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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5-05-22 19:04
조회 : 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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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노래 3
오월을 형용하고 찬미하는 시가와 노래는 수 없이 많다. 다음 소개하는 시가는 널리 알려져 예술가곡으로도 불리고 있다. “언제부터/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황금찬, <오월이 오면>)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 <모란이 피기 까지는>) “그대는 밭이랑을 생기 돋게 하고/온 세상을 꽃향기로 가득 차게 한다”(괴테, <오월의 노래>) “아름다운 오월에 꽃봉오리 피어나고/내 마음속에도 사랑이 싹트네”(하이네, <아름다운 오월>).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오월이 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주제로 한 <오월의 노래>는 사뭇 다른 정조의 노래다. 이 노래는 1980년대에는 '시대의 노래'처럼 불렸다. 노래의 원전은 1973년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셀 폴나레프가 부른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Oui A Tue Grand Maman)>이다. 처절하고 섬뜩한 제목이지만 재개발지역에 편입된 정원을 지키려 다 숨진 할머니의 실화를 선율로 옮긴 것이니 공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도 언뜻 맥이 닿아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 곳에/세상 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남은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포크의 명곡<바위섬>도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노래이다. 배창희 작사 작곡, 김원중이 노래를 불렀다. 1980년 당시 외부와 차단되고 교통 통신 수단이 전무하였던 광주의 모습을 고립무원의 바위섬에 비유한 것이다. 노래의 가사를 보면 고독과 절망감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나는 이 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작은 디바 이선희가 부른 <한바탕 웃음으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노래방에서 흥에 겨워 두루마리 휴지를 머리띠 삼아 두르고 탬버린을 흔들며 목청껏 부르기도 하는 노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과연 그러함 직도 하다. 이어지는 가사를 음미해보자. “젊은 한숨 한숨이 사라지는 날/세상은 진정 아름다울 거야/젊은 상처 상처가 사라지는 날/세상은 진정 아름다울 거야”
광주민주화항쟁 소식은 그해 오월 하순 통근버스 안에서 들었다. 항공회사 과장으로 갓 진급한 나는 결혼상대자를 물색하던 차 옆에 앉은 여직원에게 어떤 작업 멘트로 말을 걸까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돌연 버스에 설치된 라디오에서 긴급뉴스를 알리는 안내방송에 이어 아나운서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쪽 일원에서 시작된 폭동이 일부 불순분자의 난동으로 소요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정부는 더 이상 이를 좌시할 수 없어….”
국가 현안에 대한 속보를 전하는 것이었다. 보도 통제가 되고 있지만 믿기 힘든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을 뿐더러 진실은 그런 것이 아니란 것쯤 누구나 알고 있었다. 버스 안에 숙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깊은 바다 속처럼 침묵이 자리하는 가운데 누군가 자리를 고쳐 앉는지 의자의 삐걱거림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차창 밖으로 침침한 눈길을 돌리니 초록 물고기 떼처럼 반짝이던 오월의 여린 잎들이 사어(死魚)가 되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버스가 원을 그리며 속력을 줄였다. 목적지에 다다른 모양으로 회사 건물과 두루미 형상의 청색 로고가 보였다. 나는 시린 상념에서 깨어났다. 아울러 여사원에게 아직까지 말을 건네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에게, 아니 누구에게 할 것 없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서걱거리던 모래가 메마른 입 주위를 타고 흘러내렸다.
“부끄러운…, 참으로 부끄러운 세월이에요, 그렇죠?”
그녀가 읽던 책을 덮으며 언뜻 나를 쳐다보았다.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고개를 끄덕였던 듯도 싶다. 그 여직원과는 함께 의지하며 해로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해 말 그녀와 결혼했던 것이다. 잿빛 구름이 낮게 드리워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고 스산한 바람이 일며 꼬리 긴 호루라기 소리를 내던 11월 하순이었다.
30년도 훨씬 더 되었으니 이제 그만 오월을 보낼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누구에겐가 빚진 것 같은 부끄러움이 앙금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오월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음악은 흐르는데(The Music Played, 매트 먼로)', '허공을 맴도는 영혼의 노래(Unchained Melody, 라이처스 브라더스)'.
* <<한국산문>> 5, '김창식의 문화 감성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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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5-07-01 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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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모은 오월의 시까지 잘 감상하였습니다. 7월의 문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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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5-07-01 1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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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덧없이 오월이 지나갔습니다, 일만성철용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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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5-07-02 1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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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오월의 아픔이 새삼 되살아 납니다.
광주에서 대모막느라고 길거리에서 지새된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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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5-07-02 1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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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광주민주화항쟁'은 누구에게든
화인(火印)으로 남아 있습니다. 피해자만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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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5-07-19 0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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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오월 초 출장이 있어 광주 대인동 버스공영장에서 내리니
"찢어 죽이자, 전두환!"이란 현수막이 보여 섬뜩했습니다.
며칠 후에는 어마어마한 살륙 전쟁터가 되었으니 조금 늦게
광주에 갔드라면 어떠했을까! 생각할 때 뜨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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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5-07-19 1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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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이 있었군요, 김권섭 선생님.
만인(萬人)의 만인(萬人)에 대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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