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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4-01-16 13:40
조회 :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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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본 <그랜 토리노(Gran Torino‧2009)>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주연을 맡아 소수민족문제를 성찰한 묵직한 휴먼드라마였다. 곳곳에 서부극의 장르를 차용한 흔적이 엿보여 흥미롭기도 했고. 80객 노익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Trouble With The Curve‧2012)>에서 메이저 리그 스카우트 역으로 출연해 특유의 완고하면서도 회한이 묻어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으니 영화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놀랍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를 통해서였다. 당시 서부영화의 문법을 파괴한 새로운 타입의 영화라고 신문들이 앞 다투어 소개했었다. <황야의 무법자>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用心棒)>를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서부극으로 번안한 영화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름하여 '노바디(Nobody‧無名氏)'인데, 선과 악에 대한 일말의 개념구분도 없이 두 갱단의 사이를 오가며 철저히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다. 그러니 존 포드 표 정통서부극의 주제인 권선징악에 길이 든 관객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주인공 노바디 역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패션, 표정, 눈빛과 행동거지, 스타일 또한 일찍이 듣도 보도 못한 충격적인 것이었다. 입에 문 불 꺼진 시가, 남루한 판초 담요, 안면근육의 미묘한 떨림, 쇳소리 나는 말투, 매사가 귀찮은 듯한 공허한 눈빛, 수틀리면 버릇처럼 자행하는 대량학살…. 대사 내용도 시니컬하고 장난기 가득했다. 영화가 시작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미친 존재감'을 증명하는 장면을 재구성해보자.
어느 황량한 서부 마을에 비정규직 무뢰배 너 댓 명이 나무 펜스 위에 무료하게 앉거나 기대서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구질구질한 체크무늬 담요를 걸친 못 보던 사내가 말인지 망아지를 타고 느릿느릿 다가오니 키득거리며 놀릴 수밖에.
"꼬락서니 하곤! 어디서 굴러먹은 개뼉다귀냐?"
그러자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웅얼대는 허접스런 이 사나이 거동 좀 보소. 귀 기울여보니 얼추 이런 내용이더군.
"그래 마음껏 비웃어. 너희들이 나를 보고 웃는 건 괜찮아. 근데 문제는 내 노새(Mule)야. 내 노새는 누가 자길 비웃는 걸 견디지 못하는 성미거든. 그래서 있잖아, 잘 들어. 너희들은 곧 죽을 거야. 그것도, 지금 당장!"
이어지는 집단 살육. 참으로 산뜻한 데뷔전이로다. 누가 사이코 패스 아니랄까 봐서.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명사요 대주주처럼 여겨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지만 의외로 무법자 삼부작인 <황야의 무법자>를 비롯해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1965)>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1966)> 이상 3편에만 달랑 출연하고 허무에 찌든 표정으로 지평선 너머로 사라진다. 그가 떠난 비열한 거리에는 프랑코 네로, 줄리아노 젬마(몽고메리 우드는 미국식 이름), 테렌스 힐 등 고만고만한 소영웅들이 나타나 닮은꼴 소재와 액션으로 도토리 키 재기를 하지만 모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카리스마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마카로니웨스턴에 맛을 들인 관객들은 총격전(그것도 1대1 대결)을 구경하려면 30~40분을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니 몸이 근질거려 죽을 맛이었다. 이후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온 아류 서부극들이 원조 삼인방(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의 아성을 넘어서지 못함에 식상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자연스레 서부극 전반의 퇴조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니 시들어가던 서부에 회광반조(回光返照)의 기운을 불어넣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역설적으로 서부 몰락의 단초를 제공한 반 영웅(Antihero)이기도 하다.
* <<한국산문‧12>> '김창식의 문화 감성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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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1-16 1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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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크린트이스우드의 영화를 즐겨보았습니다. 담배 한 대 꼰아 물고, 권총을 발사하는 크린트이스우드의 명연기야 말로 서부 활극의 극치였지요. 지금도 생각납니다. 따앙 하고 발사하는 크린트이스우드의 권총발사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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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6 1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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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도 그러시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업적은 말로 브란도나 로렌스 올리비에와 맞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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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1-16 1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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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하면 미국 영화 그리고 나오는 주인공은 찰튼헤스톤, 율브린너, 클린트 이스티 우드가 떠오릅니다 .60년대 학교에서 단체 영화 관람하면 이들이 꼭 나왔으니 말입니다. 특히 클린트 이스트우드 연기는 서부 활극의 금자탑일 것입니다. 김창식선생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한 글을 통하여 반세기전 外畵를 觀照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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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6 20: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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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김권섭 선생님. 흘러간 명배우들의 면면이 줄줄이 떠오르는군요.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존 웨인, 헨리폰다, 그레고리 펙, 버트 랭카스터, 커크 다글라스...
빅터 머추어, 제임스 스튜어트, 리처드 위드마크, 윌리엄 홀든, 록 허드슨 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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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23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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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쿠퍼와 존 웨인 율부린너.. 우리나라 영화에 비해 스케일이 커서 그랬는지
서부영화가 볼만했었던 기억입니다. 친구들과도 한두사람씩 팬이 되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젠 우리나라도 많이 발전한것 같습니다, 머리들이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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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23 2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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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70대 어른들에게 서부영화가 끼친 영향은 컸던 것 같습니다, 정 선생님.
알랜 래드, 오디 머피, 잭 파란스, 말론 브랜도, 찰턴 헤스턴도 기억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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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1-25 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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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에 일가를 이루신 김선생님께서 오늘도 영화이야기를 올려주셨군요. 저는 영화는 그리 많이 본 것이 없는데, 황야의 무법자 이야기를 들으니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옛날 군복무시 월남 파병교육장이 있는 오음리에는 군인극잗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본 황야의 무법자, 무숙자 등이 스쳐가는군요.권총을 허리춤에 느슨하게 차고 맥코모자를 깊숙히 눌러쓴 우수에 젖은 주인공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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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26 16: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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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격려 감사합니다. 오음리에 군인극장이 있었군요.
말씀하신 무숙자도 좋은 서부극이었지요. 테렌스 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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