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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용순 |
날짜 : 13-01-27 11:43
조회 : 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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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
하천(河川)에서 부화된 연어는 먼 바다에 나가 살다, 알 낳기와 죽음을 위하여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수만리를 헤엄쳐 모천(母川)으로 찾아온다. 꿀벌, 개미, 제비 등의 미물도 태어난 곳에서 멀리 떨어졌을 때 되돌아오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 하물며 인간이 어찌 다를 수가 있을까.
이번만은 다를 줄 알았다. 이곳의 청량한 산수(山水)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겨우 3년 지났는데, 스멀스멀 오르는 역마살이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여기는 너무 추우니 따뜻한 남쪽, 해산물이 지천인 바닷가에서 살고 싶지 않느냐?’며 아내까지 슬슬 충돌 질 해 본다. 무엇이 바쁜지, 임기도 채우지 않고 지역 문학단체의 짐도 벗어 버렸다. 이미 내 마음은 떠날 준비를 끝내고 남행열차에 올랐다. 우리네 삶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으니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던 언제 또 보따리를 싸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엉덩이에 가시가 박힌 듯 안주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삶을 찾아, 전직(轉職)과 이동(移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부초처럼 떠돌며 부침 많았던 나의 삶은, 생존을 위해 초원을 헤매야 하는 유목민이었다. 한편으로, 이동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설렘과 적응으로 삶을 다양하게 하기도 하였다.
‘사방(四方)에 솥을 걸고 살아온’ 내 팔자가 재미없지는 않았다는, 즐기기도 하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내의 정년과 내 사업의 끝을 맞추었다. 더는 떠돌지 말고, 마음껏 심호흡 할 수 있는 볕바른 곳에서 우리가 먹을 야채를 가꾸며 여생을 보내자 하였다. 연옥(煉獄)같은 세상에서 빠져나와 피안에서 사색하며, 게으름 피우며 살자고 하였다. 북풍막이 뒷산과 넓은 들이 시원한, 샛노란 은행잎이 내려앉는 잔디마당에 작은 집을 짓고 주저앉았다.
언제나, 다시는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온 정성을 들여 짓기도, 꾸미기도 하면서 자리 잡지만 몇 해를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하는 나그네였다. 결혼 후, 21번씩이나 옮겨 다닌 역사(歷史)가 읍사무소 서류 두 장에 가득하게 기록되어, 내 삶의 상흔 같아 남 앞에 내어 놓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소년기와 청년기, 장년기가 될 무렵까지 살아온 도시에서 결정적인 사건으로 뿌리가 송두리째 뽑히는, 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무작정 찾아든 낮선 곳에서 온갖 시련들과 마주쳐야했다. 어디에서도 새로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기다, 아웃사이드가 되어 타국(他國)에까지 밀려가기도 하였다. 이렇게 떠돈 세월이 어느 듯 30여 년이 흘렀다.
본 고장에서의 움직임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일 뿐이다. 아파트 면적을 늘려, 이동(棟)에서 저동으로, 가까운 이웃 동(洞)으로 옮기는 정도였다. 일상 보이는 산과 바다, 낯익은 얼굴들, 익숙한 거리와 건물들, 골목길까지 모두가 그대로이다. 그러나 타지(他地)로의 이동은 익숙하고 만만한 모든 것들과의 별리(別離)이며, 낯설고 두려운 것들과의 만남이었다.
타지에서의 만남은 항상 필요에 의할 뿐이었다. 목적 없이 만나 뒹굴었던 소년기, 청년기와는 다르게 필요가 사라지면 다시 타인으로 되돌아가고 만다. 더구나 낯가림이 많은 나는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소외와 외로움을 감내해야하는 이방인일 뿐이었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외롭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느끼게 된다. 이제 나에게는 짧은 미래와 긴 추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만, 오랜 객지살이를 끝내고 나를 키워준 따뜻한 남쪽바다로 돌아가고 싶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여우도 죽을 때는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하지 않았는가.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과 어울려 막걸리 잔을 기우리며, 그동안 먼 길 돌아온 이야기며, 옛날 그 거리, 그 술집, 그 다방, 할머니가 되었을 그 아가씨들, 그 바닷가의 이야기를 밤새 나누고 싶다.
입으로만 불렀던, 노산(鷺山)의 시(詩)를 이제는 가슴으로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옷 입혀 웃고 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가고파/이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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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3-01-27 14: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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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향이 해남 따뜻한 남쪽나라입니다. 고향 떠나온지 사십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부모님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도 고향을 떴습니다. 마음속의 고향으로 자리메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고향이 그리운 것은 내가 마지막에 돌아가야 할 곳이
그곳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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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1-29 1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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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살기 위하여 뛰어 다닐 때는 몰랐는데, 이제는 조용히 지나간 일들을 반추하게 됩니다. 지난 일들이 새삼 그립습니다. 선생님 추위에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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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3-01-27 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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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했던 김선생님의 삶의 여정이 읽는 이로하여금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인생은 어차피 나그네 길이라 하지않던가요. 하루속히 굳건히 뿌리내리시어 안락한 남은 인생 보낼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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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1-29 15: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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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은 다르지만, 누구나 지난 추억이 그리울 것입니다. 생각하면 살아온 마디마디 마다에 애환이 있었으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방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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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3-01-28 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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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모르게 가슴이 아릿해옵니다. 부초 같이, 바람 같이 떠돌고 나부낀들 그 외로움이 어디 가겠습니까. 어차피 삶이란 그런 것, 너무 애쓰지마시고 순리라 생각하며 지금처럼 어울려 사십시다. 건강하시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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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1-29 15: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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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생님, 요즈음은 날씨가 추우니까, 들어앉아 사색을 많이하게 됩니다. 어차피 우리가 감내하여야 할 외로움이겠지요.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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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3-02-02 07: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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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에 박수를 보냅니다. 수구초심하고 싶어도 갈곳이 같은 수도권이니 그게 그거라 수구하혀는 그 마음이 부럽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짧은 미래와 긴 추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라는 구절은 마음을 숙연학 하네요. 허나 부인께서도 원하시는 일이니 새로운 환경에의 수구초심을 축하 축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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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3-02-05 08: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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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선생님, 태어나서 멀리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잘 느끼지 못 할 것입니다. 저는 마흔이 다되어서 객지 생활을 시작하여 소년기, 청년기를 보낸 그곳이 항상 그립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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