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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권섭 |
날짜 : 18-03-09 01:42
조회 : 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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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갑 분 실
김 권 섭
안질이 있어 안과에 갔다. 눈꺼풀에 다래끼가 생기니 매우 불편하다. 의사선생이 렌즈를 끼고 눈을 헤적이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병상에 누워 있으니 겁도 나고 불안하다. 의사가 두 명의 간호사를 대동하고 메스를 들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온다. 메스로 부드러운 눈꺼풀을 벤다. 두렵고 겁이 났다. 한 간호사는 내 다리를 잡는다. 다리를 잡으니 보신탕하기 위하여 개를 다루는 것 같다. 이를 악물고 견디었다. 피부를 절개하여 배농한다. 치료하고 나서 눈에 안대를 댔는데 도무지 주위를 분간할 수 없다. 허둥지둥 접수대에 이르러 아래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을 꺼내 대금을 치루고 나왔다. 약 처방전을 주어 약국에 갔다. 약국에서 약값은 얼마 안 되어 다른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호주머니를 더듬어 보니 지갑이 없다. 황당한 기분이 든다. 분명히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을 했는데 말이다. 지갑이 '분실되었다’ 생각하니 돈보다는 카드가 우선 걱정이 된다. 아까는 눈이 아파 안 보여 걷지도 못했다. 지갑을 잃어 버렸다 생각하니 어둡던 눈이 금방 초인 ‘마징카카이저’로 둔갑이 되어 물불가리지 않고 직행으로 동사무소, 경찰서 민원실, 은행을 단숨에 뛰어 분실신고를 했다. 입에 침이 마르고 하늘이 빙빙 돌고 가슴까지 두근거린다. 하룻밤을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보내고 의사선생이 ‘명일에 또 오라’해서 이튿날 어제 치료받았던 안과의원에 갔다. 어제 돈을 주웠던 사무원에게 물어보았다.
“어제 검정 지갑하나 보지 못했습니까?” 하니 창구 아가씨가 “이게 아닙니까.”하고 지갑을 내민다. 날을 듯이 기뻤다. 어찌나 반갑고 좋아했던지 지갑에서 바로 돈을 꺼내 “더운데 맛있는 과일 사 잡수세요!”하고 돈을 내 밀었다. 기분이 날을 것 같이 좋으니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음이 절로 나온다. 혹자는 나를 보고 ‘정신이 나간 자.’라 봤을 법하다.
지갑을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돌려주려고 했다면 어제 전화를 해 줬다면, 해당 관서에 가는 번거로움과 걱정도 하지 안했을 것 아니냐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찾아서 고마우나 원망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그래서 옛날 얘기에 물에 빠져 죽게 된 사람 건져 주었더니 ‘내 짐 꾸러미 달라’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하여튼 좋아서 빙그레 웃음이 절로 난다.
동료들과 베트남 호지명시를 갔을 때 일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보다는 못 살기 때문에 인건비가 저렴하여 전신 마사지를 하게 되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수 만원을 주고 해야 하지만 단 ‘몇 천원이면 마사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하고 ‘동남아나 중국에 가면 마사지 한번 정도는 받고 오는 것이 기본 코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차에 외국에 나와 호기심도 발동하여 친한 동료들과 함께 밤에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마침 현지인 안내하는 사람을 만나 따라갔다. 네 사람이 각기 그들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게 되었다. 그런데 업소가 가정 집 같은데 휑한 기분이 든다. 도착하니 네 명에게 모두 가운을 주면서 유니폼만 입고 입실하라 한다. 조금은 의심이 들었다.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 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네 명 중에 나만 각종 귀중품이 든 지갑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옷 속에는 지갑이 있고 각종 카드와 돈도 들어 있었다. 벗은 옷은 잘 개어서 머리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혹시나 분실 될까 우려하면서 ‘옷을 머리 위에 놓았다. 그런데 마사지를 하는데 큰 수건으로 눈을 가린다. 조금은 불안하고 미심쩍 했다. 어쩐지 마음속으로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나를 눕혔다가 천장을 보게 될 때에는 꼭 수건으로 눈을 가린다. 몸뚱어리도 적고 빼빼한 사람이 덩치가 큰 나를 자유자재 몸태질을 한다. 마사지를 하고 호텔까지 오토바이로 태워다 주고 갔다.
숙소에 오니 외국 여행을 많이 한 동료가 “혹시 돈 지갑 소매치기 당 했을지 모르니 확인하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호주머니 속을 보니 지갑이 있다. 안심이 되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갑 속 내용물도 확인하라”고 한다. 아니 나 다를 까 지갑을 헤적거리니 1달러 지폐 몇 장 만 있고 고액권, 카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각종 증명서가 하나도 없다. 지갑은 놔두고 알맹이만 가져갔으니 현장에서 올 때는 이상이 없는 줄 알고 그냥 왔었다.
눈을 가릴 때부터 의심했는데 설마가 현실로 걱정으로 돌아왔다. 안마할 때 눈을 가린 것이 속임수였다. 돈 보다는 카드가 걱정이 되었다.
모든 것이 창망하다. 초행자는 이런 일을 당해서 여행의 덫을 맛보는 듯싶다. 신용카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은 갱신 할 수 있으나, 그간 각종 봉사 증 20여장의 증명서가 사라져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내 인생의 숨은 이력서 다수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밤12시 PC방을 찾아가서 카드분실 신고를 했다. 외국에 나와 참으로 불안하고 참담하다.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팬츠에 주머니를 달아도 소용이 없었다. 해당 업소에서 만든 유니폼만 오로지 입으라고 하고, 사복은 일체 벗으라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귀국 후 바로 해당 기관에 가서 확인 해 보니 범인은 카드를 사용하지 안했다. 우리나라는 내가 잘못하여 잃어버린 것도 주어서, 돌려주는데 외국은 내 호주머니 속에 있는 것도 귀신같이 빼내 갔으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다. 분실은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당 할 수 있다. 아무리 귀중한 것도 내 몸을 떠나면 믿을 수 없다. (끝) (2018. 3·4 The Green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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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권섭
2012년 “한국수필”등단.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수필작가회, 동부수필회원. 녹조근정훈장수훈,
전북대법정대졸업. 교육학석사. 중등교장으로퇴임. 수필집“원두막”외1권.
kwonse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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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8-03-09 06: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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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세이에서 작품 잘 읽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무엇을 자꾸 잊어버리는데 특히 여행에서는 소지품 관리를 철저히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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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09 1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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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세이 3·4 격월간 테마에세이/ '분실에 얽힌 에피소드'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고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게재하고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끝까지 지갑을 저의 손으로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으니 후회가 됩니다.
이 세상에는 적당히 설마가 때로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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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순태 |
18-03-09 0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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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의 지갑 분실사건에 희비의 순간을 실감나게 합니다 독자에게 유익한 정보이기도 하구요 그 곳 맛사지 사기꾼들의 수법이 놀랍습니다
겨우내 굳었던 흙더미를 밀치고 굳세게 얼굴내미는 야생난을 보듯 선생님의 작품을 접하며 작가방에도 봄의 훈기를 느끼게 합니다. 화사한 계절 봄을 만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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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09 14: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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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생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타국에 가서 맛사지 사기꾼들에게 지갑을 털리고 보니
참으로 황당하더군요!
양선생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새 봄을 맞이하여 곧 있으면 滿花가 방창할 터인데
양선생님 답글만 보아도 온갖 꽃을 보는 듯 기쁨입니다.
훈훈한 인정 속에 복을 빌어 줌은 인생을 살맛나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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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8-03-09 08: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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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아주 작은 것이든 잃어버리면 큰 낭패가 오므로 항상 조심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네팔을 여행할 때 그곳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잃어버리고 가는 것을 꼭 챙겨 주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의 교차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그것은 빈부에 관계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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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09 14: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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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외국에 나가서 소중한 것이 다 들어 있는 지갑을 쓰리 당하니 참으로 난감하고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베트남 대부분 사람은 착하지만 그 중에 옳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국가 전체를 욕 먹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선과 악의 선택은 빈부와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가난한 사람이 더 착하고, 부자들이 지독하기도 하지요. 가난한 사람을 비하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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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8-03-09 08: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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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 재미있는 에피소드, 잘 읽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지만 베트남에서의 사건은 놀랍습니다. 저같이 심약한 사람은 그런 곳 무서워 못가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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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09 14: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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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그런 맛사지 사기꾼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지갑은 그 대로 나누고 고액권, 카드, 증 많을 살짝 가져 갔으니 기가 막혔습니다.
다행인 것은 가이드가 여권은 챙겨 놔 분실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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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8-03-10 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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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 ! 저도 십수년전 강릉에서 근무할 때 지갑을 분실해서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결국은 못찾고 말았습니다. 그 지갑에는 문인협회 회원증이 있었는데, 소설가 김동리 이사장님 싸인이 있는 문인협회 회원증 ! 그 회원증을 분실했던 것이 지금도 가슴이 아픔니다.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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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8-03-10 03: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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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으로서 문인회원증을 잃어 버렸으니 매우 마음이 아프셨겠네요.
소설가 김동리 이사장님의 서명(署名) 곁들인 증이니 더욱 그리 하셨겠습니다.
저와 함께 임선생님도 지갑을 분실하셨다니 동병상련의 마음을 금할 수 없군요!
자기의 휴대품 중에 가장 귀한 것이 지갑인데 이것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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