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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4-12-02 09:03
조회 :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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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녕 기억되어야 할 사람
임병식
일전에 <교과서 속 우리 미술전> 이름이 걸린 전시회를 다녀왔다. 부제로 붙은 ‘교과서에서 만나는 천재들’이란 말에 더 끌려서 갔는데 지방에선 좀 체로 접하기 어려운 명성있는 작가들의 그림인지라 볼만 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김기창 화백의 작품 <군마도>였다.
이 그림은 대형병풍 네 폭 크기로 그려졌는데 말 다섯 마리가 한데 어울려 힘차게 내닫는 그림이다. 역동적인 모습은 땅을 차오르는 발굽의 모습과 거친 숨을 몰아쉬는 입의 모양에서도 느껴지지만 더욱 강력한 것은 휘날리는 갈기와 치켜든 꼬리의 요동이었다.
그림은 전시장의 대표작품답게 눈에 잘 띄는 입구 가까운 곳에 배치해 두고 있었다. 설명문을 보니 1964년도 작품인데, 안면이 많았다. 바로 20여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았던 그림이 이동전시된 것이었다.
이 그림 옆에는 부인 박내현화가의 작품도 걸려 있었다. 아마도 부부를 함께 조명하는 뜻을 담은 것 같았다. 알다시피 김기창 화백은 농아자다. 8세 때 청각을 잃은 후 이당 김은호 문하생으로 들어가 그림공부를 했다고 한다. 천재의 그림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그 말들이 힘차게 뛰어다니는 그림들을 보면서 천재화가와 ‘특별함’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어디에서 본 자료이다. 세계 50인의 특별한 여성을 선정해 놓았는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 사람 은 3명이 들어있었다. 시대순으로 신사임당과 명성황후, 그리고 유관순열사였다.
세 분은 누구나 아는 분들이다. 사임당 신씨는 현모양처의 표상으로 우리나라 오만원권 고액지폐에 얼굴이 들어있고. 시문에 뛰어날 뿐 아니라 그림을 잘 그려 그의 표충도는 역대 여성화가의 그림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대학자 율곡 이이선생을 키워서 훌륭한 인물로 만들었다.
한편, 명성황후는 100여년 전 동북아 전세가 격동기를 맞고 있을 때 일본과 맞서며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일본정권 핵심이 보낸 자객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되었다. 불에 태워진 시신은 수습도 못한 채 능을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관순 열사는 생각만 해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꽃다운 열여덟살의 나이로 독립만세를 외치다가 감옥에서 처참하게 죽어갔다. 일제의 악랄한 처사를 생각하면 치가 떨리고 열사의 죽음에 마음이 숙연해 진다.
이 분들을 특별하게 올려놓은 건 무엇을 어떤 점을 평가한 것일까. 신사임당을 내세운 것은 그의 천재성과 가정을 훌륭하게 이끈 삶을 평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두 분은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했는지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나라를 위해 애쓴 것은 아는 일지만 혹시 최후가 비참했기에 혹여 구천을 떠도는 영혼이라도 위로받으라고, 두고두고 그 비극을 잊지 말라고 그런 것일까.
그 일들을 생각하면 저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 함려에 패한 월국의 구천이 천하미색 서시(西施)를 바쳤던 일이 떠오른다. 월왕 아들 부차가 20년 장구한 기간 와신상담 끝에 왕이 미색에 빠져있는 오나라를 마침내 패망 시킨 것처럼 그렇게 잊지 말고 깨어있으라는 뜻은 아닐까.
그 50인의 중에는 포악한 여인으로 명이 난 사람도 있다. 은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달기로 그녀는 주지육림에서 파묻혀 살면서 심심하면 정적을 잡아다가 포락이라는 기름칠한 구리기둥 위를 걷게 만들어 떨어져서 죽어가는 것을 즐겼다고 하는데 그녀를 내세운 것은 무슨 이유일까.
혹시 그것도 하나의 교훈이 되기에 이름을 올려놓은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면 뛰어난 업적이나 내세울 것 없는 범부일지라도 남을 해칠 생각이나 실제로도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지만 얼마나 모범적으로 사는 분들이 많은가를 돌아보게 된다 .
확실히 천재들의 작품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면서 천재의 세계나 특별한 사람, 그런 사람을 조명해 보는 것도 좋지만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 조금은 아까웠던 사람도 기억되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생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훨씬 자주 그리고 많이 영향을 주고받고 그것이 삶의 형태를 이루어 가기 때문이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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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12-02 1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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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의 글을 접하면 눈은 같아도 보는사람에따라 그 연상이 돌아돌아 구천동까지 가는것 같습니다. 천재의 세계들도 기억되어야 겠지만 보통사람들의 애환이 얽힌 사연또는 작품들도 많이 사랑해야 할것 같습니다. 사실 전시회같은 것을 보면 이름없는 사람들 것은 외면하는 버릇들이 많거든요. 그속에 어떤 진실이 담겨있는지 알아볼 생각들도 안하고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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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2-02 13: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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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작품을 보면서 한편으로 감탄을 하면서도 얼핏 다른 생각이 스쳤습니다. 유명한 분들이야 세상을 떠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기려지지만 착하게 살았으나 이름없이 스러져간 많은 사람은 누가 기억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댓끌쓰기에 품을 아끼지 않으신 정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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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12-02 14: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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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림을 좋아합니다. 저는 특히 동양화 산수화를 좋아합니다. 미산 허유 의제 허백년 남농 허건에 이르는 남좋화의 대가들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도 동양화를 하셔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저도 말 그림을 한편 소장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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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2-02 1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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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올려놓으신 사진을 보니 임선생님의 그림 수준이 상당하시더군요. 그대로 정진을 하셨더라면 그림에서도 큰 빛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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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12-02 21: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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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안녕하세요?
천재는 이미 천재라는 바탕을 깔고 있어서 작품성보다도 더 크게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천재도 처음에는 그냥 보통 사람이었을 테니 그에게서 천재성을 발견하고 타이틀을 얹어 준 것은 보통사람들의 눈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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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2-03 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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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화가들의 작품을 구경하다가 문득 선하고 착하고 남에게 욕먹지 않고 맡은바 자기 위치를 잘 지키다가 돌아가신 이웃들이 생각나서 써봤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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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영희 |
14-12-03 20: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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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일상이 글 속에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인사동 나가면 경인미술관을 비롯해서 여기저기 화랑을 많이 기웃거리는 편이죠. 도록 하나 사오는 수준인데도 말입니다.
그림에 취해 마냥 서 있었더니 그림 그린 분이 다가와 인사를 청하더군요.
마치 미인에 홀린 남자처럼 하염없이 서 있었더랍니다..
좋은 수필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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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2-03 2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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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문화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처지다 보니 특별한 전시회는 가급적 빠지지 않고 구경갑니다. 2년전 여수에서 엑스포가 얼릴때는 70회도 넘게 다녔습니다. 계속해서 전시물이 바뀌어 볼만 했거든요. 읽어주시고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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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12-21 16: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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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도 끼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달기와 살로메가 닮은꼴 악녀이군요, 임병식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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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12-21 1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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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한 활동을 하시고 작가회문학상 수상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미쳐 몰랐는데 달기 못지않은 살로메라는 악녀가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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