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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몽골 '쿠빌라이 칸' 군인 들이 사용 했던 돌 물병- 물속에 잠겨 있어 조개껍질이 붙여 있음)
   
                    물 병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날. 일, 등산을 하여 땀이 날지라도, 물병 속에 물이 담겨져 있으면 풍족하다. 목마를 때 한 모금의 물은 꿀맛 같다. 갈급할 때 물은 생명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힘든 일 하러 갈 때나, 등산에는 물병을 챙긴다. 물병에 물이 들어 있으면 신기하게도 갈증이 덜 난다. 그런데 물병이 없으면 왜 그리 갈급한지 물 생각이 간절하다. 있을 때는 별로이던 것이, 없으면 유별나게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여수 엑스포 ‘국제관’에 몽골 전시관이 있다. 사막과 초원나라답게 박제된 순록, 희한하게 생긴 물병, 불교 라마승이 사용했다는 조개껍데기 나팔, 야생 염소 뿔로 만든 긴 피리 악기가 진열해 있다.

  몽골은 푸른 진주라 불리는 ‘홉스골 호수’를 자랑한다. 하늘을 향하는 무성하고 푸른 언덕과 산 그리고 침엽수림 지대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 싸여있다. 96개의 강과 개울은, 약 300만 년 전의 지각 변동으로 인해 형성된 호수로 흘러간다.
  장엄하고 맑은 이 호수는 몽골 민물의 65%와 더 나아가 세계의 민물 공급의 1%를 포함하고 있다. 몽골의 푸른 진주 홉스굴 호수는 카약, 카누, 등산, 트레킹, 스포츠 낚시, 조류 관람을 위한 휴양지다. 몽고는 말, 양, 소, 낙타는 많지만 호수 주변에는 순록이 많다.

  13세기 중반에 사용했던 물병이 800년이 지난 후, 호수에서 발견되었다. 생긴 것이 하도 희한하여 눈에 뜨였다. ‘쥐’를 박제한 것처럼 생겼다. 언뜻 보면 곁이 까칠까칠한 가죽으로 덮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오랜 세월 물속에 잠겨있는 동안 현무암 물통에, 쪼그마한 조개들이 수없이 제 집 인양 촘촘히 더더귀더더귀 무수하게 붙여있다. 노끈이 주저리주저리 달려 있어 노인네들이 차고 다니는 쌈지인줄 알았다. 그런데 ‘쿠빌라이 칸의 군대가 일본을 침략할 때 군인들이 사용했던 물병’이라고 한다.

  말을 타고 활동한 기마민족 이였으니 단단하고 견고한 돌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흔한 금속도 아니고 ‘돌’이란 말인가! 쇠는 녹여서 만들 수 있지만, 돌은 깎아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사막이 많은 건조한 기후에서는 ‘금속보다는 돌이 물을 오래 보존시키어’ 제작한 성 싶다. 그 당시에는 기구도 부족했을 테인데 돌로 휴대용 물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작업했을 힘든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국제관에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앉아서 고유의 민속 공예를 직접 재현하고 있다.
 
  돌로 만든 물병은,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차지하지도 못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특별한 사람들이 먼저 차지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기구가 과히 발달하지 못한 당시로서는 수공으로 물통 속을 파야했으니 말이다.

  오늘 날 가벼운 플라스틱 물병도 물을 담으면 무겁다. 그런데 돌 물병에 물 까지 담으면 얼마나 무거웠을까! 수만리 사막과 초원, 바다를 누비었던 당시에는 물은 생명수. 물병을 보면서 역사를 반추. 물병을 지닌 쿠빌라이 칸. 그는 13세기 ‘팍스 몽골리카’ 주인공이다. 대제국을 건설했다. 무겁고 힘겨웠던 민족을 소수 민족으로, 한족 중국과 러시아의 슬라브족을 통치했으니 통쾌하다.


  ‘여수 엑스포’ 8대 인기관은 사람이 너무 많아 기다림에 지쳐, 한가한 실내 ‘국제관’을 보는 날이다. 물병을 휴대했지만 갈증이 나지 않아 사용하지 안했다. 물을 먹지 않으니 물병이 귀찮다. 그 다음 날은 물병을 지니지 않고 갔다.

  이튿날 ‘아쿠아리움’을 관람하기 위하여 줄을 섰다. 수 천 명이 줄을 섰다. 햇볕이 내리 쬐는 시멘트 바닥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다리도 아프고 갈증이 난다. 음식을 가져와 먹는 사람, 탄산 음료수에다 물까지 훌쩍훌쩍 마신다. 안 보면 생각이 안 나고 갈증도 덜 할 테인데 옆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보니 갈증이 심하게 온다. 하필 물병마저 집에 놓고 왔으니 갈급함이 더한다. 할 일 없어도 ‘남이 장에 가면 덩달아 가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수족관을 보고 나서 갈급함으로, 가설 판매소에서 탄산음료를 사 먹었다. 곁들어 빙과류를 먹었다. 귀가 후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잘 안 먹다, 모처럼 먹으니 배탈이 난 것이다. 물병을 늘 휴대하다 없는 날 일이 났다.

  쿠빌라이 칸도 사람인지라 물병이 무겁고 귀찮은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거움보다도 갈증 때문에 물병을 휴대하였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막과 넓은 평원을 매일 달렸던 그에게는 물병은 생명수의 병(甁). 무거운 물병을 휴대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았던 당시 황제보다도, 오늘 날은 주위에 온통 가볍고 튼튼하고 위생적으로 만들어진 물병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는 나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다.

  100 만 명이라는 총인구에 군사는 고작 10 만 명의 몽골족. 이들을 이끌고 중국 전역과 유라시아를 통치한 황제. 그의 관용과 탁월함은 세계 제국을 통치한 모범이다. 그는 물병을 마시며 늘 ‘정복하는 것보다 정복한 지역을 다스리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면서 현지에 맞는 정치를 펼쳤다. 물병을 보면서, 몽골 ‘쿠빌라이 칸’이 해 낸 역사를 부러워한다. 금년 12월은 대선이다. 한 반도는 당시 몽골제국에 비하면100분의 1도 안된 땅이다. 남북, 동서, 도농은 분열과 격차가 크고, 통일의 숙제를 안고 있으니, ‘쿠빌라이 칸’같은 지도자가 그립다. (2012. 7. )