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 김창식 |
날짜 : 12-08-02 15:16
조회 : 2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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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무스쿠리 프리퀄(prequel)
역대 소프라노 서열 1위로 세계 오페라계를 평정한 마리아 칼라스야 별도로 거론하더라도, 영화 '페드라'에 출연했던 왕언니 멜리나 메르쿠리(Melina Mercouri)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리스 출신 아티스트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폭 넓게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은 나나 무스쿠리(Nana Mouskouri, 1934~)입니다.
고령인 그녀는 은퇴했지만(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고별 공연을 가졌음), 3억 5천만 장에 달하는 음반을 판매한 경이적인 기록의 소유자입니다. 그녀에 비견되는 여성 아티스트로는 미국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 1942~) 정도를 거론할 수 있을까요. 스트라이샌드는 배우, 프러듀서, 공연기획자로도도 활동한 전방위(全方位) 연예인인 데다 정치적 색채도 강합니다. 무스쿠리와의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가창력, 지명도, 음반 판매량 등에서 견줄 만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레퍼토리의 다양성(팝․ 민요․가스펠․리드․샹송․칸초네․오페라 아리아 등을 망라)과 호소력, 목소리의 청아함에서 그녀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나나 무스쿠리는 오리지널 히트곡도 많지만('하얀 손수건', '아테네의 흰 장미', '사랑의 기쁨', '오버 앤 오버', '온리 러브', '자유의 송가' 등), 다른 사람의 노래도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재창조하여 새롭고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를테면 영국 그룹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가 부른 명곡 'Why Worry'를 그녀의 노래로 들어보면 그 느낌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노래는 그룹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창법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삶을 관조하는 듯한 철학적 정조를 자아내는데 비하여, 그녀가 부르면 진정성을 가지고 아픔에 동참함이 느껴지며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유하여 새로운 의지와 희망을 갖게 하거든요.
나나 무스쿠리는 그리스어를 비롯한 7개 국어에 능통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에서 특히 인기가 있었죠. 초기 대형 히트곡은 그녀를 발굴하여 키운 유명한 작곡가인 마노스 하지다키스(Manos Hadjidakis)의 작품인 'Over and Over'입니다. 1960년 독일에서의 데뷔는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독일로 진출하여 '하얀 손수건', '아테네의 흰 장미' 등이 수록된 앨범을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유럽 전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앨범은 당시 놀랍게도 12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하였죠. 그녀가 부른 독일어 노래를 들어보면-예컨대 '보리수(Der Lindenbaum)', '세레나데(Serenade)', '일곱 송이 검은 장미(Sieben Schwarze Rosen)' 등-그 매혹적인 발음하며, 독일어 또는 독일 노래가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지 감탄이 절로 납니다.
청량감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또 다른 가수는 반전과 평화의 주창자로 잘 알려진 포크의 여제(女帝) 존 바에즈(Joan Baez, 1941~ )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강하고(스핀토), 애잔하면서도 육사(陸史)의 시 '절정'에 나오는 표현처럼 ‘겨울 하늘에 걸린 강철로 만든 무지개’ 같은 강단이 있어요. 한편 무스쿠리의 목소리는 부드러움(릴리꼬)에 더하여 봄날의 아지랑이 같은 아련함, 따뜻함이 있습니다. 정녕 그녀는 봄의 정령(精靈)인 것인가요? 존 바에즈와 나나 무스쿠리는 놀랍게도 한 무대에 서서 듀엣으로 노래('Blown' in the wind)'를 부른 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죠. 이연실(참, 그녀의 목소리는 바에즈에 가깝죠), 그보다는 박인희가 생각납니다. 박인희와는 목소리의 질감과 창법이 다르지만 마음에 스미는 소리의 울림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외모도 닮은 듯.
미국의 원로 가수인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와의 우정도 아름답습니다. 일곱 살 위인 그의 초청과 주선으로 1964년 카네기홀에 데뷔했고 그와 함께 1년간 미국 전역을 순회공연 하였습니다. 록에 익숙한 미국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죠. 미국 공연은 그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으며, 이로써 그녀는 '뮤즈(Muse)'의 반열(班列)에 오르게 됩니다. 벨라폰테와는 같은 무대에 섰을 뿐 아니라 여러 곡을 듀엣으로 취입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Try To Remember'를 들어 보면 두 거장의 우정이 오버랩되어 훈훈한 감정이 입니다. 미국에서의 그녀의 첫 앨범은 1962년 저명한 음반 프러듀서인 퀸시 존스(Quincy Jones)의 도움을 얻어 발매되었죠.
우리 곁의 뮤즈인 나나 무스쿠리 노래의 본령은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무엇보다 기품 있는 투명한 목소리와 가슴에 스며드는 짙은 호소력에 있다 할 것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흔히 '천상의 목소리'로 비유하는데, 참으로 적절한 표현입니다. 그녀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위무(慰撫)하고 높은 곳으로 인도합니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느껴집니다. 영혼이 눈을 뜨는 것이죠. 가만, 높은 곳으로 인도하는 것은 본디 천사의 직분일 텐데, 그렇다면…?
나나 무스쿠리는 긴 생머리와 검은 뿔테 안경, 흰 드레스, 수수한 외모, 스타연하지 않는 진정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죠. 1960년대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엔 소공녀에 나오는 '민친 여사'인 줄 알았습니다. 그때는 그녀가 이토록 오랫동안 내 마음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을 줄 진정 몰랐었죠.
* '다시 듣는 나나 무스쿠리(2010. 7. 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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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문 |
12-08-02 2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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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그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도 노래를 좋아하는데, 그냥 트로트계열의 노래나 좋아하지 무슨 샹송이라던가 고급음악에 대해서는 무뢰한 이거든요. 어떻든 박인희나 이연실의 노래는 저도 좋아 했었습니다. 나나 무스쿠리 프리퀄은 저에게는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듯 합니다. 앞으로 저도 좀 더 연구해서 그렇게 좋은 음악들을 섭렵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창식 선생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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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03 1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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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문 선생님, 수준 차이라니 당치도 않으십니다. 저도 트로트 좋아합니다.
잘은 못 부르지만요. 여러 가수 중 '배호'는 한 번 제대로 다루고 싶은 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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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택 |
12-08-03 15: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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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무스쿠리와 박인희, 저역시 좋아했던 가수들이지요. 까맣고 긴 생머리에 잔잔하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가슴을 적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김선생님 덕에 잠시 옛날로 돌아가보네요~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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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04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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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택 선생님, 독일 주재 근무 중이 었으니 1980년대 중반 쯤 되었을 것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옛오페라거리'를 지나가는데, 벽보 판에 나나 무스쿠리가 웃고 있어요.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겠습니까. 내친 김에 통성명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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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행원 |
12-08-07 1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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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조예가 무궁무진 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나나 무스쿠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존 바에즈, 해리 벨라폰테...등등
모두들 대단한 사람들이지요.
나는 요즘 폴 매카트니의 'hey jude'를 열심히 부릅니다.
중창이 아닌 혼자서 부르기엔 거북한 노래지만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부른
폴의 노래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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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08 1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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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찌 윤행원 선생님의 지식과 조예에 견주겠습니까?
선생님 스티일로 재해석한 ' Hey, Jude' 꼭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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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화 |
12-08-14 22: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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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무스쿠리의 '사랑의 기쁨', 'Over and over'를 자주 따라 불렀었지요.
음악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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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15 1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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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화 선생님, 언제 작가회 모임에서 '사랑의 기쁨' 함께 부르지 않으시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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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권섭 |
12-08-16 0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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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선생님은 다방면에 조예가 깊으십니다.
나나 무스쿠리같은 훌륭한 음악가를 조명해 주시니
새로운 문화에 기쁨과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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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16 1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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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섭 선생님께서도 나나 무스쿠리 좋아하시는군요!
오랜 지기를 뵈온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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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자인 |
12-08-21 14: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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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선생님이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으신 줄은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열정적이신 줄은 물랐습니다. 나나 무스쿠리의 긴 생머리와 검은 뿔테 안경, 검은 옷에 짙은 호소력이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선생님의 글로 인해 다시 생각나는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이군요. 음악 평론가 같으십니다. 김창식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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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식 |
12-08-22 1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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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인 선생님게서 이리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고요, 선생님, 영화와 음악을 조금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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