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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4-11-23 09:14
조회 : 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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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답 글을 올리는 과정에 오류가 발생하여 본문과 댓글이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방문하여 주신 모든 분께 거듭 죄송합니다! )
일요일 아침이다.
느긋한 오후를 꿈꾸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데 아내가 외출 준비를 하는지 거울 앞을 서성인다. 가까운 마트라도 가는가 싶어 물어보니 동생들과 함께 친정아버지 성묘를 다녀오겠단다. 아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장인 기일(忌日) 한 번 챙겨 본 적 없는 무심한 사위지만 그래도 그렇지 올해에는 함께 가자는 말 한마디 없다. 나이 들면 서운한 것뿐이라더니 이제는 아내에게서조차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가 싶어 마음이 펼칠 않다. 혼자 덩그러니 남을 생각을 하니 더욱 심사가 뒤틀려온다. 내친김에 부득부득 따라나서겠다고 고집을 피워보는데 아내가 한사코 말린다. 그간에 없던 일이다.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가 하여 캐물으니 그제야 입을 연다. “ 사실은 오늘 태경이 결혼하는 날이야. 가서 바람이나 쐬어주려고 그래. 당신 있으면 불편하잖아.”
태경이라면 처제의 두 아이 중 큰아들이다. 그 아이가 결혼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날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지 궁금했다. 딱한 것은 처제였다. 누구 못지않게 애지중지 정성을 쏟았던 아이가 장가를 간다는데 그 어미의 설 자리가 보이질 않았다. 간혹 이혼한 부부가 자식의 결혼 날 위장된 부부의 모습으로 서는 경우를 보기는 했으나 처제의 경우 어불성설이었다. 마침내 오늘 그 날이 돌아왔고 아내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동생을 위해 바깥나들이를 주선하겠다는 이야기다. 아들이 결혼식장에 신랑으로 서 있는 시각 처제는 산으로 오를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그날 아내는 늦게 돌아왔다. 떠나기 전 계획대로 동생들과 함께 바람도 쐬고 맛집에 들르기도 한 모양이나 무슨 기분에 흥이 났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떠나기 전보다는 많이 편안한 얼굴이 되어 돌아왔다는 점이다. 피곤했던지 그 좋아하는 연속극도 접은 채 아내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아내를 만난 것이 처제가 중3 때였을 것이다. 나이 많은 형부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살갑게 대하지를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처제는 늘 어려워했다. 이따금 놀러 와도 먼발치에서 웃음 한번 보이면 그뿐,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런 처제가 장성하여 남자를 사귀는가 싶더니 둘이는 결혼했다. 평소 처제의 성격으로는 의외였다. 처제가 수더분한 편인 데 비해 남자는 영악했다. 완벽해서 그런지 아니면 의심이 많은 탓인지 어디를 가면 비상구부터 확인했다. 만일의 사태를 염두에 두는 듯 언제나 치밀했다. 설렁설렁 지내는 우리가 보기엔 특이한 모습이었다. 어렵게 시작한 신혼살림이지만 둘 사이는 의가 좋아 보였다. 한물간 우리 부부에게 시위라도 하듯 이따금 나타나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서에게 부부의 연은 거기까지였다. 아이들이 대학을 갈 무렵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처제에게서 마음이 떠나는 것이 알음알음 눈에 보였다. 그에겐 이미 불륜의 대상이 있었고 퇴각을 위한 음모는 서서히 실행에 옮겨졌다. 아무 준비 없이 있던 처제가 어느 날 빈손으로 나오게 되었을 때 그나마 아내의 기지가 있었기에 몇 푼의 위자료라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날 처제는 우리 집 건넌방에 누워 며칠을 심하게 앓았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더니 그래도 건강을 회복하고 일을 찾으면서 차츰 생활이 안정되어 갔다. 이제 폭풍도 잦아질 무렵 그 아들이 불쑥 결혼 소식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아내가 성묘를 다녀온 지 꼭 일주일 후 시내의 한 식당에선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아들의 결혼식을 회한으로 보내야 했던 처제를 위해 아내가 마련한 자리였다. 서울에서 내려온 큰 처남을 비롯해 5남매 가족이 다 모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랑 신부가 인사를 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터지고 간간이 아기들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결혼식이 막 끝나고 열린 피로연 자리라 해도 좋을 듯싶었다.
서먹했던 자리가 몇 차례 술잔이 돌면서 비로소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흥을 돋우기 위해 신랑 신부에게 노래도 시키고 너스레도 떨어보지만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오르질 않는다. 생글생글 웃음을 잃지 않는 신부가 문득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자리의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신부의 어깨가 무겁게만 보인다. 큰 처남과 나는 말없이 술잔만 주고받는다. 누구도 그간의 연유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취기가 더해지면 덮어질까 해도 응어리는 여전히 남는다.
“형부, 감사해요.” 자리가 거의 끝날 무렵 아들 장가보내는 소감을 물어본 내가 잘못이었을까. 정작 본인은 담담한데 내가 울컥해온다. 옆자리의 큰처남 역시 눈가를 훔치는지 고개를 숙인 채 들지 못한다. 나는 얼른 뛰어가 화장실에서 연신 찬물을 끼얹어보지만 한 번 붉어진 눈가는 좀체 지워지지 않는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낮게 드리운 잿빛 하늘에선 비를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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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4-11-23 0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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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주신 일만성철용, 정진철, 이방주, 김권섭, 임병식, 김용순, 임재문 선생님들, 거듭 죄송합니다. 컴퓨터 조작 미숙으로 선생님들 주신 귀한 말씀까지 삭제되는 엉뚱한 결과가 벌어졌습니다. 따라서 같은 글을 다시 게재하게 된 점, 모든 회원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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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4-12-02 0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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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처제에 대한 애잔한 사랑이 존경스럽습니다. 사실 처제든 처남이든 아내의 혈육이므로 오랜 같은 세상을 살다보면 남매의 정이 들기 마련인데 겉으로 드러내놓고 표현하기는 매우 어렵고 어색하기만 한데 선생님께서 그런 내면을 기막히게 표현하셨네요. 처가 남매들과의 사랑도 고고하고 그 표현도 절제된 절절함이어서 감동입니다.
지난 번에 뭐라고 썼는지 잊어버려서 다시 읽고 다시 얻은 감동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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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4-12-02 1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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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면목이 없군요. 지난 번 선생님들의 댓글까지 통채로 날려버린 후 죄인 심정이었는데 또 다시 독후감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평소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 살가운 형부도 못되면서 처제 이야기를 쓰게되니 부끄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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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12-08 2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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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형부와 처제 사이에 오가는 절제된 정이 애틋합니다.
전 처제가 없어서 한 사람 쯤 만들고도 싶지만 기회가 안 닿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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