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4-01-12 11:25
조회 : 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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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랑을? - 창밖의 여자
2013년 새 노래 <헬로>와 <바운스>로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며 감동을 안겨준 불세출의 가수 조용필. 1976년 <돌아와요 부산항>으로 메가 히트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올랐지만, 아직은 그렇고 그런 티를 벗어나지 못한, 의외로 트로트도 잘 부르는 젊은이 정도로 여겨졌던 한 가수. 그가 대마초 파동의 여파로 3년 여 활동을 접었다가 1980년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를 들고 다시 무대로 금의환향하니 바로 ‘왕의 귀환’이었다.
이후 조용필은 한국 대중가요사를 다시 쓴 어마어마한 히트곡을 쏟아냈다. <허공> <생명> <비련> <정> <꿈> <그대여> <추억의 미아> <한오백년> <모나리자> <고추잠자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바람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 <그 겨울의 찻집> <내 마음 당신 곁으로>…. 조용필의 숨 가쁜 필모그라피에서 노래 자체의 완결성이나 음악사적 의미에서 <창밖의 여자>를 최고의 노래로 꼽을 수 없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낯선 노래가 대중에게 끼친 충격파와 영향력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창가에 서면 눈물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흰 손
돌아서 눈 감으면 강물이어라~
한줄기 바람되어 거리에 서면
그대는 가로등 되어 내 곁에 머무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노래의 화제성과 파급성은 울부짖는 가창력에 걸맞은 파격적인 가사에 힘입은 바 컸다. 주지하다시피 노래 가사라면 당연히 사랑의 찬가이거나 헤어진 사랑에 대한 비가여야 했다. <목포의 눈물> <애수의 소야곡> <산장의 여인> <나 혼자만이> <댄서의 순정> 등 흘러간 노래를 시작으로, 유행했거나 유행하지 않았던 그 시절 노래든, 그 이후의 노래든, 노래라면 무릇. 요즘의 아이돌 댄스가요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사랑이 아름답지 않다”는 조용필의 절규는 듣는 이의 뇌리에 깊숙이 들어와 박혔다. 우리 모두 전전 긍긍했다. 그나마 운이 좋은 사람은 사랑의 현주소를 더듬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랑에는 쿨함과 구차함이 공존하더라니까. 사랑의 양태樣態를 증언하는 그 말은 신탁이나 주문 같은 금기어였지만, 사랑에는 분명 ‘토막 난 순대처럼’ 저열한 면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것이 사랑의 민낯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단지 말하기를 꺼려했을 뿐. 일단 말이 되어 나오면 그것이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주워 담을 수 없고 그간의 모든 사랑에 대한 췌언贅言이 거짓이 될 테니까. 어쩌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미처 준비가 안 되었는지도 모른다.
창窓, 창밖의 여자, 불 꺼진 창…. 자유와 탈출을 상징하거나 때로 기다림을 은유하는 창이지만 그것이 드리운 그림자, 불온하고 비극적인 함의는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서라벌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니다가處容’, ‘어두운 밤 깊은 골목길 그대 창문 앞을 지나며Deliah’, ‘불 밝던 창에 어둠 가득 찼네Fenesta che lucive’ 병든 연인을 떠올렸다. 너나 할 것 없이 집나간 사랑의 행방을 수소문 했다. 한번쯤은 떠나가고 헤어지고 깨어지고 실종되었을 사랑의 파편을 주섬주섬 챙겼던 것이다.
창의 안과 밖, 어둠과 밝음을 생각한다. 살다보니 깨어져서는 안 될 것들이 더 자주 깨어지더라니까. 유리잔, 도자기, 항아리, 우정의 맹세, 사랑의 언약…. ‘창밖의 여자’가 위치한 곳은 어디인가? 바람결에 머무는 창밖 가등 같은 여자는 내 범위와 제어할 수 있는 반경을 벗어난 여자다. 그것을 시리게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한 때 소유했다고 믿은 사랑의 정처定處는 어디일까? 내 팔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의 사랑은 잠들었고 나 또한 잠들었다. 그것도 오래 전에.
창, 민요에서 록, 재즈, 트로트, 발라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의 대중가요 문법을 섭렵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불멸의 가왕 조용필. 그가 일찍이 환기한 ‘사랑이 아름답지 않다’는 외침은 당연히 반어일 것이다. 조용필 음악의 현재성과 영속성을 생각한다. 그의 영광, 좌절과 눈부신 극복은 우리시대의 닮고 싶은 표상이었다. 우리 수필계에도 어디 조용필을 닮은 그런 사람 없소? 타고난 일곱 색깔 미성과 음악의 혼魂을 짚어내는 발군의 감수성에 더하여 그보다는 투철한 정신과 치열한 노력으로 득음의 경지를 일군 작은 거인巨人 말이에요.
* <<한국산문 1월호>>김창식의 '문화 감성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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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4-01-12 1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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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여가수 노래 특히 트로트 노래를 좋아해서 이미자 주현미 문희옥 김용임 장윤정 김혜연 염수연 김부자 하춘하 남수련 등등 노래를 좋아합니다. 조용필노래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노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이지요. 감사합니다. 김창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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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2 1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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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의 행진, 트로트 열전이군요~, 임재문 선생님.
여자 국민가수는 이난영을 잇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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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4-01-12 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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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선생님은 수필작가로서 가요에 대한 발군입니다. 가수 조용필에 대하여 일가견이 계십니다. 창밖의 여자를 가지고 그 토록 자세히 해설한다는 것이 찬탄입니다. 창, 민요, 록, 재즈, 트로트, 발라드의 현대가요를 일망타진하는 실력이 대단 하십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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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2 2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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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권섭 선생님.
영화 음악, 철학 등은 아는 체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마튜어 수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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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4-01-12 2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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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여자~ 그노래 저도 참 좋아 합니다 특히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하는 귀절.
그 울부짖는듯한 가사와 곡조가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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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3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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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의 가창력이 빛나는 '마이너 발라드' 감성의 노래였습니다, 정진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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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4-01-13 08: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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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이 닿지 않는 창밖의 여자, 가로등을 스쳐가는 바람같은 나, 참 어려운 사랑이니 아름답지 않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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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3 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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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양면을 봅니다, 김용순 선생님.
한번쯤 실연당해보지 않은 사람 있음...나와보라고요(무슨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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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4-01-13 0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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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트로트가 듣기 좋습니다. 조용필의 노래는 목소리도 좋지만 노래가사도 좋은 게 많은 것 같아요. 어제 어느 종편을 봤는데 김추자도 금년에는 활동을 계시할것 같다고 하더군요. 월남에서 돌라온 김사상의 노래를 듣으며 군생활을 해서인지 그녀의 목소리도 많이 듣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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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4-01-13 10: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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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추자는 일세를 풍미한 대단한 가수였죠, 임병식 선생님.
이른 은퇴가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재기 무대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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