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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06-14 08:13
조회 :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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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국어생활이란 과목이 있었다. 주당 2 시간인데 생활 속에서 국어 사용법을 내용으로 한다. 단위어라는 것도 있고, 호칭어 지칭어도 있고, 우리말 로마자 표기법도 있고, 외국어 한글 표기법도 있다.
막 단위어를 배우고 난 다음이다. 저녁 식사를 하고 좀 늦게 학교에 들어갔다. 딱 한잔이지만 소주도 마셨기에 소주냄새를 알아맞히는 아가들의 기막힌 감각이 두려워 밖에서 아가들의 모습을 훔쳐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자율학습 참여사항
재적 : 서른 아홉 마리
학원 수강 : 일곱 마리
질병 조퇴 : 한 마리
기타 : 두 마리
현재 : 스물아홉 마리
어느 장난기 심한 큰아기의 사랑 담은 재치이다.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가 고쳐 썼다.
재적 : 서른 송이
학원 수강 : 일곱 송이
질병 조퇴 : 한 송이
기타 : 두 송이
현재 : 스물아홉 송이
너희는 스스로를 벌레로 보지만 나에게 너희는 모두가 꽃송이다. 단위어를 배웠으면서 벌레를 세는 단위와 꽃을 세는 단위를 혼동하다니……. 아가들의 가슴에 작은 돌을 던지니 여린 물결이 해일이 되어 꽃밭에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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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6-15 0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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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재치가 넘칩니다. 꼿송이로 변신한 아이들 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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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6-17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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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옛날이 되어 버렸네요. 아이들은 꽃으로 보면 꽃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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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6-15 14: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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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부럽습니다. 유머와 위트와 사랑과 정이 어린 표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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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6-17 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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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선생님 부끄럽습니다. 버리기 아까운 일상이어서 한 번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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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6-15 14: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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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사랑이 넘치는 재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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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6-17 0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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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 아이들과 생활하는 건 천사들과 함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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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6-16 0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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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참으로 풋풋하고 싱그러운 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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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6-17 0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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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 아이들은 바라보는 눈초리에 따라 변해 갑니다. 꽃으로 보면 꽃이 되고 문제아로 보면 문제아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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