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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8-04-16 02:37
조회 :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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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
얼마 전, 종로 3 가 낙원이라고 하는 곳에서 수필동인 회원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다.
그 때, 내 옆에는 중학교 여선생으로 있는 이선생님이 앉아 있었는데 날 보고 그렇게 얼굴이 순하게 보이는데도 교도관 생활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우리 직장인 교도소를 무서운 곳으로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 순간 갑자기 얼굴을 무섭게 해 보이며,
“나는 두 얼굴의 사나이입니다. 무서울 때는 한 없이 무서워요.”
하고 익살을 부려 모두가 한 바탕 웃고 난 후에 나는 오늘날 행형이 옛날과 다르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옛날에는 응보 형 행형이었기 때문에 엄하게 형벌 위주로 일관했지만, 요즈음은 교정 교화하는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엄하게 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 선생님은 모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들이 옛날보다 키도 크고 몸도 건장할 뿐만 아니라 행동이 거칠기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어, 아예 그 학교에서 호랑이 선생으로 통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학생들을 지도해 나갈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나는 여성의 몸으로 중학교 남학생들을 가르치는 이 선생님의 입장을 조금은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그토록 곱기만 하고 코스모스처럼 연약하게만 느껴지는 여선생님의 얼굴도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호랑이처럼 무서운 얼굴이 감추어져 있었다고 하는 까닭을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누구나 다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는 본래의 얼굴이요. 또 하나는 그 속에 감추어진 다른 얼굴이 있다.
특히 재소자들은 직원들 앞에 내보이는 얼굴과 숨겨진 얼굴이 있는데, 우리 교도관들은 그 숨겨진 얼굴들을 간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필 동인회의 이 선생님 뿐만 아니라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개 내 얼굴이 순하게 보인다느니, 착하게 보인다느니 하고 나의 첫 인상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착하지도 순하지도 않은 감추어진 또 하나의 얼굴이 나에게 있다고 하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 나타나는 얼굴도 그렇거니와 내 속에 숨겨진 생각들이야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고상한 생각, 아름다운 생각들이 떠오를 때도 있지마는, 때로는 추한 생각, 인간의 본능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게 될 때... ...
만약에 개방된 TV의 화면처럼 내 생각들이 그대로 내 얼굴에 나타난다면, 나는 차라리 수 천년 함묵의 차가운 돌덩이가 되어야 하리라.
그 뿐인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기 쉬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래서 변치 않는 마음을 가리켜 옛 시인들은 송죽 같은 절개라느니, 오상고절의 국화와 같은 마음이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나 자신도 내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상반된 두 마음의 갈등 속에서 살아갈 때가 수없이 많다.
때로는 나 자신의 마음도 다스리지 못하고 결국은 후회하는 행동을 할 때가 있으니 내 마음을 내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담 안에서 생활하는 재소자들의 마음이야 언제 어떻게 돌변하게 될지, 그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가장 믿었던 사람이 변심했을 때 가장 무서운 적이 되는 것이요, 우리는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적은 항상 옆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서면 적이 되는 세상이 아닌가 말이다.
두 얼굴 !
따뜻하게 그들을 이해하고 보살펴 주는 얼굴과, 호랑이 선생으로 통한다는 여선생님의 이야기처럼 엄정하게 그들을 처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얼굴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하리라.
요즘 들어 더욱 더 재소자들을 처우하는데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제 또 늦가을이 가고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재소자들의 일거일동을 우리는 또 지켜보아야 한다.
그들 속에 감추어진 또 하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
필자주 : 기왕 얼굴시리즈가 된 마당에 30여년전에 쓴 글을 꺼내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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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8-04-16 0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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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지지만
보고 싶은 맘
호수 만하니
눈 감을밖에
-호수/정지용
호수에 비하면 손바닥으루 가릴 수 있는 그 작은 얼굴을
호수 같이 크게 그리는 마음은
눈을 감아 그리게 하는 마음을 우리 임 작가가 또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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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4-16 2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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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성철용 선생님 ! 역시나 시조 시인답습니다. 시심이 우러나는 글 감사합니다. 동그라미 그리다가 무심코 그린 얼굴 하는 노래도 생각이 납니다. 앞으로 좋은 얼굴로 기억되기위해서 더 열심히 더 성실하게 그렇게 살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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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8-04-16 09: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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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말씀처럼 최근 작가회 작품방이 얼굴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군요. 그만큼 너나없이 '얼굴'에 대한 숨은 이야기가 많다는 의미겠지요. 30년전 글이라는데 요즘 감각이나 다름없습니다. 얼굴속에 감추어진 인간의 다양성, 다시 한 번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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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4-16 23: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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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 얼굴이야기가 대세입니다. 이외수 소설가가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제가 교도관 시절 부자라고 했습니다. 왜냐 하면 재소자들의 얼굴 한사람 한사람이 다 각각 소설책 한권이라고 해서요. 사연도 많은 얼굴 얼굴들을 뒤로 하고 퇴임하였으니 다시 가난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승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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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8-04-16 17: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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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얼굴은 마음의 표현이란 말씀 공감합니다.
마음을 수십년 동안 얼굴에 담고 사니 얼굴 자체가 마음이 되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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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4-16 23: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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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 세상 살다가 보면 온갖 풍상 겪지 않은 사람 그 누가 있겠습니까? 그 삶의 흔적들이 다 얼굴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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