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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강승택 |
날짜 : 12-10-13 22:28
조회 : 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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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시인 尹東柱의 66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고-
한 시간 남짓 타는 비행기지만 여행은 사람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마력이라도 있는지 지난밤을 거의 뜬 눈으로 보내다 싶이 한 채 공항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본역시 엄연한 외국임에도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뭄에 콩 나듯 떠나는 해외여행에서조차 늘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많은 것을 아는 것 같으나 화산과 지진, 일제침략 등 몇 가지 단편적인 말 이외엔 생각나지 않는 나라. 그 곳을 향해 막차 타듯 떠난다 생각하니 단순한 여행의 설렘을 넘어 묘한 흥분이 온몸을 휘감아왔다.
약속한 M카운터에 도착하니 낯익은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잠시 일행과 어울려 희희낙락 정담을 나누는데 저만치 김우종 교수님의 잔잔한 미소가 보인다. 순간 이번 여행이 尹東柱 시인의 추모제에 있음을 새삼 깨달으며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억누른다. 그렇다. 우리 일행 21명은 지금 시인 윤동주의 66주기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기내의 분위기를 느껴볼 겨를도 없이 비행기는 어느새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 길을 나서니 우리네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애증이 겹치는 일본 땅. 곧바로 찾은 곳이 이곳의 형무소였다. 1945년 2월, 해방을 몇 달 앞두고 시인 윤동주가 향년 28세의 나이로 죽어간 자리다. 지금은 구치소로 바뀐 이곳은 고즈넉한 침묵만이 흐를 뿐 생체실험까지 있었던 만행의 현장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기만 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구치소 직원들의 오밀조밀한 아파트 모습은 이곳 역시 사람들이 사는 곳임을 강하게 일깨워 준다. 천사와 악마의 얼굴이 공존하는 곳. 어디선가 운동부 아이들의 파이팅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학교도 멀지않은 모양이었다.
이따금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상념에 젖으려니 하나 둘 낯선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의 회원인 일본인들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이들은 단순히 윤동주의 시가 좋아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질 뿐 아니라 17년간을 줄곧 추모제행사에 참가해왔다는 것인데 나는 그들의 정성이 기이하게만 느껴졌다.
잠시 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구치소 담장 앞에 차려진 젯상을 향해 섰다. 학사모를 쓴 윤동주의 액자 사진이 놓이고 한국에서 가져온 백화수복 정종과 사과, 배 등이 전부인 조촐한 상차림이었지만 내려앉은 경건의 무게는 더할 수 없이 무겁고 엄숙했다.
김우종 교수님의 추모사에 이어 참석자 모두 꽃 한 송이씩을 바치며 무릎을 꿇는 것으로 식은 진행됐다. 이 때 까지만 해도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시 낭송을 하면서 차츰 격정에 싸이는 모습이었다.‘序詩’를 비롯해 ‘별 헤는 밤’‘또 다른 고향’ ‘참회록’ ‘십자가’ ‘쉽게 쓰여진 시’ 등 주옥같은 윤동주의 작품들이 이곳에 모인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 의해 낭송되어 갔다. 윤동주의 혼이 살아온 듯 모두들 혼신의 힘을 다해 읽는 모습이었다. 핏줄을 나눈 우리야 그렇다지만 가해자의 입장인 ‘제국주의’의 후손인 일본인들이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윤동주의 삶을 아파하는 장면을 보니 과연 국경과 시공을 초월하는 문학의 위대성이 이런 것인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날 행사의 절정은 모두가 함께 부른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라는 흑인 가곡이 아닐까 싶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 내 생전 위하여 땀흘려가며 그 누런 곡식을 거둬들였네 나 어릴 때 놀던 내 고향보다 더 정다운 곳 세상에 없도다. ’
한 늙은 노예가 그의 고향인 버지니아를 잊지 못해 불렀다는 이 노래가 윤동주 사후 그를 기리는 노래로 불리다니 이 무슨 기이한 인연인가. 노래의 가사는 어찌 또 그리 윤동주의 마음을 절묘히 나타냈는가. 나는 몇 번씩이나 목울대를 타고 넘어오는 울음을 참아가며 따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윤동주를 만났고 그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순수한 모습도 보았다. 가슴을 적시는 훈훈함이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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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문 |
12-10-13 23: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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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감회와 감동을 다시 느끼게 합니다. '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 늙은 흑인의 주름진 얼굴에 땀방울처럼 흘러내리는 그 눈물의 회한을 흑인영가에서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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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5 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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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늙은 흑인의 주름진 얼굴위에 겹쳐떠오르는 윤동주의 모습이 유난히도 가슴을 저미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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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10-14 08: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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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은퇴 후에도 쉬지 않고 참 좋은 문학기행을 하시고 있습니다.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북한과 일본이 아닌 것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적대, 경계의 대상이며 평화와 우호를 유지해야할 숙명의 나라들입니다. 윤동주님이 왜국에 있다니 애련한 마음이 듭니다. 독립운동의 심벌, 애국애족의 화신 윤동주님! 어서 고국으로 뫼시면하는 바랍니다. 좋은 여행 축하드리며, 좋은 글 잘 즐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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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5 1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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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작가 사랑방을 통해 '원두막'을 출간하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축하의 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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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순 |
12-10-14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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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생님, 긴 침묵을 깨셨습니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셨다니, 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밑바탕에 애국심이 깔려 있다는 증거이겠지요.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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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5 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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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애국심은 없어도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나름대로 걱정하지요. 특히 대선을 앞둔 지금엔 특히! 요즘 가을 날씨가 참 좋습니다, 김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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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10-15 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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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앤더슨이나 마할리아 잭슨 버전으로 노래를 들어보면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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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5 1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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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해도 현장에서 불렀던 우리의 노래가 더 감동적이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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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10-15 1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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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저는 교도소 근무 했기 때문에 더욱 더 실감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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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5 23: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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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근무하신 임선생님의 감회야말로 남다르리라 생각되는군요. 임선생님의 신작, 기대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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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월 |
12-10-16 2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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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갈수록 밤하늘에 또록또록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나의 애송시이기도 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 절로 떠오릅니다.
이번에 66주기를 맞이하여 현장에 다녀 왔으니 무척 감회가 새롭겠네요.
무엇보다도 일본인들의 윤동주 사랑의 열정이 기이하게 느껴지네요.
그것은 아마 순수한 시인의 영혼이 국경을 초월하여 그들을 감동시킨 탓인지...
어쨌든 강승택 선생님의 글을 통하여 다시 한 번 우리의 민족시인, 윤동주를 생각하는
시간을 주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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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7 22: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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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죄송합니다. 이 글은 2011년 2월 13일에 있었던 행사의 기록입니다. 금년 67주기에는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것 같아 뒤늦게 올린 글입니다. 유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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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2-10-17 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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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후쿠오카 윤동주 시인 제사를 모시고 왔군요.
2년 전에 후쿠오카에서 윤동주 시인님의 제사를 마치고 아미가세 온천호텔
아홉첩 다다미 방에서 세 남자(강 선생님과 김우종 교수님)가 전기 물주전자를 못 열어서
끙끙거리는 모습이 생각나서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은 없었겠지요....아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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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17 2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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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 김영월 선생님께 올린 글을 반복합니다. 혼선을 일으키게 하여 드린점, 용서를 구합니다. 하지만 그 날의 추억, 잊지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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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명화 |
12-10-19 2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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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추억을 반추해 봅니다. 지난 일들은 하나 같이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사 그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날마다 치열한 싸움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한때는 윤동주님의 시에 푹 빠졌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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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10-20 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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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님, 작년 2월의 일인데 오래된 과거인듯 아련합니다. 무심히 지난 오늘이 시간이 흐르면추억으로 남는것, 그것이 인간사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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