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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09-04-16 02:57
조회 : 2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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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마당에 일군 고향의 텃밭
박 영 보
뒷마당엔 달래가 한창이다. 냉이도 그렇고 한 평 남짓 마나리 꽝에도 초록의 빛깔이 짙어져 간다.
쑥도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해 가고 있다.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니지만 민들레와 씀바귀 또는 질경이나 명아주가 마당 이곳 저곳을 뒤덮고 있다. 지저분하게 그 무성한 잡초들을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다며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뽑아 없애려는 아내와 아귀다툼을 하면서까지 이들을 지켜오고 있다.
연하면서도 싱싱한 싹들을 따다가 나물로 무쳐 밥상에 올려놓으면 “참 맛있다”며 해해거리는 그녀도 이제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둔다. 포기를 한 것인지 묵인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무공해 웰빙 음식에 대해서는 용서가 되는가 보다. 연한 씀바귀나 민들레 잎새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무쳐놓으면 “이거 한가지만 있어도 밥 한끼 충분히 먹겠다”며 좋아하는 아내에게 “내 말만 잘 들으면 얼마든지 해 줄 테니 제발 까불지 좀 마”라며 큰 소리치며 나의 정당성을 재확인할 수도 있게 된 것이 아닌가.
뒷마당 이곳 저곳을 뒤집어 엎어 밭을 일구고 한국의 싹들을 뿌리고 가꿔온 것도 여러 해 째이다. 꽃도 심고 각종 야채도 심어 가꾸어왔지만 한국적인 야생 식물들을 가꾸어 보고 싶었다. 코리아 타운에는 한국에서 온 각종 야채의 종자를 구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지만 일부러 나가서 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씨앗을 구입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봄철이면 한국마켓에서 봄나물을 내놓기도 한다. 이때가 종자확보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마켓업주들에게는 화가 날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마켓에서 한국서 직송 됐다는 봄나물 세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달래도 있었고 냉이도 있었다. 마켓에 상품으로 내놓은 나물들은 모두가 깨끗하게 다듬어진 상태로 내 놓는다. 모든 뿌리도 잘려 있어 이미 생명력은 없어진 상태들이다. 그러나 나의 눈은 단순히 밥상에 올린 나물로서 만의 쇼핑이 아니라 단 한 뿌리만이라도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어쩌다가 뿌리의 일부는 절단돼 있지만 몇 가닥의 잔뿌리가 남아 있는 것도 있다.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이렇게 고른 것이 몇 년이 지난 지금의 뒷마당 여기저기에서 돋아나 자라고 있는 달래며 냉이이고 미나리들이다.
한두 뿌리였던 달래와 냉이는 이제 큰 밭을 만들어도 될 만큼 여기 저기 자라고 있다. 금년만 해도 한두 차례의 냉이 국을 끓일 수 있고 몇 차례의 달래무침을 낼 수 있는 분량이 될 만큼 퍼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단 한번도 밥상에 올리기 위해 이들을 뽑거나 잘라낸 적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기껏 한 포기의 들풀에 지나지 않지만 생명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단지 입맛을 돋구기 위해 서슴없이 칼질을 한다는 행위자체도 무언가 가책 같은 것이 느껴지기 때문일까. 잔디밭에 쉴 새 없이 돋아나는 잡초를 뽑아내면서도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으니.
한번쯤 뿌리는 놔둔 채 약간의 달래 이파리만 따서 달래간장을 해 먹은 것이 고작이었다. 텃밭은 일구는 목적이 먹기 위해서라기 보다 호흡을 함께 하며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집뿐만이 아니라 한두 이웃과 나누어도 될 만큼 충분하게 퍼질 때까지는 먹어보고 싶은 마음쯤은 달래가며 기다리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좁다란 울타리 안에서라도 고향의 냄새와 색깔, 고향에 대한 충분한 느낌이 올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혀끝에 느껴지는 봄나물의 향이 아니더라도 고향의 냄새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를 기쁘고 즐겁게 하며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을 것 같다. 뒤뜰에 찾아온 봄의 햇살이 더더욱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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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09-04-16 17: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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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선생님, 안녕학신지요.
작가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봄이 되면 특별히 고향생각이 많이 나실 겁니다.
글쓰기로 향수를 달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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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09-04-17 16: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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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그곳 회원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 고향소식을 접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습니다.
항상 그곳에 함께 머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속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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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09-04-17 09: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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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이역만리 선생님 댁의 뒷마당에서 새로운 삶을 찾은 달래와 냉이도 날마다 선생님을 통해 그리운 고향의 향기를 맡으면서 외로움을 달래고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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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09-04-17 16: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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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들풀들을 통해서라도 고향의 냄새를 느끼고 있습니다. 냉이는 벌써 꽃이 피고 씨까지 맺는 가 했더니 갈색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을 보니 여물대로 여물어 가는 것 같습니다. 내년 쯤엔 뒷마당을 온통 냉이들이 차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달래 잎새도 누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뿌리가 갑절로 늘어날 것 같고요. 때맞추어 오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냉이국에 달래무침 한상 차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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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자 |
09-04-30 1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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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보선생님, 고향그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짐작하겠습니다. 달래와 냉이를 구하여 한 포기 두포기 넓혀가시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고향의 보잘 것 없는 나물이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어 행복해 하시는 소박한 마음이 바로 수필을 쓰는 마음이지요.많이 가꾸시어 이웃과 나누어 먹는 모습을 그려보니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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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09-05-05 1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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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들, 가는 줄기에 수많은 꽃들을 피어대더니 5월에 접어들어 노란 색을 띄우며 씨앗들이 영글어가고 있습니다. 달래도 대공을 세워 수수알 크기의 가지색 씨앗들을 매달고 있습니다. 내년쯤에는 몇몇 이웃과 나누어도 충분한 양의 수확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2~3년 전 처음에야 얼마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일부러 씨를 뿌리거나 별도의 비료를 사용하지도 않고 새 싹도 지난해에 맫혔던 씨앗이 떨어져 저절로 나와서 저절로 자라는 일을 반복해 가고 있으니 분명 <자연산> 유기농입니다. 때 맞추어 한번쯤 이곳에 오신다면 냉이국에 달래무침 한상 차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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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09-05-02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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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글로 자주 뵈니
친근감이 듭니다.
우리 땅에 살면서도 고향을 잊고 살 때가 많지요.
저도 요즘 텃밭 손질을 하고 있기에
선생님의 마음이 헤아려집니다.
좋은 글 많이 읽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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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09-05-05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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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마치고 얼마간의 휴식을 겸해 뒷마당 잔디밭에 쭈그려 앉아 수도, 끝도 없이 돋아나는 클로버를 뽑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럴 때면 15 개월 된 손자녀석이 쪼로로 달려와 클로버 위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돕기라도 하려는 듯 클로버를 쥐어뜯어 플래스틱 바구니에 담기도 합니다. 클로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클로버냐>, <잔디냐>. 둘 중에 하나라는 선택의 여지밖에 없다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기도 하니 그들도 이런 마음은 헤아려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대로 방치해 두면 잔디가 죽게 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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