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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력증 탈출기
  글쓴이 : 임병식 날짜 : 09-01-06 22:35     조회 : 2385    
무기력  탈출기


임병식

나는 평소에 하는 운동이랬자 고작 도심을  벗어나  외곽도로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으로 그치지만, 간혹은 마음먹고  원거리의  산을 오르기도 한다. 이런 때는 빼놓지 않고  배낭에  물병을  챙겨 넣는 걸 잊지 않는다. 중도에서 목이마르면 이보다 난감한 일이 없어서 반드시 챙긴다. 이즘들어  나는  심신이 퍽  지쳐있다. 노모가 돌아가신 후, 살아생전 당신께서 며느리의 병수발로 고생하던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애닮은 마음에  입맛을 잃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이다.

그 때문인지  산의  초입에 갓 이르렀을 뿐인데도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맑고 개운하다. 그러한 건 날씨가 상쾌한  때문은 아니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가  어떤 계기로  영감을 얻은 덕분이다.

어제였다.  서재에 앉아 이철호님이 보내준 소설 '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를  읽고 있는데,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어서 와보라고 불렀다.  책을 덮고 거실로 나가  보니 화면에서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열대 우림지대에 사는 인도네시아 산 원숭이들이  코코넷을 따서  바위위에 올려놓고 돌멩이로  내려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코코넷을 들어서  그냥 바위에  깨뜨려도 놀라울 일인데, 도구를 사용하여 깨뜨리고 있으니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인간이 타제석기 사용하면서 진일보한  마제석기 사용까지는  수 만년이 걸렸다는데, 이것은 그보다는 더 현명한 지혜의 발휘가 아닌가.

예전에 일본산 원숭이가 통속에든 먹이를 막대를 이용하여 꺼내먹고, 사막에 사는 대머리 독수리가  죽은 동물의 뼈다귀를 물고 하늘로 높이 날아 바위에 떨어뜨려서 그 골수를 먹는 걸  본적이 있지만,  그것은 노동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것은 도구와 신체기능을 적절히 이용한  동작이니  탄복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힘을 써서 돌을 들고 내리칠 때는  가속력을 더하기  위해 다리의 오금을 한껏 폈다가  오그리는 것이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그 놈들은 소리가 요란하면 호랑이나 표범이 출현을 것을 대비하여 이런  맹수들이 쉽게 달려들지 못하도록  벼랑의 요소요소에  돌무더기를 쌓아놓기 까지 하고  있었다. 그걸 보니 고려시대 행주산성 전투 시에  부녀자들이  앞치마를 이용하여  돌을 주어 나른 일이  생각이 나서 더욱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리주변에서 보면 새나 짐승, 그 밖의 식물들 까지도 나름대로 자기 생명보존을  위해 노력을 기우리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원숭이들이야 말로 정말 놀라운 지혜를 발휘하고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면서 자신을  잠시 돌아보았다. 말 못하는 원숭이도 제 살길을 찾아서 저토록 머리를 쓰며  연모를 사용하고, 방어용 돌무더기를 구축하면서 대비하고  사는데, 사대등신 멀쩡한 내가 하릴없이 무기력증에 빠져 밤낮으로 상심만 하고서  있어야 되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맥이 빠져 지내는 것을  노모 또한  바라는 바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일평생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지만 남은 자식은 어떻게든 불우한 시련 중에도 시름을 떨치고  살기를 바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마음 고쳐먹고 오르는 산행이어선지 오늘은 며칠 전에 오르다가 산중턱에서 그만 숨이 차서 되돌아 올 때와는 달리  그렇지가 않다. 여전히 다리가 팍팍하고 현기증이 돌지만  견딜 만하다. 마음 다스림이  중요함을  느낀다.

 이윽고 산 정상에 오른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아래쪽을  내려다봤다. 출발지점이 꽤나 멀어 보인다. 인생도 저 모양 같을  것이다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높 낮은 굴곡들을 수없이 만나고 거쳐 왔듯이 남은여생의 길도 때로는  평평한 길,  거친 바윗길을  숱하게 만나고 지나쳐야 할  것이다.

새삼스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깊은 숲속의  원숭이도 그 열악한 환경에서  지혜를 발휘하고 사는데, 절박한 생업의 문제도 아닌  마음하나 다스리는 일로 한정 없이  수심에 잠겨 지낼 수야 있는가. 원숭이가 비웃을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배낭에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고는 무기력증을 떨쳐버리려는  각오라도 하듯이  하산 길을  위해  풀린  신발 끈을  질끈 당겨 맨다.  (2009)

정진철   09-01-07 11:34
임선생님 심심이 무척 지치신 모습이 보입니다. 그러실만도 하시겠습니다. 무기력증에서 오신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려고 하시는 의지를 다짐하시는 모습으로 보고 안도하게 됩니다 아무쪼록 힘내시고 즐거운 나날이 되시도록 바랍니다.
임병식   09-01-07 11:52
정진철 선생님,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많이 쓰시고, 하시는 사업도 일취월장 발전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의지로 이겨나가려고 합니다.
일만성철용   09-01-07 13:16
기독교 신자들에게서 가장 부러운 것은 역경을 신이 주는 시련으로 믿고 어떠한 역경이라도 극복하는 슬기입니다. 마찬가지로 임작가 부인의 병은 우리 같은 글쟁이에게는 삶을 뒤돌아 보는 기회나  멋진 자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의 병을 나름대로 연구하고 이를 비슷한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것이지요. 가리면 추가 되던 것이 펼치면 하나의 장점이 되는 경우가 세상에 많은 것 같이요.
정년하여 놀고 지내다 보니 직장인이 맞는 휴일의 의의를 뒤돌아 보게 합니다. 그런 여유를 산과 함께 한 우리 임작가님의 여유로운 산행을 축하 축하 드립니다.
임병식   09-01-07 18:15
일만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의지가 강건하다고 생각했는데 모친이 세상을 떠나시니

그렇게 허무한 생각이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돌봐야 하는 환자가 있으니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살아가야지요.

저는 이렇다할 믿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세상살이가 힘들어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힘'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

답글 고맙습니다.
박영자   09-01-07 20:11
임병식선생님, 인생길에도 굴곡이 있고, 산길도 오르막 길, 내리막 길, 평평한 길이 있듯이 우리 마음길도 늘 출렁이는 파도처럼 금빛 햇살이 부서지는 잔잔한 날 , 폭풍노도가 치는 날, 파도타기 좋을만치 출렁이는날등 늘 변화 무쌍한 것을 느낍니다.
마음 다스리기만큼 어려운 것도 없는 듯 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잘 이겨나가시는 선생님이 참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칠만도 하시지요. 어머님께서 가셨는데 평온하시기만 하시다면 그게 이상한게 아니겠습니까. 마음을 추스르셨다니 참말 다행이십니다. 마음의 움직임이란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기에 어려움이 큰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임병식   09-01-07 20:25
박영자선생님, 답글 고맙습니다.

어머니의 그늘이 그렇게 내게 깊게 드리워져 있는줄 몰랐습니다.

세상사가 너무나 허무해서 실은 그간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신년에는 맡은 중책도 있고해서 , 다시 용기를 내어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가 필요하다면 봉사를 하는 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필요없다면 뭐든지 버릴 것입니다.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좋은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희승   09-01-08 15:26
지난 해 상강 무렵에 집 부근 텃밭에서 김장용 배추를 비닐 끈이나 짚으로 동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찬 바람이 불고 서리가 치면 속이 드러난 배추는 쉬 시들해지기 십상입니다.  그것을 잘 아는 터라 그렇게 동여주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해주면 겉잎 몇은 비록 시들지라도 오히려 속은 알뜰하게 차오르더군요. 우리의 삶도 어려울 때일 수록 허성해진 자신을 추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느슨하게 풀린 신발끈을 묶는 모습에서 문득 그런 교훈을 읽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임병식   09-01-08 17:11
정희승선생님, 답글 고맙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보면 생명있는 온갖 사물들이
배움을 주지 않는가 합니다.
늦가을에 배추의 속이 얼지 않도록 싸주는 것도 수많은 시행착오끝에 계발한
지혜이겠지요.  새해에도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최복희   09-01-09 22:42
탄탄하고 빈틈없는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지친 심신을 잘 다스리며 지혜롭게 사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새해에는 복된 일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임병식   09-01-10 07:08
최복희선생님, 답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자주 글을 올리는 것은 홈피관리 책임을 맡은 사명감도 있지만
글을 올리는 분위기를 조성해 보자는 취지가 더 강합니다.

글을 계속쓰지 않으면 글 감각이 무뎌지고 좋은 글이 나오질 않는데
그걸 막자는 것이지요.

저는 노련하게, 정말 감칠맛나게 쓴 글을 대하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재주없는 사람의 왕도는 꾸준하고 치열하게 쓰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오늘부터 더욱 추워진다고 하니 건강 조심세요.
정동호   09-01-13 08:51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마음에서 난다"고 성경에도 말했지요.
마음 다스림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것 같다더니
임선생님 글 속에서 확인이 되네요.
큰 일을 앞두고 속히 추스려서 좋은 업적 많이 남기시길 바랍니다.
     
임병식   09-01-13 09:20
우리 홈피에 늘 관심 갖어주시고 좋은 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맡은 책임을 잘 해나가도록 많이 도와주시고 '수필界'도 많은
관심 갖어지주시 바랍니다. 두가지 일 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진화   09-01-15 01:02
임병식 선생님, 무기력증을 이겨내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를 참 좋아하는데
영상물을 보다 미소를 지을 때가 많습니다.

수필계의 주간이라는 책임까지 맡으셨는데 힘내시고
늘 활력이 넘치시길 빕니다.
.
     
임병식   09-01-15 05:49
이진화선생님, 금년은 무기력증을 떨쳐버리라 하는지  일복이 터진것 같습니다.
참, 그 원숭이의 노동을 보면서 어찌나 우습던지요. 한참을 웃었습니다.
주간 수락은 우리 작가회를 보다 활성화 씨켜야 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한만큼, 적극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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