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오늘 방문자수 |
   |
| 어제 방문자수 |
  |
| 최고 방문자수 |
 |
| 방문자수 누계 |
|
|
|
|
|
|
|
|
|
|
|
|
|
|
| 글쓴이 : 임병식 |
날짜 : 13-10-11 07:00
조회 : 2619
|
|
|
|
로드킬 사마귀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늦 가을, 외진 도로를 걷노라면 로드킬로 죽어간 곤충들이 더러 보인다. 그것들은 심하게 짓뭉개진 상태로 처참하기 이를데 없다. 그런 것들 중에는 사마귀가 많다. 왜 하필 이 녀석들일까. 의구심이 생기는데,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된다. 다른 곤충에 비해서 늦 가을까지 먹이 활동을 하며 비교적 무엇을 보고 두려워하지 때문이다.
녀석의 오만함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봄철에는 도로에 개구리나 지렁이가 많이 깔려죽는다. 그리고 여름에는 기럭지가 긴 뱀이 가끔 허리가 잘리어 나부러진 걸 목격한다. 이를 볼 때 그 시기가 그들의 활동이 왕성한 때와 겹친점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불상사가 아닌가 한다.
이렇게 희생된 사체들은 한결같이 처참하다. 충격을 당하는 순간 형체도 없이 짓이겨지기 때문에 똑바로 보기가 어렵다. 오늘 치어 죽은 사마귀도 몸통은 보이지도 않고 펼쳐진 날개만 조금 드러나 있다. 그런 사체를 보면서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조심성없이 나대다가 죽어갔다는 생각에 혀가 차지기도 한다.
다른 안전한 곳을 두고 왜 하필 한길에 나왔을까. 그걸 보면서 무모한 댓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생김새가 흉물스러워 범아제비로 부리기도 하는 녀석. 그렇지만 , 아무리 기고만장한들 달려오는 차와 상대가 되겠는가. 한번 부직치고 깔리고 나면 죽는 길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미리서 조심을 해야 할게 아닌가. 그런데 녀석은 그런 주의 따위는 상관도 없이 행동을 하니 그렇게 죽어가는 것은 제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무모한 습성은 혹시 녀석이 살아온 동안 함께 부화한 수백마리의 동료를 잡아먹고 자라서 끝내는 강자로 살아남은 경험 때문은 아닐까. 무소불위로 살면서 자기를 대항할 자는 없다고 만용을 부린 것이 아닐까. 상대를 주늑들게 하는 험상궂은 몰골에다 상대를 대번에 제압할 수 있는 튼튼한 톱날 다리를 너무 믿은게 아닐까.
하나, 그것은 큰 오산이다. 옛부터 제놈이 지나는 수레를 가로막아 허세부린 전력때문에 무모함의 대명사로 허명이 남았기로서니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죽어서 길바닥에 짖물려진 것은 만용을 부린 것 치고는 너무나 댓가가 처참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런데 놈을 보면서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자연계의 생명체는 먹이사슬에 의해 지탱이 되어가는데 녀석은 혹시 곤충계의 우두머리로 포식성의 삶을 살아온 탓에 죽을 때도 그 자존심을 꺾지 못해서 그렇게 일부러 자포자기 심정으로 비명횡사를 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들판에서 한생을 강자로 사는 코끼리가 죽을 때에는 깊은 밀림 속이나, 폭포수 밑으로 숨어들어가 숨을 거둔다는데 혹여 녀석도 자기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은 그렇게 장렬하게 죽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나 그렇게 믿는다고 하더라도 주검의 방식을 생각하면 너무나 처연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2013)
|
|
| 정진철 |
13-10-11 07:28 |
 |
임선생님 바야흐로 사색의 계절입니다
사마귀의 죽음이 오만한 것인지 아니면 순리인것 같기도 하고
그러한 질서를 조물주만이 아실것 같은데 다만 조물주도 현대문명의
발달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 같기도 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에 제 댓글 보면서 뒤이어 임선생님의 글이 올라 와 있는것을 보고
반가웠습니다.
|
|
|
| |
| 임병식 |
13-10-11 15:12 |
|
|
산책을 하다가 유독 사마귀만이 차에 깔려서 죽은 사체가 두개나 있어서 그렇게 죽어간 내력을 좀 생각해 봤습니다. 제빨리 댓들을 달아주시니 진한 문우애를 느낍니다.
|
|
|
|
| 류인혜 |
13-10-11 12:52 |
|
지금까지 곤충이나 동물의 죽음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네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문득 사물의 존재에 예민할 때가 있구나라고 느낍니다.
어느 나라에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한곳으로 가서 죽음을 준비하는 풍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곳에서 자식의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도 있다더군요.
사마귀도 그런가 봅니다.
|
|
|
| |
| 임병식 |
13-10-11 15:14 |
|
사마귀는 생김새부터가 별종으로 보이는데, 죽어가는 모습도 조금은 처참한것 같습니다.
당랑거철이란 고사가 전해오지만 혹여 오만을 부리다가 비명황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환절기에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
|
|
|
|
| 김권섭 |
13-10-11 19:08 |
|
|
사마귀의 일생을 예리하게 살피셨습니다. 모든 생명이 있는 존재들은 자기가 강하다고 우쭐대면 오히려 더 힘센 자에 의해 멸망되는듯 싶습니다. 동물의 맹수 사자, 호랑이는 이제 보호해야할 동물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랑거철, 당랑당차철, 당랑지부가 사마귀에서 나온 것을 보면 제 분수도 모르고 강적에게 반항함이 우매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인간 자신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
|
|
| |
| 임병식 |
13-10-11 21:15 |
|
|
사마귀는 생김새도 ET같지만 잔인하고 오만방자한 녀석이 아닌가 합니다. 죽는것도 곱게 죽는게 아니라 비명횡사를 하니 반항아의 화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
|
|
| 이방주 |
13-10-12 02:02 |
|
임병식 선생님, 당랑거철이라는 고사에 나오는 장공처럼 오만한 버마재비 놈의 대단한 가상하게 여겨주는 현대인은 없는가 봅니다.
큰 길에 나와 그 놈이 그야말로 당랑권법의 포스를 취하고 대들다가 죽어가는 놈의 오만함이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정함이 안타까워지는 글입니다.
자연을 예사롭지 않게 보시는 선생님의 혜안에 감동입니다.
|
|
|
| |
| 임병식 |
13-10-12 06:20 |
|
살아가면서 자연의 법칙과 잉과응보, 인연법을 가끔 생각해 봅니다.
사마귀의 비명횡사를 보니 필연적으로 그럴수 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생각났습니다.
|
|
|
|
| 이희순 |
13-10-12 21:17 |
|
천지를 모르고 깨춤 춘다는 속담이 생각납니다.
범은 솦속에서 사라지고 천하의 도로에는 백호(자동차)가 횡행하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을 잡아먹는 판국인데 녀석의 오만방자가 그야말로 도를 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온갖 비행을 보고도 한 마디 훈계조차 하지 못하는 소심한 어르신들에게 녀석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가 봅니다.
|
|
|
| |
| 임병식 |
13-10-12 22:47 |
|
|
이선생님 말씀처럼 기개를 보여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제 분수를 지키지 못하니 허망하고 가엾은 놈이지요. 이놈은 생김새부터가 외게인을 닮았서 연구대상이 아닌가 합니다.
|
|
|
|
| 임재문 |
13-10-12 22:39 |
|
방아개비는 늦가을에 땅속에 알을 다 낳아놓고 장렬한 죽음은 맞이 하는 것을
시골 살면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마귀는 뜻밖의 죽음입니다. 사마귀의 생태를
본따 만들었다는 당랑권법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임병식 선생님 !
|
|
|
| |
| 임병식 |
13-10-12 22:51 |
|
|
녀석은 모양은 방아개비와 비슷하지만 생명력은 더 질긴것 같습니다. 이미 메뚜기와 방아개비는 자취를 감추었는데 이놈들은 아직 풀밭을 어스렁거립니다. 저는 포크레인이 이놈의 앞발을 모방하여 반든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
|
|
| 일만성철용 |
13-10-13 17:48 |
|
螳螂拒轍의 고사성어를 한 마디도 언급하시지 않고 에둘러 하신 글이 돋보입니다.
저도 비온 전후에 지렁이가 도로에 꿈틀대면 바쁜 일 없으면 숲 속으로 던져 주고 가곤합니다.숫놈 사마귀가 교미를 하면서 암놈에게 잡혀 먹히는 모습은 자연계의 질서를 생각게 하구요.
|
|
|
| |
| 임병식 |
13-10-13 18:12 |
|
|
일만선생님 잘 계시는지요. 비명횡사한 사마귀을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올라 써봤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
|
|
|
| 임병문 |
13-10-19 18:39 |
|
|
선생님, 결코 수월치않고 간과할 수 없는 자연의 이법, 이 가을 깊은 사유에 빠져봅니다. 항시 건강하시고 두루 편안하시기바랍니다.
|
|
|
| |
| 임병식 |
13-10-19 20:03 |
|
|
오랜만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임선생님 특유의 좋은 글을 많이 쑤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