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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얻어들은 글감 하나
  글쓴이 : 임병식 날짜 : 18-07-29 05:50     조회 : 631    
우연히 얻어들은  글감 하나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무슨 대가를 치르는 자리에서 의외의 소득을  올리면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으면서 들었던 이야기도 일종의 그런 경우라 할까. 나는 한 달 기준으로 이발을 한다. 젊었을 때는 25일이 기준이었으나, 다니던 직장을 퇴직 하고 노령의 나이에 접어들다보니 기력이 쇠해져서인지 머리가 잘 자라지 않아서 한 5일쯤 늦춰진 것이다.
들른 미용실은 한가했다. 계속되는 찜통더위 탓인지, 마치 홀안을 혼자서 전세를 낸 기분이었다. 딱히 할 말이 달리 없어서  분위기를 돌릴겸  한마디 했다.
“날씨가 더우니 손님들이 주로 조석에 오는가 봅니다.”
“예, 한낮은  병아리가 새매를 피해  마루 밑으로 숨듯이 씨가  보이지 않네요”
천연득스럽게 받았다. 대답이 사뭇 문학적이다.
내가 이 가게로 머리를 깎으로 다닌 지는 10년이 넘었다. 단골집이다. 낯익은 이발 의자에 걸터앉으니 이미 머리스타일은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가위질을 시작한다. 그때 한남자가 시야에 어른거렸다. 가게 안를 기웃하더니 그냥  지나친다.
“사장님, 금방 지나간 우리집 아저씨 아시지요?”
“신체가 건장하시네요.”
“꼭 조폭같지 않나요?”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운을 떼더니 혼잣말로 이런 말을 한다. 예전에는 험한 인상에 몸무게가 105Kg이나 나가서 겨울철에 오리털 파카라도 걸치고 나서면 꼭  조폭같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늘 당부하는  말이 재발 인상을 펴고 다니라 한단다.
그러면서 옛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집 아저씨는 저랑 동갑이걸랑요. 연애할 때는 남들로부터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저는 동안이라 열 살은 어려 보여서 사람들이 아가씨를 납치하여 끌고 다니는 줄 알고 디스코텍이라도 가면 거절 당 했다니까요. ”
불시검문을 당한 일도 흔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자기가 옆 자석에 앉고 뒷좌석에 시어머니와 딸을 태우고 가는데, 교통순경이 붙잡더란다. 신분증제시를 요구하기에 뒤에 탄 딸이 “우리 아버지에요”하니 싱겁게 웃으면서 그냥 통과를 시켜 주더란다.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
자기는 이곳 아파트주민을 상대로 영업을 하여 목고 사는데 혹시 나쁜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하여 남편에게 신신당부를 한단다. 혹시라도 주민과 다투지 말고 공손히 대하라고  주의를 준단다. 한데, 그런 인상이 덕을 보는 때도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한번은 그랬답니까.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이삿짐센타에서 일이 늦어져서 오후 늦게 짐이 도착했거든요. 그런데 아래층에서 남자가 쫓아올라와 시끄럽게 한다고 항의를 하는 거예요. 그렇잖아도 이전에 살던 집을 판 사람으로부터 아래층 사람이 좀 별나니 참고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요“
“남편이 그걸 알았던가 봐요. 계단에서 남편 목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술을 한잔 걸치고 왔는지 이러는 거예요”
“어떻게요”
이어서 전한  상황이다. “야 이집 주인 얼굴좀  봅시다. 어떤 사람인가 보고 싶네."
그러면서 그 큰 덩치를 현관문 벽에 짚고서 소리치더라는 것이다. 이때 부인이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나서자.
"아주머니 말고 남자주인 나오라고 해"하면서 검지손가락을 세우고 까딱이자 여자가 뽀로통한 표정으로  남의 집 앞에서 웬 행패냐고 하더니 그냥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리고 남자는 얼씬도 않더란다. 아마도 험한 인상에 큰 덩치 이야기를 한 것 같더란다. 이때 남편이 크게 알갈을 하더란다.
"세상에 이런 겨우가 어딨답니까. 이삿짐 나르는 날 시비를 걸다니요. 조용히 살라면 절간으로 가야지 사람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서 그 정도를  이해못해요. 그래 가지고야 어떻게 공동체 생활을 하고 삽니까?"
그래 놓으니 그 뒤로는 일체 시비가 없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데 , 엘리베이터를 눌러놓고도 남편이 타는 기색이 보이면 함께 타는 것을 피한다는 것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단다. 차를 이중주차를 해놓은 어떤 사람이 그렇게도  차를 이동시켜 달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않더니 남편이 나서서 “이 차 좀 빼주지” 그 말 한마디에 바로 차를 시동을 걸더라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비록 인상은 고약해 보여도 감싸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서 6.25직후 고향의 아저씨뻘 되는 한분이 상경하여 굴뚝청소를 하며 남다른 고생을 한 일이 생각났다.
둘뚝 청소를 하다보면 거추장스러운 기구를 메고 다니느라 작업복 세탁은 물론,  얼굴도 씻을 틈이 없어 곧잘  범법자로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비좁은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지새느라 먹고 살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는  말을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  어떤 죄를 지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가지로 미장원 여주인의 남편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온화해 보이지 않는 얼굴 때문에 더러는 오해를 받고 살아도 행동만은 정의롭고 마음 착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걸 보면 사람을 인상만으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그렇기 때문에 미장원 여주인도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건넸을 것이다. 암튼 어쨌거나  이날 나는 아깝지 않는 이발요금을 내고  글감 하나를 얻은 셈이다. (2018)

이방주   18-07-29 12:49
임병식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다보니 덩치가 남보다 큰 저도 그런 일을 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남에게 위압적으로 대한 경험보다 범죄자로 오인 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복장을 비교적 편하게 입고 다니기에 그런 일이 없는데
현직일 때는 말쑥하게 정장차림으로 서울 고솓터미널에 내리면 영락없이 경찰관이 신분증을 요구해 오곤 했습니다.
큰 몸집이 편리할 때도 있는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선생님 더위를 잊게 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임병식   18-07-29 15:43
이방주선생님 잘 계시지요.
날씨가 이만저만 덥지를가않습니다.
미용사여사장이 웃지도 않고 남편을 조폭같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어
무더운 날씨에 한참을 키득거리고 웃었습니다.
그런 남편은 함께 살면서 남에게 손찌검 한번 한적이 없다고 하네요.
일만성철용   18-07-29 13:12
남의 예기를 들어 주는 것만도 고마운 법인데 글로써까지 남겨 주시니 더욱 고마운 일이지요.
노변일화 아닌 무더위의 일화니 더욱 정겨워 보이네요..
     
임병식   18-07-29 15:46
그집 남편이 덩치도 큰데가가 인상이 험상궂기도 하더군요.
아파트 공동체생활을 하면서 눈엣가시처럼 행동하는 사람의 버르장머리를 험악한 인생으로 제압하여 보기좋게 고쳐놓았다고 하니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일만 선생님 가마솥더위에 건강 잘 보중하기기 바랍니다.
임재문   18-07-30 00:53
임병식 선생님 ! 저도 이발소에 가면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곤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글감을 사냥하셨는지요? 저도 그렇게 글감 사냥꾼으로 활약하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임병식   18-07-30 05:00
얼핏 들으면 어떻게 자기 남편을 남앞에서 예사로 그런 말을 할까 싶어도 어지간히 부부애가 깊지 않고서는 그리하지 못할 것입니다.
듣고보니 칭찬이었습니다.
연일 열대야가 지속되는 이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윤행원   18-07-30 11:32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날에
임 선생님의 글을 읽고 한바탕 웃습니다.
임병식   18-07-30 13:07
셕계선생님 , 이 염천의 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그래도 오늘 아침에 보니 가을이 멀지 않았다고 고추자자리가 출현하여 날고 있더군요.
한번 웃고 더위 물리치시라고 한편 써서 올려봤습니다.
강승택   18-07-30 16:30
임병식 선생님, 더운 날씨에 모처럼 시원하게 잘 읽었습니다. 조폭 같은 남편에 부인은 분명 사근사근 말도 잘하고 몸도 유연한 여자가 아닐까 상상을 해봅니다. 부부란 대체로 그렇게 만나니까요. 그 미용실, 어딘지 몰라도 평생 단골로 하셔도 좋을듯싶습니다. 많이 덥습니다.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임병식   18-07-30 20:38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이 무더위에 청량제가 따로 없었습니다.
분위기를 상상하며 한번 웃어보시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써보았습니다.
더위 먹지 않도록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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