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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3-05-22 19:28
조회 : 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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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2013 여름호-문화클릭
한바탕 웃음으로
김창식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오월을 두고 신록의 계절이라든가 계절의 여왕이니 찬탄하지만 오월은 화려함과 어두움을 함께 갖춘 이중적인 달이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떠오르는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영랑도 "오월 어느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자 시들어버리고"라고 노래했지만, 모든 찬란함의 뒤에는 끝 모를 어두움이 자리하는 것 같다. 오월의 꽃은 폭죽처럼 피어올랐다가 탄피(彈皮)처럼 흩어져 내린다. 천지에 가득한 꽃은 비가 되어 울음 운다. 만천화우(滿天花雨)!
"그대는 밭이랑을 생기 돋게 하고/온 세상을 꽃향기로 가득 차게 한다"
오월을 찬미하는 시와 노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시가(詩歌)는 시성 괴테의 「오월의 노래(Mailied)」가 아닐까 한다. 「오월의 노래」는 괴테가 이른 바 '질풍노도시대(Sturm und Drang)'에 지은 시가집 「제젠하임의 노래(Sesenheimer Lieder)」에 포함된 시편이다. 요즘 감각으로는 평범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열정적인 정감의 토로, 자연에 빗댄 연정의 형상화로 독일 서정시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래에 나오는 소녀는 제젠하임 작은 마을 목사의 딸인 '프리데리케 브리온"으로, 청년 괴테가 버린 애달픈 첫 사랑이었으니.
"아름다운 오월에 꽃봉오리 피어나고/내 마음속에도 사랑이 싹트네"
사랑 찬가인 「아름다운 오월(Im Wunderschoenen Monat Mai)」는 어떤가.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슈만의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에 실린 이 노래 역시 봄의 청신함과 그에 걸맞은 사랑의 움틈을 노래한 것이다. 흔히 '리드(Lied)'라 칭하는 독일 예술가곡은 '오월의 노래'나 '아름다운 오월'처럼 유명한 시에 후세의 작곡가들이 곡을 만든 것이 대부분이다. 상이한 버전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해 불렀다. 독일을 대표하는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를 비롯해,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와 헤르만 프라이,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와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 등.
"크리스마스트리가 내 키보다 컸던 어린 시절/ 우리는 사랑을 했었지"
팝과 대중가요로 넘어가보자. 우선 호주 출신 영국 그룹 비지스(Bee Gees)의 「5월 초하루(First of May)」가 귓가에 날아 앉는다. 지난날을 추억하며 회한에 잠기는 애상적인 노래다. 비지스는 존 트라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OST에 참여해 널리 알려졌다. 이 그룹은「트래지디(Tragdy)」「Stayin' Alive」「How Deep Is Your Love」같은 디스코 풍 음악으로 일세를 풍미했지만 서정적인 발라드에도 일가견이 있었다.「홀리데이(Holiday)」「메사추세츠(Massachusetts)「날 잊지 말아요(Don't Forget To Remember)」등. '오월 초하루'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사라 브라이트만이 불러 리바이벌 히트했다. 우리 가수인 김현식도 특유의 호소하고 울부짖는 창법으로 이 노래에 이채(異彩)를 더했으며.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오월이 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이들 노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도 있다. 처절한 노랫말에서도 알 수 있듯 5‧18광주민주화항쟁을 주제로 한「오월의 노래」! 지금은 찾는 이도 아는 이도 거의 없지만 1980년대에는 '시대의 노래'처럼 불렸었다. 이 노래의 원전은 1973년 프랑스의 샹송가수 미셀 폴나레프가 부른「누가 할머니를 죽였나?(Oui A Tue Grand Maman)」이다. 섬뜩한 제목이지만 재개발지역에 편입된 사유 재산인 정원을 지키려 투쟁하다 숨진 할머니의 실화를 애절한 선율로 옮긴 것이니 권력에 대한 민중의 저항과도 언뜻 맥이 닿아 있는 것처럼도 느껴지는데.
"언제부터/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월의 노래」에 겹쳐 문득 황금찬 시인의 시「5월이 오면」이 생각나는 것은 어인 일일까?「아니라고 말하는 인형(La Poupee Qui Fait Non)」을 부르기도 한 미셸 폴나레프는 1970년대 프렌치 팝의 대표 주자로,「마리차 강의 추억(La Maritza)」을 부른 실비 바르탕과 함께 친숙한 이름이다. 1975년 '뚜아에무아'의 박인희는 특유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사랑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번안해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의 생명력은 질기다.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2001년「사랑이 질 때(When The Love Falls)」로 편곡해 피아노 선율로 들려주기도 했으니까.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 체 하기엔/이 세상 젊은 한숨이 너무나 깊어/한바탕 눈물로 잊어버리기엔/이 세상 젊은 상처가 너무나 커"
이선희가 부른「한바탕 웃음으로」가 광주민주화운동을 기리는 노래임을 아는 이는 드물다. 노래방에서 흥에 겨워 목청껏 부르기도 하는 노래지만, 가사를 음미해보니 과연 그러함직도 하다. 30년도 더 되었으니 이제 그만 오월을 보낼 때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아까부터 누구에겐가 빚진 것 같은 부끄러움이 앙금처럼 가시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오월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가.
*글에 인용된 시와 노래는 일부 행과 연을 바꾸고 의역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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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5-22 2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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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음을 사랑했네를 잘 읽고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현대수필에서 읽었습니다. 수필집을 보니 전에 학원지에 발표도 하시곤 했다는데 반갑습니다. 저도 많이 투고도 하고 발표도 했거든요. 강승택선생님도 학원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많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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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5-23 1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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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선생님께서는 그 옛날 '학원 문단'의 총아셨군요.
강승택 선생님도 '학원'과 인연이 있으시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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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5-23 2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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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의 바램대로 오월을 보내야 6월도 오고 7월도 오는데
아직 편안하게 보낼 준비들이 안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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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5-24 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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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유난히 덥습니다. 정진철 선생님, 5월이 실종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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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5-24 0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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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번 오월을 보내며 감개가 무량합니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잔인할 정도로 좋은 일들이 많아서 오월은 그냥 조용하게 보내자고 아내에게 이야기 했건만, 오월일일은 내 생일 오월 19일은 아버지 추도예배 , 같은날 손녀 생일 ! 이렇게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오월이 갑니다. 아름다운 오월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저도 김영랑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나 읊으며 오월을 보내고, 유월을 맞이 하렵니다. 감사합니다. 김창식 선생님 !
참 저도 학원지에 글은 내지 않았지만,학원지 애독자였습니다. 조흔파 선생님의 명랑 소설을 비롯해서 재미있는 학원지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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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5-24 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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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댁에 5월은 여러 행사가 있는 날이군요.
저도 조흔파 선생의 명랑소설 좋아했습니다, '얄개전', '에너지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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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5-24 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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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 행사가 많아 숨가쁜 5월 입니다. 일기는 들쭉날쭉 죽 끓듯 하니.....
'Don't Forget To Remember' 가 듣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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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5-24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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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순 선생님도 노래, 영화 좋아하시죠?
비지스 노래와 함께 송창식/윤형주/김세환의 노래도 들어보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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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5-24 1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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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으로 일컬어지던 5월도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어느 새 1년의 중간지점을 바라보다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느낍니다. 흘러간 노래와 영화, 함께 겹치는 아련한 기억들~그냥 마음이 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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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5-25 1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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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전 5월이 되면 항상 '그곳, 현장'이 아닌 '외지'에 있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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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희 |
13-06-02 0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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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예가 무한대의 실을 뽑아내듯이
창작의 끊을 이어가시는 힘이 부럽습니다.
정성들여 보내주신 ''문영음을 사랑했네' 를
맛있는 알사탕 까먹듯이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책을 펼칠때마다 깔끔한 외모만큼이나
상큼함을 주는 첫 장의 싸인에 눈길이 머물곤 합니다.
좋은 글 읽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작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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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6-02 1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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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희 선생님이 주신 관심과 격려 감사합니다.
새로 이사하신 곳에서의 전원 생활이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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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3-06-12 1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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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을 주제로 많은 예를 들어 매끄럽게 이어간 글이 새롭습니다. "문영음을 사랑했네"에서도 김선생님의 작가로서의 특별한 매력을 담아놓으셨던데요. 많은 상식을 방탕으로 글을 쓴다는 것, 역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듯, 선생님만의 탄탄한 뿌리가 되어 좋은 작품이 탄생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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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3-06-12 1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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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명화 선생님 그간 여여(如如)하신지요?
노래에 빗댄 '시대의 아픔'이 숨은 주제이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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