임 회장님 감사합니다. 항상 지켜보아주시고, 염려해주신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졌답니다. 못된 남편 만난 덕분에 아내만 고생이 말이 아니랍니다. 이제부터라도 마음 고쳐 먹고 건강 되찾고 열심히 살아 아내의 노래를 불러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