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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이방주 |
날짜 : 13-03-02 03:44
조회 : 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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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와 꽁치
이제 그만 여기서 멈추어야겠다. 이제 정말 맛집이나 찾아다니는 탐욕일랑 버려야겠다. 고등어와 꽁치가 좋아 포항으로 대닫고, 구수한 대게 맛이 그리워 강구항까지 차를 몰았다. 후곡리의 붕어찜, 병천 순대, 연풍의 삼겹살은 물론 정선의 먹거리 장터를 찾아 백리든 이백리든 마다않고 달려갔다. 부끄럽지만 지난날 배고픔의 한을 풀기나 할 듯이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그리고 먹거리를 글감으로 삼았다. 하늘은 먹거리에 대한 내 글이 더 미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등어와 꽁치를 별나게 좋아했다. 고등어조림을 며칠씩 장복을 했다. 아내가 꽁치조림을 잊고 밥상에 올리지 않으면 손수 부엌으로 나갔다. 점심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하던 예전에는 내 가방에서 고등어조림 냄새가 났다. 점심시간이면 냄새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핀잔을 들으면서도 고등어와 꽁치에 대한 애착은 그칠 줄 몰랐다.
지난 수요일 아침 침대에서 내려오는데 왼쪽 새끼발가락 부근이 송곳으로 찌르는 듯이 아팠다. ‘괜찮겠지’ 하면서 종일 걸음을 조심해서 걸었다. 그런데 밤이 되자 새끼발가락에서 연결되는 관절이 감전당한 것처럼 찌릿찌릿 아팠다. 양말을 벗고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으려니, 아내가 옆으로 지나가면서 치맛자락만 스쳐도 기다란 철사를 발가락부터 종아리까지 뼛속에 집어넣어 후벼내는 듯이 아팠다. 아니 창문을 열고 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짜르르 짜르르’ 뼈를 파내는 듯했다.
동네 정형외과에 가보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이렇게 아픈 것이 마치 그의 잘못이나 되는 듯이 의사 앞에서 불손한 말투로 통증을 호소했다. 의사는 내게 ‘통풍’이라는 병을 일러 주었다. 한번 발작을 일으키면 바람만 스쳐도 자지러질 듯이 아파서 통풍이라고 한단다. 이걸 다스리지 못하면 관절에 염증이 생기고 더 나아가 신장에 영향을 주어 건강을 잃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황당한 것은 먹이에 대한 탐욕이 그 원인이란다.
의사는 인제부터 욕심내서는 안 되는 먹거리 목록을 내밀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 첫째가 바로 고등어와 꽁치였기 때문이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끼니마다 몇 점씩 허용하면서 고등어와 꽁치는 절대 금하라 한다. 차라리 쇠고기 돼지고기를 절대 금하고 고등어 꽁치를 몇 한두 토막씩이라도 허용해 주면 안 되느냐고 떼를 써 보았다. 절대 안 된단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는 멸치도 못 먹고, 콩나물은 물론 된장찌개까지 포기해야 한단다. 나는 그런 의사가 야속했다. 하지만 그를 미워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생각해 보니 이것은 먹이에 대한 탐욕의 결과이다. 짐승처럼 게걸스러운 식탐에 대한 징벌이다. 자연의 섭리에 도전했다가 어이없이 무너지는 보잘것없는 나의 최후이다. 자연의 내 먹이 통장에 천지신명이 허용한 만큼만 배당해 놓은 모양이다. 이런 아픔은 내게만은 무한정 보장해 주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무지한 나에게 내린 섭리의 경고이다. 그러니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이제 바꾸어야 한다. 모든 것을 절제해야 한다. 들리는 것만큼만 듣고, 보이는 것만큼만 보고, 해야 할 말도 줄여야 하는 것처럼 먹이도 줄여야 한다. 인제 고등어 꽁치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감각적 쾌락보다 생존의 섭리를 좇아야겠다. 이렇게 된 나를 비극이라 여기지 말고, 고등어와 꽁치에 대한, 아니 섭리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해야겠다. 군자는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소인이 되더라도 좋으니 몸을 하늘같은 주인으로 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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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철 |
13-03-02 06: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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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의 먹이 사슬에서 고등어와 꽁치를
빼야하니 얼마나 가슴 아프시겠습니까~
묵은지와 등 푸른 고등어로 만든 고등어 조림은 가히 천상의 맛입니다.
더욱이 추운 겨울 산속에서 비니루로 덮어 갈무리중인 배추한포기를 서리하여
꽁치통조림에서 뼈까지 야들야들해잔 꽁치를 넣고 푸욱 끓여서
만든 추어탕 이 되어버린 찌게는 또 얼마나 맛이 기가막힙니까
이런걸 못 잡수신다니~~허허허 같이 마음이 아픕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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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2 1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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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철 선생님, 우리의 참맛을 잘 아시는군요. 저는 가마솥에 생무를 쭉쭉 쪼개서 깔아놓은 다음 그 위에 고등어를 얹어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넣어 졸여낸 고등어 조림을 좋아합니다. 꽁치 말씀을 하시니 위로해 주셨다기보다 더 아픔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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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3-02 0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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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그렇게 좋아하시는 생선을 못드시게 되니, 참 안됐습니다. 통풍은 정말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참아야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맛있는 것은 잠깐이고, 아픈 것은 오래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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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2 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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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평생 먹을 것보다 더 많이 먹었으니 이제 그만 먹으라는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함께 조심조심 가는 거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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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3-03-02 1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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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와 꽁치가 통풍에 안좋다는 걸 선생님 글을 통해 알았습니다. 그 좋아하는 생선을 못드시게 되어 많이 섭섭하시겠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을 잘 따르셔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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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2 13: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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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 영양이 좋은 것일수록 해롭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영양이 지나쳐서 생기는 고통이니까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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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식 |
13-03-02 16: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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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TV를 켰더니 고등어잡이 화면이 나오더군요. 오히려 삼치보다 고등어가 비싸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전에 고등어 잡이는 거문도에서 많이 봤습니다. 건착선이라고 하는데 항상 두배가 함께 조업을 하지요. 누군가가 싱싱한 고등어 눈만큼 맑은 눈이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감칠맛나는 맛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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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3 06: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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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가 일생 동안 먹을 수 있는 것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나 봅니다. 그래서 지나친 소유는 탈이 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일생동안 할 수 있는 일이나 내려놓을 수 있는 일은 한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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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3-02 1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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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일단 잡식성이라서 그런지 고등어던 꽁치던 소고기던 뭐든지 다 잘 먹습니다. 또 제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살이 안 붙는 다는 것이 저의 대단한 장점입니다. 살이 안 붙으니까 동정심에 더 많은 것을 먹이려고 애쓰는 아내가 좋거든요. 아무튼 먹고 싶은 메뉴 두가지가 줄었으니 마음은 안 좋아도 그밖에도 얼마든지 맛있는 것은 많으니 고루고루 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방주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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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3 06: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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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하늘이 선생님께 내려 주신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상 절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편식하지 않고 고루고루 먹으라는 선생님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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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순 |
13-03-02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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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5,6년 전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돼지고기는 물론 소고기도 전혀 먹을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부작용때문이었는데 그때 담당의사의 처방이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고기 안 먹으면 됩니다. 세상에 고기말고도 먹을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고등어, 꽁치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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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3 06: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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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순 선생님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저와 비슷한 처지가 되셨군요. 저는 고등어 꽁치 이외에도 많은 먹거리에 대해 절제하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글로 만족하려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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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현 |
13-03-06 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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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때나 아무 것이나 얼마든 먹을 수 있다는 것만큼 큰 축복이라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먹는 것을 가려 먹어야 하고 운동도 절제해야 한다는 말에 세상이 거꾸로 보였습니다. 그걸 못 한다 해서 억을해서가 아니라 그간 내가 너무나 큰 축복을 무심하게 가치없게 고마워 할 줄도 모른 체 살아왔다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뭐든 다 때가 있는 법인데, 그래 지금은 가급적 욕심이 될 것 같은 것은 하지 않으려 합니다. 먹는 것도, 하는 것도, 어떤 책임도, 이방주 선생님의 고등어와 꽁치 같은 글을 한 번 써 보고 싶었는데 전 아직 못 썼네요. 좋은 수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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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06 22: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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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현 선생님 안녕하세요?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것 만큼 복은 없겠지요. 그러나 절제하면서 살 수 있는 쾌감도 만만찮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먹는 것을 절제하면 말하는 것도 절제되고 보는 것을 절제하면 영혼도 무게가 덜어진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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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3-03-08 1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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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주 선생님, 체험을 통해 늘 맛깔스러운 글을 쓰셨는데 고등어와 꽁치를 못 드시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이참에 그동안 안 드셨으나 몸에 이로운 음식과 친해지고 더 좋은 작품 남기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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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주 |
13-03-13 05: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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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정말 제가 깨닫지 못한 것을 일러 주셨습니다. 고등어 꽁치는 몸에 넘치고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것들은 몸에 부족하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요. 우선 카레를 먹어보고 다른 것들을 찾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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