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작가회
 
latest post | member list | registration of this day | search center
 
ID
PASS
자동 로그인
아이디 패스워드 찾기
회원에 가입하세요, 클릭

| 작가회 신입회원 가입 안내 |

신간 소개
동인지 출간 목록
회원 작품집 출간
문학상 수상 기록표
추천 사이트
예술 작품 감상
에세이 100편 고전 수필
국내 산문 해외 산문

오늘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수
최고 방문자수
방문자수 누계

한국동인지문학관 바로 가기
한국수필가협회 바로 가기
 
  
  글쓴이 : 김창식 날짜 : 18-07-17 18:27     조회 : 799    

 
 
 앞만 보며 사는 도시에서는 하늘을 마주할 일이 없다. 그날은 무슨 일로 고개를 들었을까? 새 떼가 가위의 날처럼 저녁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왔던 새 한 마리가 황급히 대열에 합류한다. 새 떼는 몇 개의 점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아스라이 사라져갔다. 언뜻 시 구절이 생각났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유현한 상실감이 마음을 채웠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는 새의 주검을 보았다. 참새나 솔새, 직박구리, 아니면 다른 새인지도 모르겠다. 작은 몸체가 으스러졌다. 부리는 반쯤 열렸고 눈은 꼭 감은 채다. 주위에는 깃털이 흩어져 있다. 고등학교 때 읽은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나오는 문구가 떠오른다. ‘정원 한 쪽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사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밤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로맹 가리의 소설을 보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든데, 이 새는 어떤 횡액을 당했기에 하필 도시 외곽 작은 동네의 오솔길에서 생을 마감한 것인가? 이 새에게도 둥지가 있고 식구가 있을 것이다. 경쾌한 음표처럼 뛰어다니며 먹이를 쪼거나, 이 나무 저 나무로 날아다니며 숨바꼭질하거나, 때로 허공을 향해 솟구쳐야 할 새가 왜 이처럼 후미진 곳에서 누워 있는 것일까.
 
 어렸을 적 동네에 ‘하늘배기’라고 불린 장애 어른이 있었다. 목발을 짚었고 고개는 옆으로 기운 채 얼굴을 받치고 있어서 비스듬히 허공을 바라보는 모양새였다. 그가 절뚝거리며 나타나면 우리는 뒤를 따르며 “하늘배기야, 하늘배기야 뭘 보냐?” 놀려댔다. 그러면 그는 “으으… 새… 새를 본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한번은 우리도 하늘배기의 눈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짓말처럼 새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하늘배기를 놀리는 것도 잊은 채 빈 하늘을 쳐다보았다. 새가 점이 되어 멀어진 후에도 한참동안.
 
 노래 <작은 새>의 가사는 사람의 마음을 헤집는다. ‘작은 새 한 마리/바람결에 태어나 하늘 높이 날아서/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네/새가 땅에 내려올 때는 오직 한번/그건 죽으려 할 때.’ 노래를 부른 팝가수(마리안느 페이스풀)의 삶은 술, 마약, 구금, 동거, 이혼 같은 범상치 않은 일들로 얼룩졌다. 팜 파탈로 잘못 알려졌지만 자신을 어둠의 늪 속으로 몰아넣은 불우한 여인이었다. 작은 새가 상징하는 것은 상처 입은 영혼이다. 숏 컷 머리에 터틀넥 스웨터를 입은 채 웅크리고 있는 앨범 사진을 보면 그녀 자신이 추위에 떠는 작은 새처럼 여겨진다.
 
 어린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의 홀로서기 성장담인 리처드 바크가 쓴 우화 형식의 소설 <<갈매기의 꿈>>을 보면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라는 구절이 있다. 왕따 갈매기 조나단은 다만 먹기 위해서 날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리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끝내 추방당한다. 갈매기의 존엄성을 파괴하였다는 것이다. 그래도 조나탄은 더욱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르고, 빈 하늘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오롯이 삶의 존재이유인 양. 하늘 끝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을 뿐 다른 아무 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마음속 새가 날갯짓하더니 날아오른다. 새의 비행과 궤적을 따라가 본다. 허공을 가로지른 새는 점으로 변했다가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른 시공간으로 스며든다. 도시의 하늘은 좁고 답답하다. 뾰죽히 솟은 높은 건물과 고가(高架)크레인 같은 시설물로 막혀 있다. 그래서 새는 다른 곳으로 가려한 것인지도 모른다. 새는 하늘을 격해 하늘 밖 하늘, 또 다른 하늘 속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새는 어렵사리 세상 밖으로 날아가려 했지만 결국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새를 온전히 소유할 수는 없었다.  새를 나름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럴듯한 꾀를 내었다.  새를 잡아 창살 없는 네모난 손바닥 감옥에 가두어 시도 때도 없이 울게 만든 것이다.  트윗 트윗 트윗… 카톡 카톡 카톡….
 
@<<좋은수필>> 2018, 7

임재문   18-07-18 01:21
생방송처럼 새를 통한 사색의 경지가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오늘도 비둘기 까치 산새등 수많은 새들을 보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산비둘기도 집비둘기처럼 행세를 하는 세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창식 선생님 !
     
김창식   18-07-18 11:20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재문 선생님, 근데 혹 집비둘기와 산비둘기 차이가 있나요?
          
임재문   18-07-19 02:09
산비둘기는 색깔이 다르지요.  똑 같은 갈색무늬 색깔입니다. 집비둘기는 흰색 등 여러가지 색깔이지요.
               
김창식   18-07-22 18:44
견문을 넓혔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재문 선생님.
                    
임재문   18-09-01 01:14
산비둘기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집비둘기도 있어요
일만성철용   18-07-22 09:52
젊어서 캄보디아 시엠립호수에 갔더니 호숫가에 수 없는 가난한 새들이 살고 있더군요.
김 작가님의 새를 보니 그때 지은 '새'란 시가 생각나네요.


                                  -수상가옥을 지나며

물고기 잡아 먹고
새처럼 살아가요

날개 하나 부리 하나로
새집 짓고 살듯이.

내일이
있다는 건
사치와 같은 걸요.

호수에 해가 뜨면
새처럼 눈을 뜨고

*톤레샵(Tonle Sap) 노을 보며
새들처럼 잠들지요.

가난이
제일 큰 재산인데
무슨 걱정 또 있겠어요.
                - 2002년 1월 12일 캄보디아에서
*톤레샵(Tonle Sap) : 캄보디아 제1의 호수. 대호수란는 뜻
     
김창식   18-07-22 18:46
일만성철용 선생님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도 톤레샵 호수에 가보았답니다. 비록 사진으로입니다만. ^^
임병식   18-07-26 13:58
김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니 황지우시인의 '새도 새상을 떠나는구나'하는 싯귀가 떠오릅니다.
새는 날아다니니 자유스러워 보이긴 해도 사방천지가 장애물이지요.
그래도 이렇게 더운 날은 새가 되어서 시원한 창공을 날아보고 싶어집니다.
     
김창식   18-07-27 19:40
임병식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신작 수필 발표
게시물 1,124
No Title Name Date Hit
1124 신작수필 올리고자 하시는 분은 다음카페에 이용… (1) 한국수필작… 18.12.07 667
1123 눈감은 노인들 (4) 정진철 18.11.03 623
1122 멀고 먼 화해의 길 (8) 임병식 18.10.22 625
1121 신비의 섬 굴업도(掘業島) / 인천 덕적면 굴업리 (2) 일만성철용 18.10.16 737
1120 내 고향 보성 (6) 임병식 18.10.14 678
1119 사내男과 여자女 가르치기 (4) 이방주 18.09.27 597
1118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 (4) 이방주 18.09.12 627
1117 옹달샘 이야기/변영희 (7) 변영희 18.09.08 629
1116 가을 이야기 (1) 일만성철용 18.09.05 557
1115 칠보산 함박꽃 (6) 이방주 18.08.30 615
1114 조롱박 추억 (6) 이방주 18.08.05 616
1113 우연히 얻어들은 글감 하나 (10) 임병식 18.07.29 632
1112 111년만에 폭염경보(暴炎警報) (4) 일만성철용 18.07.25 515
1111 굴업도(堀業島)에 가고 싶다 (3) 일만성철용 18.07.22 660
1110 여성부장관 (6) 윤행원 18.07.18 786
1109 (9) 김창식 18.07.17 800
1108 장봉도(長峯島) 이야기 (4) 일만성철용 18.07.10 643
1107 형님 (12) 강승택 18.07.06 594
1106 대청도(大靑島) 이야기 (2) 일만성철용 18.06.19 908
1105 낮달맞이꽃 사랑 (8) 이방주 18.06.12 1529
 1  2  3  4  5  6  7  8  9  10    
 
한국수필작가회 http://www.essay.or.kr 사무국 이메일 master@essay.or.kr 사이트 관리자 이메일 hipe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