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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박영보 |
날짜 : 15-10-31 07:49
조회 :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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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실(特室) 속에는 또 다른 특석(特席)이
박 영 보
옛날에는 열차에 특석이나 일등석(일등칸?)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지금도 그런 게 있는지 모르겠다. 이제까지 내가 그런 것을 타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을 수밖에. 예약을 하지 못한 채 대전행 열차를 타려 하니 좌석이 없다. 운행 시간표에 따라 그 다음 이어지는 세 번째, 네 번째 열차 까지도 모두 매진이다. 하는 수없이 입석표를 사들고 플래트 홈에 들어섰다.
입석표이니 어느 칸이든 상관없겠다 싶어 맨 끝 쪽 가까운 곳에서 기다리다가 열차가 도착하여 차에 올랐다. 올라타고 보니 내부에는 좌석도 없고 자판기 같은 게 여러 대 있다. 창가로는 카운터 탑(Counter Top)같은 설비에 한쪽에는 벤치 같은 긴 의자가 있고 반대쪽에는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이미 의자를 차지하고 있거나 빈 의자가 없으면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리가 없는 입석표 소지자들로서 애초부터 이 칸으로 들어오는 듯 승강구 계단을 오르자마자 이 방으로 들어서는 분들. 아마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는 것 같았다.
차내에 들어서니 입구 앞쪽의 오른쪽 구석자리에는 약 15인치 구경의 원통 스테인리스 바 스툴(Bar Stool 의자) 같은 게 놓여 있었다. 얼른 이 자리를 놓칠세라 서둘러 덥석 앉았다. 예쁘고 깔끔한 디자인의 이것이 윗부분이 스테인리스로만 돼 있어 딱딱하고 의자로서는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앉고 보니 이것이 쓰레기통이었다. 쓰레기통 같지가 않고 마치 카운터 탑에 알맞은 높이의 로 보여 덥석 앉았다. 쓰레기통이면 어떻고 무엇인들 어쩌랴. 입석표 소지 승객들 중 가장 편리하고 좋은 위치에 자리를 차지했다는 황홀감. 이보다 더 훌륭한 일등이나 특등석이 있을까. 앞으로 예약을 하지 못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앞서 승차를 하려고 전력질주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좀 추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열차카페(Train Cafe). 이런 게 있었던가. 일등중의 일등이요 특등중의 특등인 이 자리. 조국의 하늘 아래서 어느 누구의 방해를 받거나 어느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으며 오른쪽 팔꿈치를 카운터 탑에 올려놓고 턱을 고인 채 차창 밖의 가을인지 초겨울인지를 느껴가며 명상에 잠길 수도 있는 이 자리.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여 하차하기가 아쉬워진다. 이런 내용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한다. 내가 앞으로도 예약을 못해 입석표로 여행을 하게 될 때 그만큼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침식당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앞에 말한바와 같이 나보다 일찍부터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있는 선각자들이 수도 없이 많은 이 나라의 여행자들을 앞 서 나갈 수는 없겠지.
나는 이런 우리나라가 좋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어려움을 겪을 때도 생각이 나는 조국이 있어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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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10-31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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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요즘 무엇이나 예약 문화가 정착이 되어 기차, 버스표도 스마트폰으로 예약을 하니
바로 좌석을 찾는다면 늦은 때이죠. 유명한 식당도 예약을 안하면 자리를 잡을 수 없은 것이
한국사회의 풍속화입니다. 열차카페 스테인레스 쓰레기통에 잘 못 앉으면 폭삭 빠져
사고 날 위험도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에 앉을려고 생각지도 않을 것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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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5-11-01 0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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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마트 폰 이용 방법, 역이나 여행사에 찾아가자면 한국의 교통에도 서툰 상황.
주말도 아니고 열차도 자주 있으려니 자리 하나 없을까 하는 마음에서 겪어야 했던 일로
조국에서 엮어낸 재미있는 추억거리 하나를 만든 셈이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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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5-11-02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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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레스 쓰레기통의자! 생전 처음 들어봤습니다.
과연 선생님은 이방인 다우십니다. ㅎㅎㅎ
참고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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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보 |
15-11-03 03: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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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쓰레기통. 아주 견고하고 예쁘게 디자인이 돼 있더군요.
집안의 부엌같은데에 놓고 홈바(Wet Bar)같은데에서 추가 의자(Bar Stool) 같은게 필요하면 의자로 사용해도 충분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의자로서 너무 딱딱하다고 느겨찌면 방석하나쯤 깔면 제격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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